러시아 유성체 폭발 위력이 히로시마 원폭의 30배?

2013년 04월 25일 13:18

 



지난주 금요일(15일) 저녁 TV에서 뉴스 예고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러시아에서 유성체가 폭발해 주민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것인데 흰 연기를 뒤로 하며 떨어지는 유성이 해 뜰 무렵인데도 분명히 보일뿐 아니라 도심 사거리를 비추는 화면을 보니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밝아지기까지 했다. 만일 밤이었다면 한동안 주변을 대낮처럼 밝혔으리라.

이틀이 지난 17일 현재 이 유성체 폭발에 대한 업데이트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유성체의 크기로 폭발 직후 러시아 과학자들은 지름이 5미터, 무게가 10톤 정도라고 추측했는데 그 뒤 세계 각지에 있는 초음파 관측 계기에 기록된 데이터를 토대로 재구성한 결과 유성체는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뉴스를 보면 지름이 15m에 무게가 7000톤에 이르렀고 그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2배에 가까운 TNT 30킬로톤의 위력이었다는 것. 그런데 추가 분석 결과 유성체는 지름이 17m, 무게가 1만 톤, 위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30배인 TNT 500킬로톤에 해당한다고 업데이트됐다. 현지 사람들은 유성체 폭발을 보고 지구의 종말을 생각했다고 하는데 그럴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수 표면 얼음에 운석 뚫고 지나간 구멍 뚫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10만 명 가량이 사망했는데 이번 유성체 폭발로는 1200여명이 부상했을 뿐 아직 사망자 소식은 없다. 그렇다면 히로시마 원폭 위력의 30배인 폭발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간 걸까.

먼저 유성체 폭발 에너지 500킬로톤은 어떻게 나왔는지부터 검증(?)해보기로 했다. NASA 뉴스에도 이 계산과정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잠깐 고민을 하다가 유성체의 운동에너지가 폭발에너지로 전환됐다고 가정해봤다. 즉 속도 v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1/2)mv²’이다. 질량 m은 1만 톤 즉 1000만kg, 속도 v는 약 초속 20킬로미터라고 했으므로 2만m/s다.

이 값들을 넣고 계산해보면 운동에너지는 2×10¹⁵줄(J)이 나온다. TNT 1킬로톤(kt)의 폭발 에너지는 4.184×10¹²줄이므로 이 값으로 나눠주면 러시아 유성체의 운동에너지는 TNT 478킬로톤에 해당한다! 즉 500킬로톤이라는 값은 유성체의 운동에너지 전부가 폭발에너지로 전환됐다고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히로시마 원폭의 에너지는 TNT 16킬로톤에 해당하므로 히로시마 원폭의 30배 에너지가 된다.


이번 유성체 폭발 과정에서 일부 잔해가 남아 수많은 운석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운석이 떨어지면서 체바르쿨 호수 위 얼음판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사진이 인상적이다) 다 합쳐봤자 원래 유성체 질량의 5% 내외로 추정된다. 따라서 대기권 폭발에서 운동에너지 대부분이 사방으로 흩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히로시마 원폭에 비하면 피해가 미미할까.

잠깐 고민해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둘 사이에는 폭발 지점과 지표 사이의 거리에 큰 차이가 있다. 히로시마 원폭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기 위해 지상 580m 지점에서 터졌다. 원자폭탄이 터진 지점을 기준으로 3차원 공간으로 폭발에너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에너지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폭발 지점과 가까울수록 피해가 큰데 그렇다고 지표면에서 터뜨리면 막혀서 먼 곳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으므로 두 가지를 고려해 최적 폭발 지점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유성체 폭발은 지상 30~50km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를 입은 첼랴빈스키는 폭발 지점 바로 아래는 아니므로 그 거리가 히로시마 경우의 100배라고 계산하면 유성체 폭발로 첼랴빈스키에 도달한 단위면적당 에너지는 원폭으로 히로시마에 도달한 에너지의 0.3%(=30/10000)에 불과하다. 따라서 폭발로 인한 충격파로 유리창이 깨지고 사람들이 ‘한여름 햇빛이 쨍쨍할 때 야외에 있을 때 같은 열기’를 느꼈다는 증언이 수긍이 간다.

