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전국민의 OOO 저장소

2015년 10월 09일 09:00

흑역사

 

[명사] 민망하고 부끄러워 잊고 싶은 과거의 어떤 시기, 또는 그런 행동이나 실수

[유래]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기동전사 건담'에서 과거 우주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를 흑역사(黑歷史)로 부르고, 그 시기 이후 우주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세계관을 설정한 것에서 비롯.

[연관 표현] 중2병, 허세, 이불킥, 리즈 시절

 

'흑역사'란 과거의 잊고 싶은 기억이나 실수,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민망한 행적 등을 말한다. 철없던 시절 저지른 실수나 실패, 당시에는 멋있고 좋은 일이라 생각했으나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낯뜨거운 언행 등을 일컫는다.

 

이 표현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에서 유래했다. 건담 시리즈 중 하나인 '∀건담'(A를 뒤집었다 해 턴에이 건담이라 읽는다)에서 과거 1만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던 우주 전쟁의 역사를 '흑역사'로 구분하고,  이후 시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세계관을 설정한 데서 비롯됐다. 애니메이션 팬 사이에 쓰이기 시작해 지금은 개인이나 기업의 어둡고 민망한 과거를 일컫는 말로 통용된다.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판매가 부진했던 신제품은 기업의 흑역사가, 무명 시절 뜨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오버했던 모습은 연예인의 흑역사가 된다. 이별의 아픔으로 인한 손발이 오그라드는 감성 멘트나 센 척하는 중학교 시절 허세 사진이 가득한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전국민의 흑역사 저장소다.

 

최근 싸이월드가 방명록과 일촌평 폐지를 발표하자 오랫만에 싸이월드에 접속하는 사람이 늘었다. 잊고 지내던 싸이월드를 모처럼 찾은 사람들은 미니홈피에 담긴 자신의 흑역사를 재확인하고 몸서리쳤다. "그 시절 나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다"며 절규하는 한편, 이제 정신 차리고 어른이 되었음에 안도하기도 했다.

 

가수 채연의 감수성 터지던 시절 싸이월드... - 채연 싸이월드 제공
가수 채연의 감수성 터지던 시절 싸이월드... - 채연 싸이월드 제공

 

성우 서유리는 과거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홍보 모델 시절, 게임 방송에서 특이한 어투로 던전앤파이터  신기술 '열파~참!'을 외치던 영상이 지금까지 따라다닌다. 최근 서유리가 인터넷방송 포맷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하자 시청자들은 채팅 창을 '열파참'으로 채우며 흑역사를 들췄다.

 

성우 서유리 과거 온라인게임
성우 서유리 과거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홍보 모델 시절

 

오늘날 흑역사는 주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 쌓이고 있다. 카메라와 무선 인터넷을 갖춘 스마트폰은 지금도 철없는 우리 언행의 편린을 인터넷 어딘가에 영원히 새기고 있다. 조상들이 왕실의 모습을 생생히 담은 조선왕조실록을 물려줬다면, 우리는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담은 방대한 디지털 흑역사 실록을 후손에 물려주는 셈이다. 

 


[심화 학습]

중2병과 허세는 흑역사를 만드는 주 요인 중 하나다. 최신 의학 연구에 따르면, 중2병에 걸리면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감상이 증폭돼 허용 범위를 넘는 허세를 부리게 된다. 이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잠재 의식 깊숙히 새겨져 있다 늦은 밤 잠자리 들 때 되살아나 이불킥을 하게 만든다. 과거의 실패를 뜻하는 흑역사의 반대말은 과거의 전성 시대를 뜻하는 '리즈 시절'이다.

 

 

[생활 예제]

A: 앞으로 고위 공직을 꿈꾸는 사람들이 청문회에 대비해 조심해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B: 젊은 시절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남긴 흑역사를 철저히 지워야 할 겁니다. 

 

 

※ 편집자 주
정말로 모바일 세상이 왔습니다. TV를 보면서도, 화장실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스마트폰만 보게 됩니다. 여러 사이트를 돌다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검색을 해보지만, 뭔 뜻인지 모를 때가 많지요. 그 잘난 체면 때문에 누가 볼까 함부로 검색하기 께름칙해  ‘후방주의’하면서 봐야할 용어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저격! 인터넷신조어’를 준비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을 위한 언어 교양을 채워드립니다. 가끔 시험도 볼 꺼에요. 조회수 좀 나오면 선물도 드릴지 몰라요. 많은 ‘터치’ 바랍니다.

 
 
※ 필자 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한세희 디지털 컬럼니스트

sehee.h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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