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라’, 취재노트 속에서 새로 태어나다

2014년 12월 28일 18:00

“커다란 쇠끌로 소나무 관 뚜껑을 비틀어 열었다. 워낙 단단히 밀봉된 관이라 성인 남자 서넛이 달려들어야 했다.”

 

2011년 6월 ‘과학동아’ 특집 기사로 실렸던 한국 미라. 당시 기사를 준비하며 그야말로 ‘발로 뛰었던’ 취재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책, 본보 전승민 기자의 ‘한국 미라’가 새로 나왔다. 

 

400~500년 전에 죽은 사람이 들어있는 관 뚜껑을 열면 과연 어떤 냄새가 날까. 이틀 전에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엄청난 악취를 피우는 걸 보면 아마 미라가 들어있는 관 냄새는 상상을 초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였다. 저자는 “강한 악취가 날 것 같아 미리 코를 막았지만 의외로 향긋한 소나무 냄새가 피어올랐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전승민 지음, Human&Books - Human&Books 제공
Human&Books 제공

생생한 취재기를 읽으며 미라 취재를 하던 저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미라 발굴 현장을 찾고, 고려대 부검실에서 연구진과 꼬박 밤을 새야했던 저자의 얼굴은 며칠 만에 그야말로 ‘한국 미라’처럼 변했다.

 

1년이 갓 되지 않은 신참 기자의 눈에는 참 이상한 광경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당시를 “미라에 미쳐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또 이렇게 미라에 미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국 미라’는 그만한 가치와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미라 한 구에는 많은 의·과학적 발견이 따라온다. 우선 미라가 생전에 앓았던 질병을 알 수 있다. 미라의 질병을 통해 의학사를 실제로 다시 쓴 적도 있다.

 

신동훈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팀은 2006년 경남에서 발견된 400년 전 여성 미라에서 ‘참굴큰입흡충’을 발견했다. 이 기생충은 같은 연구팀이 1988년 발견해 학회에 보고한 신종 기생충인데, 이를 무려 미라에서 발굴에서 다시 쓴 것이다. 2011년 충남에서 발견된 500년 전 남성 미라에서도 이 기생충의 알이 또 검출됐다. 이는 기생충의 유행 지역이 넓다는 것을 알리는 결과다.

 

이밖에도 미라는 조선 시대 사람의 평균 체격과 치아 건강 등을 연구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만일 세포가 온전하다면 유전자 정보까지도 알 수 있다. 미라 연구진이 “시신의 머리카락 하나 손발톱 조각 하나도 귀하게 여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미라의 가치는 문화적인 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2011년 발견된 여성 미라는 예쁜 쪽빛 물을 들인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으며, 겉에는 진한 남색 실로 튼튼하게 짠 옷을 걸쳤다. 옷에 금실로 놓은 멋진 수 작품에서도 조선 시대의 예술미를 엿볼 수 있다. 1998년 발견된 미라에서는 사별한 남편을 그리는 편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는 내용의 가슴절절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책에는 조선 시대 미라가 보존될 수 있는 비밀도 담겼다. 뜨거운 횟가루를 이용한 열 소독과 공기차단이 바로 그것이다. 이밖에 중국 마왕퇴 미라와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발견된 외치 등 세계의 다양한 미라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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