●유성체와 소행성 사이

이번 유성체 폭발이 더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다음날 소행성이 지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유성체가 소행성의 파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나중에 둘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100년만의 최대 규모 유성체 폭발과 관측 사상 소행성이 지구 가장 가까이 스치고 지나간 사건이 불과 하루 사이에 일어났으니 지난 주 우리는 천문학 이벤트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된 셈이다.

지난해 발견돼 ‘2012 DA14’로 명명된 이 소행성은 지름이 약 45미터, 무게는 약 19만톤으로 추정됐는데 초속 7.8km의 속도로 지나가며 16일 오전 4시 25분 지구에 불과 2만7700km까지 접근했다. 지구 지름이 1만2700킬로미터이므로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만약에 이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와 폭발했다면 그 파괴력은 이번 유성체 폭발보다 훨씬 컸을 것이고 정말 대재앙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 유성체는 지름이 17m고 소행성 2012 DA14는 45m로 큰 차이도 없어 보이는데 왜 하나는 유성체(meteoroid)이고 하나는 소행성(asteroid)으로 부를까. 유성체와 소행성의 분류 기준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부르는 사람 마음이다. 이 무슨 비과학적인 설명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변명을 하자면 이번 유성체는 유성체 가운데 아주 큰 것에 속하고 소행성 2012 DA14는 소행성 가운데 아주 작은 것에 속한다. 대체로 크기로 유성체와 소행성을 나누는데 둘은 그 경계에 위치하는 셈. 다만 관측돼 궤도가 예측된 천체라면 지름이 17m 정도라도 소행성이라고 부른다.

태양계에는 지름이 1km보다 큰 소행성만 10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몰려있지만 태양계 전체에 퍼져있다. 가장 큰 소행성은 지름이 950킬로미터에 이르는 ‘세레스(Ceres)’로 2006년 국제천문연맹 회의에서 세레스의 지위가 왜행성(dwaft planet)으로 격상됐다. 참고로 당시 회의에서 태양계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왜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됐다.

한편 유성체는 소행성보다 작은 단단한 천체를 이르는 말로 크게는 10m가 넘는 것부터 작은 건 쌀 한 톨 만한 것까지 범위가 넓다. 유성체가 지구 대기와 부딪치면서 내는 불빛이 우리 눈에 보이는 게 유성(meteor) 즉 별똥별이다. 유성으로 보이려면 최소한 질량이 1g은 돼야 한다. 이보다 작아 지구 대기에 부딪쳐도 유성으로 관측되지 못하는 경우를 미세유성체(micro-meteoroid)라고 부른다.

●1908년 퉁구스카 사건의 실체는?

필자가 이번 유성체 폭발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건 지난해 ‘Antimatter(반물질)’라는 책을 번역했기 때문이다(아직 번역서가 출간되지는 않았다). 저자인 영국의 물리학자 프랭크 클로우즈는 ‘퉁구스카 사건(Tunguska event)’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언론매체에서 이번 유성체 폭발을 말할 때 ‘1908년 이래 가장 큰 폭발’이라고 표현하는 그 1908년 폭발이 바로 퉁구스카 사건이다.

