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 개발의 요람

2016년 02월 24일 15:44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초 탈석유화시대의 바람에 부응하고 미래 수소사회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자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뛰어들었고,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13년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 투산ix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현대차 투싼ix의 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로부터 ‘2015 10대 최고 엔진’ 중 하나에 선정됐다. 2003년부터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힘써온 현대기아차 마북환경기술연구소 연료전지개발팀의 김세훈 팀장을 만나 수송용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절개 모형. - 녹색기술센터 제공
투싼ix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절개 모형. - 녹색기술센터 제공

 

 

2000년대 초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 개발에 투자하는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동차업체 또한 화석연료 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내연기관으로부터 탈피한 새로운 파워트레인(엔진을 비롯한 동력발생장치) 개발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일본, 유럽 자동차업계는 수소연료전지차와 전기차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으며, 현대자동차 역시 미래사회에 부응하는 방향에 대해 상당한 고심을 했다.


김세훈 팀장은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전기는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수요공급이 불안정한 반면, 수소는 잉여 전기로 생산한 뒤 대량으로 저장해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의 수요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수소사회가 올 것이라 예측하고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품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초의 성과 거두기까지
2000년대 초 국내에서는 일반인에게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개념 자체도 모호할 뿐더러,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부품조차도 구하기 힘들었다. 당시만 해도 이 사업영역이 소위 ‘돈 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국내업체 중엔 관련 부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곳이 전무했다. 김 팀장은 “어쩔 수 없이 해외업체에 문의를 하고 부품을 수급하려 했지만 당시엔 현대자동차는 저가의 자동차를 만드는 업체로 인식되고 있어, 과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할 수 있겠냐는 비웃음만 살 뿐 부품조차 구매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UTC 파워라는 수소연료전지 전문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받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인 산타페를 개발했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의 핵심인 스택에 대한 기술은 이전받지 못했다. 결국 2004년 80kW급 연료전지 스택의 독자개발을 목표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으며, 2006년에 이르러 65kW급 스택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 팀장은 “개발 초기 수소연료전지차의 수명을 결정하는 스택의 제작비는 3억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였으나, 기술 노하우 부족 등으로 수명이 채 3달을 넘기지 못했다”며 “그러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스택 수명 감소의 주된 원인이 불완전한 수소공급이라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2009년 당시 800시간이던 스택의 평균수명은 현재 5년(주행거리 10만km)까지 보증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물론 수소연료전지차는 내구성이 아직까지 가솔린차, 디젤차에 비해 부족하지만, 20~30만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 중이다.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한 수소차인 현대차의 투싼ix는 1회 충전으로 415km를 달릴
수 있는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 가격 8,500만 원)이다. 100kW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스택, 100kW 구동모터, 24kW의 고전압 배터리, 700기압의 수소저장탱크 등을 탑재했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12.5초가 걸린다(최고속도는 시속 160km). 이에 2014년 12월 일본 도요타는 1회 충전으로 650km를 주행할 수 있는 세단형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를 출시했다(가격 670만 엔).

 

김 팀장은 “투싼ix가 SUV 형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세단형에 비해 실내공간과 트렁크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며 “투싼ix에 적용된 상압시스템은 공기를 압축하는 데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어 전체적인 효율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서 스택 운전을 위해서는 압축공기가 필요한데, 투싼ix의 상압시스템은 스택에서 발생한 에너지 중 10% 미만을 압축에 사용하고 나머지 90% 이상의 에너지를 구동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절개 모형. - 이충환 제공
김세훈 팀장이 투싼ix의 연료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충환 제공

 

 

유럽은 지자체 공략, 미국은 리스 고객 모집
현대차는 현재 유럽 11개국, 호주, 캐나다, 미국 등 15개국에 수소연료전지차 450여 대를 수출했다. 김 팀장은 “타 업체가 주로 수소충전소가 구축돼 있는 지역에만 판매하는 전략을 펼쳤던 것과 달리 우리는 1대라도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보내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차량 1대를 보내더라도 그에 수반하는 애프터서비스 인력과 부품 등을 함께 보내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 진출은 우선 친환경 사업에 관심이 높은 지자체를 찾는 일부터 시작했다. 때마침 덴마크의 코펜하겐시가 수소연료전지차 보급과 관련한 유럽 실증과제를 수행 중이었고, 당시로서는 수소연료전지차를 공급해줄 업체는 현대자동차가 유일했다. 김 팀장은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지기도 했지만, 소수의 차량만 공급해도 그에 수반하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덴마크를 교두보로 삼아 유럽 진출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LA모터쇼를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리스 고객을 모집했다. 6000명에 가까운
신청자가 몰렸으나, 충전소 20km 안에 거주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선정해 첫해 70명에게 리스 차량을 인도했다. 현재 3년간 월 499달러의 리스 비용을 받고, 연료비를 무상으로 공급하며 정기점검을 통한 신속한 부품교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지 고객들은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

 

김 팀장은 “혹자는 이 사업의 수지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사업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다가올 수소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일련의 테스트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와 관련한 정부지원뿐 아니라 수소충전소 건설과 관련한 규제완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이 먼저냐,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이 먼저냐 하는 논란이 뜨거웠지만, 최근 미국, 독일, 일본이 얻은 결론은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는 것이다. 차량을 제작해 고객에게 인도할 때까지 국내의 경우 1~2달쯤 소요되지만, 수소충전소 1기를 짓는 데는 1~2년이 걸린다. 결국 충전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으면 차량이 있어 봐야 쓸모가 없는 것이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는 세금으로 충전소 100기를 설치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독일은 H2 모빌리티
(mobility)라는 에너지업체들의 합작 회사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수소충전소 400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정부 차원의 로드맵 구상에 따라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아직까지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소극적인 편이다.

 

수소충전소 관련 규제 또한 수소인프라의 구축에 있어 건설비용, 운영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가스안전공사에서 2018년~2020년까지 수소충전소 관련한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일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이미 규제가 완화된 일본, 유럽과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Green Tech. Horizon>  8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녹색기술센터 이재연 연구원

jylee@gtck.re.kr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