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품, 서류검사 보완할 실사 반드시 도입해야

2013년 06월 04일 17:59

 

   잇따른 원전 부품 비리에 대해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서류를 통한 검사가 아닌 부품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원전 가동 기업이 아닌 국가가 직접 인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비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원전을 가동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자회사인 한전기술이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이 납품되면 서류만 보고 규격대로 만들어졌는지, 요구 수준은 통과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실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서류만 감쪽같이 위조하면 검증 절차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차적으로 서류를 발급한 기관에 원본을 확인하는 절차만으로도 비리를 상당수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품질검증서 위조 사건은 검증기관의 원본과 대조하는 절차만 거쳤어도 막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도 국내 시험검증기관이 일부 시험을 외국 기관에 의뢰해 받은 원본 때문에 위조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원본 대조에도 한계는 있다. 부품업체와 결탁한 시험검증기관이 국내에서 모든 시험이 진행된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류 심사와 별도로 부품이 제 기능을 하는지 직접 시험하는 실사 과정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현재는 실사에 대한 의무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이 500만개가 넘는데 어떻게 일일이 검사하느냐는 반론에 대해, 서 교수는 “1990년대 이후 국산화한 부품과 국산 부품 중 외국에서 검증 받은 것 등 의심 가는 부품 위주로 검사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번 사건처럼 국내에 믿을만한 시험검증기관이 있는 데도 외국의 작은 기관에서 시험을 의뢰한 경우가 대표적인 의심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시험검증기관의 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도 제기됐다. 시험검증기관의 자격은 대한전기협회에서 관리하는데, 3일간의 심사를 거쳐 한번 인증을 받으면 3년간 자격이 유지된다. 문제는 3년이 지난 뒤 재인증 과정이 허술하다는 것. 이번에도 재인증 과정에서 서류 몇 장만으로 자격이 연장된 바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서 교수는 “시험검증기관 자격을 부여할 때 엄밀한 현장 실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간 업체가 부품 검증을 맡는 방식은 미국에서 들여온 것인데, 아예 원전 부품 검증을 국가가 나서 직접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가 부품 검증을 민간에 맡긴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다. 부품 납품업체가 내는 돈만으로는 검증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전체 검증 비용을 충당하긴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무환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좋은 게 좋다’는 온정주의가 남아있기 때문에 국가가 공인된 곳에서 검증을 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해야 비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국가가 부품 검증을 직접 책임질 때 비용이 든다하더라도 전력 대란이나 원전 불안전성 때문에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과 비교한다면 어느 것이 득인지는 금방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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