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글로벌 연료전지 테스트베드

2016년 02월 24일 13:48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세계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 완공,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타운 조성. 이 모두가 한국의 연료전지 관련 성과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덕분에 국내 연료전지시장, 특히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외 관련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연료전지 테스트베드로 뜨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투싼ix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투싼ix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 현대자동차 제공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본격적인 R&D 지원이 이루어졌
지만, 1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으며, 포스코에너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단지를 완공한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연료전지 시장은 2013년 1조 7,000억 원대에
서 2033년 38조 6,000억 원대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연료전지 보급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현재 아시아 지역에 가장 많이 보급돼 있다.


포스코에너지가 예상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장이 2013년 세계 시장의 8% 정도를 차지하는 데 불과했지만, 2020년 40조 원으로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세계 시장의 20% 차지할 것”
국내 수소연료전지 산업은 수소제조, 수송용 연료전지, 가정용 및 발전용 연료전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수소는 주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로 130만 톤 정도 생산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대부분 석유 및 화학 분야에서 쓰이고 15% 정도가 다른 산업에 활용되며, 단지 1% 정도만 에너지 분야에 이용된다. 수소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수소의 활용도를 어떻게 넓혀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의 연료전지 산업은 늦게 시작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연료전지 분야 산업체는 9개로 1조 2,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
다. 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1990년대 말부터 개발을 시작해 2단계에 걸친 실증사업을
진행했고, 2013년 수소연료전지 자동차(투싼ix)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해 말 연산 1000대 규모의 상용 생산 설비를 세계 최초로 마련해 본격적인 상업화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연료전지 자동차는 주로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연료전지자동차시장은 2020년경 39만 대에 이를 것이며,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2025년경 약 1만 대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가 되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가격이 현재 8,500만 원에서 구매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위해서는 연료전지 핵심소재와 부품의 국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연료인 수소의 생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실 양태현 연료전지 PD는 “국내에서 수소 인프라의 보급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수소충전소의 설치가 확대되면 시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협의 중에 있다.


한편 도요타가 2014년 말 세단형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미라이’를 출시하면서 관련 시장도 경쟁시대를 맞았다. 일본의 혼다, 닛산은 물론 BMW, 다임러 등 세계적 자동차기업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모델의 출시를 예약해 놓았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투싼ix의 엔진이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로부터 ‘2015 10대 최고 엔진’에 수소차 엔진으로는 최초로 선정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우리나라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뿐 아니라 연료전지 버스와 연료전지 잠수함도 개발한 바 있다. 양
PD는 “한동안 연료전지 잠수함을 독일에서 수입했는데,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연료전지 잠수함에
대한 시험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연료전지 버스는 현대차에서
2004년 개발에 착수해 2009년 2세대 모델을 제작한 뒤, 인천 국제공항 셔틀버스, 서울 월드컵공원 에
코투어, 울산시 시범운행에 투입됐다. 현대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버스는 최고속도가 시속 100km이고 1회 충전 시 440km를 주행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58.8MW 연료전지 발전단지가 조성된 경기그린에너지 전경. - 경기그린에너지 제공
세계 최대 규모의 58.8MW 연료전지 발전단지가 조성된 경기그린에너지 전경. - 경기그린에너지 제공

 

