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첨단축산기술 허브를 꿈꾼다

2016년 02월 26일 10:08

강원도 평창으로 이전한 지 만 2년.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Green Bio Science and Technology, GBST)은 ‘동북아를 대표하는 지속가능한 농축산 첨단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평창에 자리 잡았다. GBST를 대표하는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와 실험목장을 직접 방문해
연구소의 강상기, 박병철 교수와 목장의 김회웅 수의사를 만났다.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의 강상기 교수(왼쪽)와 박병철 교수가 우리나라 축산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이충환 제공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의 강상기 교수(왼쪽)와 박병철 교수가 우리나라 축산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이충환 제공

 

 

최근 축산 분야의 연구 경향이 생명과학 쪽으로 쏠리고 있지만,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전통적인 축산 분야를 복원하자’라는 뜻에 따라 전통 축산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강상기 교수는 “현재 농업 분야에서 축산의 비중이 50%에 달한다”며 “재작년에 농림수산식품부의 명칭을 농림축산식품부로 바꾼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부 차원에서도 축산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GBST이란 연구조직과 국제농업기술대학원이란 교육 조직으로 나뉘어 있다. GBST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에는 전통적인 축산분야 연구의 최전선에서 뛰는 교수들이 다수 모여 있다. 현재 국제농업기술대학원의 전임교수 14명은 GBST의 겸무연구원이기도 하다. 박병철 교수, 강상기 교수 역시 국제농업기술대학원 소속의 전임교원으로 근무하면서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의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RFID 기반 자동화, 맞춤형 생균제 등 첨단기술 도입
현재 서울대 평창캠퍼스에서는 전통 축산의 밑바탕이 되는 연구와 더불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ICT 융합 연구가 병행되고 있다.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의 중점 연구에 대해 박병철 교수는 “연구소의 3대 핵심목표가 개체관리, 환경관리, 질병관리 분야에서 자동화시스템의 구축”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ICT, 로봇공학 기술, 바이오 기술을 축산에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체관리, 환경관리, 질병관리 시스템은 축종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송아지 1마리당 380만 원을 호가하는 소는 개체관리가 적합하다. 연구소에서는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도입해 축우의 개체관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특히 번식관리의 자동화에 관심이 크다. 개체별 행동을 분석해 생식주기를 자동 진단하고 가임시기를 조기에 파악하고, 특정 암소가 발정기에 접어든 경우 자동으로 담당 수의사에게 해당 정보를 보내 번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닭은 사육수 자체가 워낙 많아 개체관리보다 환경관리에 집중한다. 축사의 온도와 공기 상태를 자동 조절해주거나 조도를 적정량으로 맞춰 산란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많은 축사의 환경이 감염성 질병에 취약해 가축의 질병관리는 개체관리, 환경관리보다 더 보완돼야 할 분야이다. 그동안 질병관리 차원에서 사용됐던 사료첨가용 항생제는 슈퍼박테리아 발생 문제를 일으켜 2012년부터 사실상 사용이 금지됐다. 연구소에서는 새로운 대체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연구해 왔는데, 이미 항생제를 대체할 축종 맞춤형 복합 미생물 생균제를 개발한 상태이다. 이 생균제는 간균(bacillus), 효모(yeast), 대장균(E. coli) 등의 유용 미생물을 기초로 해 축종별 질병 원인균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유산균을 조합함으로써 질병 유행 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복합 미생물 생균제 중 일부는 국내 2위의 양계회사인 마니커와 서울대의 공동출자회사인 에스앤마니커에 기술 이전됐고, 해당 생균제를 적용해 키운 닭으로 만든 상품이 출시돼 판매 중이다. 2013년엔 상품 매출액이 36억 원을 기록했는데, 그중 1%를 기술료로 받기도 했다.