지난 2008년 6월 30일 퉁구스카 사건 100주년을 맞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NASA 지구근접물체연구소 도날드 예먼스 박사는 이 사건이 지름 약 37m, 무게 약 10만 톤인 소행성이 초속 15km 속도로 지구 대기에 충돌하면서 지상 8.5km 지점에서 폭발한 결과라고 추정했다. 이때 에너지는 히로시마 폭탄 185개에 해당하는 위력이다. 당시 폭발지점 주변 공기의 온도는 무려 2만4700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으로 시베리아 퉁구스카 일대는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됐는데 폭발이 일어난 바로 아래 지점(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부른다)을 중심으로 사방 25km에 이르는 동심원 안에 있는 나무 8000만 그루가 쓰러졌다고 한다. 그리고 수많은 순록이 타죽었다. 이 지역은 수십 킬로미터를 가도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는 외진 곳이었기에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때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이 원의 바깥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1927년 무려 19년이나 지나 현장조사를 나간 과학자들은 나무의 쓰러진 방향을 보고 자연스럽게 원의 중심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라운드 제로 지점에 도착하자 이곳의 나무들은 곳곳이 서 있었다고 한다. 바로 위에서 열폭풍이 불어왔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은 것. 대신 곁가지들은 충격으로 다 잘려 나간 상태였고 열기로 나무가 타 멀리서보면 마치 전봇대가 촘촘히 박혀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현장에서도 그라운드 제로 지점의 나무들은 전봇대처럼 서 있었다고 한다.

‘반물질’에서 저자가 도입부에 이 사건을 끌어들인 건 사실 퉁구스카 사건의 실체가 위에서처럼 명쾌하게 규명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설명은 유력한 추정일 뿐이다. 그 이유는 엄청난 피해 현장을 남긴 퉁구스카 폭발의 실마리가 되는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 이번 러시아 유성체 폭발보다도 훨씬 규모가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운석이 부딪쳐 생긴 구덩이는커녕 운석 조각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참고로 소행성이나 유성체가 대기권에 충돌해 폭발하고 남은 잔해가 지구에 떨어진 게 운석(meteorite)이다.

1958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필립 위아트 교수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퉁구스카 사건이 반물질 유성체가 물질로 이뤄진 지구 대기에 부딪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우주 저편 어디선가 반물질로 이뤄진 은하에서 날아온 반물질 천체가 운 좋게 물질과 부딪치지 않고 지구까지 와 대기권에서 물질을 만나 소멸했다는 것. 반물질과 물질이 만나면 질량이 전부 에너지로 변환되므로 반물질 0.5g만 있으면 히로시마 원폭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따라서 100g짜리 반물질 유성체가 지구 대기에 부딪치면서 소멸하며 폭발해도 퉁구스카 삼림 일대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반물질’ 도입부에서 이 사건을 소개한 것으로 보이는데 뒤에 퉁구스카 사건이 반물질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유성체보다 훨씬 큰 소행성이 폭발했는데 왜 흔적이 남지 않았을까. 명쾌한 답은 아니지만 설명할 수는 있는데, 충돌하는 물체가 어떤 물질로 이뤄졌느냐에 따라 운석을 남기느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러시아 유성체의 경우 주로 철로 이뤄진 단단한 물질이기 때문에 폭발에도 완전히 타버리지 않고 약 5% 정도가 수많은 운석으로 쪼개져 지구에 쏟아져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책에서 퉁구스카 사건은 혜성이 충돌한 결과라고 추측했는데 혜성은 얼음과 눈, 먼지가 뭉쳐진 덩어리로 폭발할 경우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이 책에서 퉁구스카 사건에 대한 묘사 부분을 번역할 때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했는데 이번 러시아 유성체 폭발 현장을 영상으로 보면서 ‘그래 저거였구나!’ 하며 무릎을 쳤다. 끝으로 퉁구스카 사건을 묘사한 부분 일부를 옮겨놓았다.

“1908년 6월 30일 아침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아침 8시 집 앞 계단에 앉아있던 농부 세르게이 세메노프는 하늘에서 엄청난 폭발을 목격했다. 훗날 세메노프가 과학자들에게 진술한 바에 따르면 불덩어리가 워낙 밝아 햇빛이 어둡게 느껴질 정도였고 엄청난 열기로 입고 있던 셔츠가 탈 뻔 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이웃집에서는 은식기가 녹아내렸다고 한다.

훗날 과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이 폭발이 세메노프의 집에서 거의 60km나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역시 농부인 바실리 일리치는 거대한 화염이 숲과 함께 순록을 비롯한 모든 동물을 재로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나고 일리치와 이웃 몇몇이 현장에 가보니 순록 가운데 일부는 시커멓게 탄 채 뒹굴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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