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청년이 IS 테러리스트가 되는 이유...혹시 당신도?

2015년 11월 16일 18:32

※편집자주

이달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IS(이슬람국가)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가 일어나 130여 명 사망했습니다.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문명 사회라고 하지만, 이러한 야만적인 사태가 왜 계속 일어나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저희는 어떠한 테러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앞으로  테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테러가 발생하는 이유’,  ‘대책’ 등을 정신과 전문의의 분석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테러리즘은 미리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하는 폭력적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테러의 본질은 직접적인 폭력 자체가 아니라, 과시적인 위협과 공포를 통해서 전체 집단의 심리를 조종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중에게 비밀로 하는 테러는 속성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특히 테러의 참상과 테러리스트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여과없이 전달하는 현대 미디어의 특성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과시적 테러가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과거의 테러가 정적의 암살이나 혹은 직접적인 협상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면, 현대의 테러는 정치적 선전효과를 노리고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등은 테러의 참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테러집단의 정치적 주장도 대중에게 여과없이 전달하기 때문에 이른바 과시형 테러리즘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헤퓌블리크(Republique) 광장에서 시민들이 IS(이슬람 국가)소속 대원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최악의 동시 다발 테러, 이른바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헤퓌블리크(Republique) 광장에서 시민들이 IS(이슬람 국가)소속 대원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최악의 동시 다발 테러, 이른바 '파리 금요일 테러'사건의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 <사진가 이준성> 2015.11.15 포커스포토 제공

 

● 테러의 복잡한 심리적 파급효과

 

파리 연쇄테러에서 볼 수 있듯이, 분명 테러 자체는 분명 반인도적인 심각한 범죄입니다. 그러나 테러 행위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종 자신이 속한 사회적 계층이나 정치적, 종교적 성향에 의해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에서부터 고귀한 애국이나 순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회적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아직은 파리 연쇄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비난여론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IS에 대한 중립적인 태도, 심지어는 일부 이들의 테러에 대해서 불가피한 결과였다는 식의 의견도 이미 제기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같은 행위가 입장에 따라 다른 식으로 해석되는 현상, 즉 ‘라쇼몽 효과’에 의해서 테러리즘에 대한 집단 심리학적 파급 효과는 아주 복잡하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 에서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외국인이 추모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16일 오전 서울 서소문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 에서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외국인이 추모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 테러리즘의 집단심리학

 

테러는 일차적으로 국가 권력의 취약성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를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목표는 테러 이후, 정부가 해당 테러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보복이 광범위할수록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는데, 이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훼손해 역설적으로 테러집단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실제로 이번 파리 연쇄테러 이후, 2일 만에 프랑스군은 IS 거점에 대한 폭격을 단행했습니다.

 

공방이 지속될수록 점점 옳고 그름의 기준은 모호해지고, 참혹한 테러를 유발한 테러리스트들은 종종 피해자의 위치에 서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테러집단은 자신의 세력을 결속시키고,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러집단은 기본적으로 건설적 목표가 아닌, 폭력성과 공포에 기반하여 유지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테러하지 않는다면, 집단은 와해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괴는 끊이지 않고 지속되며, 대중의 입장은 양쪽으로 극단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집단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집단 내부의 부정적인 부분을 타집단으로 투사하여 이를 파괴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정신분석학에서는 ‘편집-분열위상’이라고 하는데, 해리와 투사의 원시적 방어기전을 통해서, 세상은 점점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로 나뉘게 됩니다.

 

집단은 끊임없이 내부와 외부에서 실재하지 않는 적을 만들어 내며, 이를 통해서 외부 집단은 마치 100% 악한 속성으로 구성된 하나의 인격체로 취급됩니다. 서구 사회나 이슬람 사회 안에 수많은 의견을 가진 다양한 인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쉽게 무시되는 것입니다.

 

GIB 제공
GIB 제공

 

● 테러리스트는 집단의 믿음에 순응적인 ‘착한’ 청년들

 

테러리스트는 다른 인간과 다른 심리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보통 테러리스트라고 하면 분노에 불타는 무지하거나 야만적인 극단주의자며, 융통성이 없는 외로운 광신도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기존 가설에 의하면 이들은 자살에 대한 무의식적 욕망이라는 개인적 병리를 가진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대다수의 테러범은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 야만성이나 폭력성으로 똘똘 뭉친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에 충실하게 복종하는 순응적 성격을 보였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파리 연쇄 테러범도 상당수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맹신하는 광신도가 아니라 아마도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는 충실한 시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이들은 왜곡된 집단 문화에 어린 시절부터 노출되었으며, 감정에 치우쳐 행동하는 경향이 강한 젊은 층이었습니다. 그러나 문화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는데, 그들을 지배하는 문화는 이슬람 극단주의, 마르크스-레닌주의, 백인우월주의 둥 어느 것이나 가능했습니다.

 

다만 유일하게 관찰된 공통된 심리적 특성은 바로 의존성 혹은 회피성 성향이 일반인보다 강했다는 것입니다. 즉 이들은 아직 삶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본 경험이 적었으며, 스스로 중요한 인물이 되어 주변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었습니다. 집단의 왜곡된 목표와 가치의 획일성, 즉 집단사고가 순응적인 청년들에게 목숨을 걸고, 타인의 목숨을 빼앗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GIB 제공
GIB 제공

 

● 당신은 지배적인 집단사고에서 자유로운가?

 

집단사고라는 말을 처음 제안한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는 몇가지 집단사고의 증상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를 축약하여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만약 당신이나 당신이 소속된 집단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집단의 의사결정과정이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위험한 행동을 부추긴다.
2. 집단 고유의 도덕성을 무조건 신뢰한다.
3. 집단의 기존 믿음을 깨는 정보를 집단 차원에서 무시한다.
4. 적을 사악하다고 가정하고, 그들과 협상할 수 없다고 여긴다.
5. 집단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 구성원은 스스로 이를 검열한다.
6. 다수 의견이라면 모두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7.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구성원에게 직접적 압력을 행사한다.
8. ‘마인드가드’, 즉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통제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 Irving Janis, Groupthink: Psychological Studies of Policy Decisions and Fiascoes에서 발췌, 요약

 

▶<관련 시리즈 기사>

☞[Pray for Paris] 정신과 전문의가 본 테러리즘(2) "테러 겪은 사회 독재자 등장 우려...사회적 트라우마 치유법은?"

☞[Pray for Paris] 정신과 전문의가 본 테러리즘(3), 테러에 종지부 찍을 사람은 ‘어머니’ 뿐인가?

 

※ 필자소개

박한선.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현재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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