 

생균제 외에 질병관리 측면에서 전자태그에 가축의 체온변화를 자동 감지하는 센서링 기술을 접목해 개체별 조기 감염진단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체온변화는 감염뿐 아니라, 무리 간 다툼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서울대 평창캠퍼스 실험목장에서 사육되는 소의 목에는 RFID 목걸이가 걸려 있다.  - 녹색기술센터 제공
서울대 평창캠퍼스 실험목장에서 사육되는 소의 목에는 RFID 목걸이가 걸려 있다.  - 녹색기술센터 제공

 


첨단 시설로 ‘동물복지’ 실현하는 실험목장
해발 600m 높이의 청정지역에는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테스트하는 실험목장이 있다. 서울대는 이곳에 친환경 및 동물복지에 기반한 축산을 연구하기 위한 첨단 목장시설(가축 사육시설7620평, 초지 약 40만 평)을 구축했는데, 이는 최대 한우 400두, 젖소 200두, 가금(산란계 및 육계) 5만 수 이상을 사육할 수 있는 규모이다. 또한 2016년에는 양돈 연구단지도 착공될 예정이다.


실험목장에는 로봇착유(搾乳)시스템, 로봇포유(哺乳)시스템, 개체관리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사육 중인 소들은 RFID 목걸이를 착용하고 축사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목걸이로 확인받은 뒤 해당 장비에 들어가 스스로 사료를 먹고 착유받는 토털 시스템의 관리를 받고 있다.


어린 포유동물도 100일 이전에는 수시로 우유를 공급해줘야 한다. 기존에는 인력이 직접 투입되어 하루에 (마리당) 2리터 이상씩 계속 우유를 공급했으나, 현재는 그 대신 로봇포유시스템을 통해 소들이 원할 때 스스로 액세스(RFID 목걸이로 인식)해서 우유를 섭취할 수 있게 됐다.


ICT를 융합해 각 관리 항목을 감지해 관리자의 명령 없이도 자동적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이곳 실험목장의 궁극적인 목표다. 김회웅 수의사는 “이렇게 ICT가 도입되면 농장주도 편해지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의 ‘복지’ 차원에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술이 동물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소가 스스로 충분히 우유를 먹을 수 있으며, 원할 때 등을 긁어주는 기계도 마련돼 있다. 연구소의 최종 목표는 ‘동물복지의 실현’이다.


“녹색기술 중심의 선순환모델 구축한다”
서울대 평창캠퍼스에서는 3가지 유형의 산학협력모델을 구축해 놓은 상태이다. 서울대가 기업과 공
동투자해 기술지주회사로서 자회사를 설립하고 참여 주체별 핵심역량을 특화시켜 운영하는 방식, 해외 기업이 직접 캠퍼스 내에 건물을 짓고 연구소 혹은 자회사를 설립해 일정 기간 함께 사업을 하다가 기부 체납하는 방식,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원한다면 기술개발단계에서 서울대와 공동 연구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평창캠퍼스 내에는 카길애그리퓨리나(Cargill Agri Purina Inc.)라는 다국적 기업의 연구소(아시아총괄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또 평창캠퍼스의 계획에는 바이오가스플랜트라는 녹색기술 중심의 선순환모델이 포함돼 있다. 가축을 키우면 유기성 폐자원(분뇨) 등이 나오는데, 이로부터 발생되는 메탄은 바이오가스플랜트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 메탄을 추출하고 남은 유기성 폐자원 찌꺼기는 발효를 통해 액체비료로 변환된 뒤 작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로 활용될 수 있다. 생산된 작물이 다시 가축의 먹이로 사용되면 선순환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

 

바이오가스플랜트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이에 박 교수는 “바이오가스플랜트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자체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만으로 부족해 외부에서 일정부분을 공급받아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합의되고 일정부분의 예산만 확보된다면 언제라도 바이오가스플랜트를 중심으로 하는 선순환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한국에서 근대적 축산을 시작한 것은 광복 이후이며 단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해왔다”며 “그동안 한국이 축산분야에서 선진국의 기술지원을 통해 성장해온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확보한 친환경 첨단 축산기술을 동남아 등 저개발 국가에 전파함으로써 아시아 축산기술의 메카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축산기술을 만들어가고, 동물복지형 축산업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에 분주한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의 미래 행보가 기대된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Green Tech. Horizon>  9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녹색기술센터 이재연, 권윤택 연구원

yoontaek.kwon@gtck.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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