RPS, 국내 연료전지 산업의 견인차
발전용 연료전지도 한국이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한 덕분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기가격이 고시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발전차액 보전제도(FIT)’를 2012년부터 RPS로 변경해 시행하고 있다. RPS는 500MW 이상의 발전시설을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강제한 제도이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산업은 RPS에 따라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시행 첫해 발전용량이 3MW에 불과했으나 이듬해인 2013년 109MW로 급증했다. 이는 2013년 61MW를 기록한 풍력발전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2012년 RPS 시행 이후 연료전지 설치용량이 처음으로
풍력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연료전지 설치용량은 약 160MW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
다. 더욱이 RPS에 따른 의무비율은 2014년 3.0%에서 2024년에는 1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관련기업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최근 10여 개의 외국기업이 독자적으로 또는 국내 기업과 손잡고 국내 연료전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기업인 포스코에너지는 정부의 3대 신재생에너지(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육성정책에 맞춰 2003년부터 사업 검토를 시작했고, 2007년 전 세계에서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의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 퓨얼셀에너지에 투자를 단행하며 관련기술의 국산화에 나섰다. 2013년 12월 세계 최대 규모의 58.8MW 연료전지 발전단지를 경기 화성에 건설하기도 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이미 연료전지의 주변 부품, 스택을 제조하는 시설을 포항에 준공했는데, 오는 11월 초 스택 셀 제조시설까지 포항에 준공하게 된다. 이로써 설계, 생산, 설치, 유지관리에 이르는 연료전지 발전과 관련된 전 공정의 국산화를 이룩하는 셈이다. 이 시설을 통해 2.5MW급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위 주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퓨얼셀에너지와 기술을 제휴한 포스코에너지와 달리 두산은 인산형 연료전지PAFC의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했다. 두산은 지난 10월 22일 부산연료전지발전소용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부산연료전지발전소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는 PAFC로 총 용량 30.8MW에 이른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연료전지 발전소는 전 세계 PAFC 발전시설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국내 도심지역 내에서도 최대 규모라 고 한다. 2017년 초 발전소가 완공되면 연간 25만MWh의 전력을 부산 해운대구 좌동 지역주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LG는 영국 롤스로이스 자회사인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즈을 인수한 뒤 LG퓨얼셀시스템즈로 사명을 바꾸고 국내에 LG퓨얼셀시스템즈코리아란 자회사를 두고 있다. LG퓨얼셀시스템즈가 확보한 기술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이다. 미국에서 모듈화된 1MW급 SOFC 시스템에 대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양 PD는 “이들 기업은 모두 발전용 시장을 타깃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의 목표는 모두 수출”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시장을 차지하고 관련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포스코에너지가 서울시 어린이대공원에 설치한 건물용 연료전지. - 포스코에너지 제공
포스코에너지가 서울시 어린이대공원에 설치한 건물용 연료전지. - 포스코에너지 제공

  

“운전 현황 조사하고 수소충전소에 인센티브 제공해야”
최근 주목할 만한 국내 연구성과 사례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투싼ix, 포스코에너지의
58.8MW 연료전지 발전설비가 있다. 양 PD는 “이 외에도 부품 국산화 성과 중 하나로 개발된 분리판,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에 합병된 현대하이스코는 2012년 백업전원용 연료전지를 개발해 실증까지 마쳤다. 처음에
해외 수출용 1.7kW급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용량을 2kW급까지 늘렸다. 이 회사는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분리판을 개발해 연료전지 자동차(투싼ix), 가정용 연료전지에 사용하고 있다. 스택의 국산화와 수소연료전지차 양산모델 출시에 일조한 셈이다.


양 PD는 “(주)두산 퓨얼셀BG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하는 20kW 연료전지 발전기를 만들어 운전에 성공했다”며 “이는 나중에 친환경에너지 타운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16년 상반기에 진행될 한국에너지공단 융·복합지원사업에 선정된 충주시(태양광, 지열, 연료전지)는 폐기물 소각장의 폐가스를 이용한 연료전지 융·복합사업에 지원했는데, 이 사업에 두산의 20kW급 바이오가스 전용 연료전지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울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타운이 조성돼 195kW급의 연료전지가 설치돼 가동 중에 있다. 울산시는 국내 최대의 수소 생산지로 전체 생산량의 67%를 담당하고, 33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16개 수소충전소 중 2개소가 구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료전지 시장이 확대된 원인은 RPS,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설치 의무화제도 등의 제도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PD는 “이런 제도를 통해 연료전지의 보급이 확대되는 동시에 효율이 향상되면 가격이 떨어져 점점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개선점도 있다. 양 PD는 “연료비 같은 운영비가 계속 들어가 운전을 안 하기도 하는데, 설치된 연료전지의 운전 현황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운전을 계속하다 보면 기술적 문제점도 파악할 수 있으며, 기술 개발을 더 많이 해 성능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토된 보고자료에 따르면, 수소충전소를 설치해놓고 10년간 적자라고 한다”며 “수소충전소 운영사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라는 인센티브를 줘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줘서 수소 인프라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점차 분산전원이 확대되면서 병원, 호텔, 데이터센터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건물에서 연료전지 발전기를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연료전지가 블랙아웃이나 지진 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비상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돌아다니는 분산발전기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kW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서 있을 때 10kW 발전을 할 수 있는데, 만일 10만 대가 모인다면 원전 1기(GW급)의 발전이 가능하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Green Tech. Horizon>   8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충환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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