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옆에 있는 더듬이의 정체

2015년 10월 14일 18:00
wikimedia common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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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큼 별이 보이는 지역이라면 봄밤하늘 남쪽지평선 근처에서 어두운 사각형 모양의 별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 모양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지만 까마귀자리다. 까마귀의 머리 부근 하늘을 커다란 망원경으로 살피다보면, 재미있는 모양의 천체를 발견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이름모를 곤충의 머리부분에서 한쌍의 더듬이가 뻗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왜 이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까마귀자리에 전해오는 이야기와 관련되지는 않을까.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까마귀는 태양 신 아폴론이 키웠던 새다. 아폴론의 까마귀는 깃털이 눈처럼 하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재주도 있었다. 그런데 수다쟁이에다 거짓말쟁이였다. 어느날 아폴론은 목이 말라 까마귀에게 샘물을 길어오라는 심부름을 보냈다. 까마귀는 가는 도중 탐스런 열매가 달린 무화과나무 곁을 지나게 됐다.

 

무화과 열매를 따먹으며 까마귀는 시간가는 줄 몰랐다. 겨우 아폴론의 명령을 기억한 까마귀는 서둘러 샘물을 컵에 담고서 옆에 있던 물뱀을 잡아갔다. 까마귀는 아폴론에게 물뱀과 싸우느라 늦었다고 거짓말을 할 셈이었다. 하지만 까마귀의 거짓말에 화가 난 아폴론은 까마귀를 까맣게 만들어 하늘로 던졌다.
 
까마귀자리 곁에 보이는 더듬이 모양의 천체는 신화 속의 수다쟁이 까마귀가 먹다 흘린 무화과열매 조각이 아닐까. 아니면 까마귀는 원래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잡식성 새인데, 더듬이 천체는 까마귀가 곤충을 잡아먹다가 떨어뜨린 머리부분일지도 모르겠다.

 

pixabay(WikiImages) 제공
pixabay(WikiImages) 제공

 

● 수십억년 후 우리의 모습일지도


실제로 더듬이 천체는 수많은 별들이 모인 은하가 빚어낸 작품이다. 우리은하처럼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두 은하가 충돌해 특이하게 보이는 천체다. 더듬이 천체가 충돌중인 은하라면 까마귀에게 먹이가 된 곤충의 더듬이처럼 최후를 맞이한 모습일까.
 
더듬이 은하는 우주공간에서 두개의 은하가 움직이다가 피하지 못해 벌어지는 거대한 ‘교통사고’의 현장이다. 지상에 있는 거대망원경으로는 곤충의 더듬이 모양만 확인하는 정도였지만 미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이 더듬이 은하를 향하자 ‘끔찍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현장에는 붉은빛보다 오히려 푸른빛이 뿌려져 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하다.

 

사실 푸른빛은 막 태어나는 별무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다. 어찌된 일일까. 은하에는 차가운 수소가스가 거대한 구름을 이루고 있는데, 충돌이 벌어지는 동안 가열된 뜨거운 가스가 주변의 거대한 수소구름을 밀어붙였고 이 수소구름은 자체 중력으로 붕괴됐다.

 

충돌로 인해 마치 폭죽이 연달아 터지는 것처럼 수소구름에서는 별들이 대규모로 태어났다. 대규모의 별들은 성단을 이룬다. 더듬이 은하에서는 이같은 성단이 1천여개 이상 발견됐다.

 

불행한 사고현장으로 생각됐던 더듬이 은하에서는 충돌이 기폭제가 돼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충돌중인 더듬이 은하는 우주의 거대한 교통사고현장이라기보다 새로운 별들이 대규모로 태어나는 우주의 불꽃놀이 현장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우주에서 은하가 충돌하는 현상은 의외로 흔하다. 요즘보다 우주 초기에 더 많이 목격된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이 아무 것도 없어보이는 하늘을 10일 동안 찍은 사진을 보면, 어수선하고 이상하게 보이는 과거의 은하들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물론 멀리 있는 충돌은하의 모습은 너무 어둡고 작아 자세한 모습을 보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더듬이 은하는 은하가 충돌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 셈이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이충환 기자의 ‘코스모스 포토에세이’를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우주 속 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충환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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