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고독의 계절? 외로움 즐기다 건강 망친다

2015년 11월 24일 07:00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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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레미 드 구르몽 ‘낙엽’

 

늦은 가을, 푸르렀던 나무는 나뭇잎을 하나둘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를 내 놓는다. 나무 아래 나뒹구는 낙엽을 밟으면 왠지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최근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단순한 기분을 넘어 실제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등 공동연구진은 외로움을 느낀다는 노인 141명을 대상으로 건강과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의 백혈구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이 많이 발현하고,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유전자들은 적게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구가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세포라는 점에서 외로움이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 된다.

 

연구팀은 자세한 기전을 연구하기 위해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붉은털원숭이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국립영장류연구센터에서 무리와 떨어져 지내는 ‘외로운’ 원숭이를 발견했는데, 이 원숭이의 백혈구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백혈구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의 혈중 농도도 외로운 원숭이에서 유독 높게 나타났다. 이 호르몬은 척수에서 미성숙한 단핵구(monocyte, 면역세포의 일종)를 많이 만들어 내는데, 외로운 원숭이의 몸에선 미성숙한 단핵구 수치도 매우 높았다. 미성숙한 단핵구는 염증반응을 높이면서도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유전자의 발현은 막는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외로운 원숭이가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외로운 원숭이에게 면역결핍을 일으키는 바이러스(SIV)를 감염시키자 원숭이의 뇌와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아주 빠르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외로움이 실제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23일 자에 실렸다.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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