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온실을 넘어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2016년 02월 26일 10:30

네덜란드는 1880년대만 해도 농업을 등한시했지만, 한 차례 식량 위기를 겪고 난 뒤 농업국가로 탈바꿈해 현재는 세계 2위의 식량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의 근간에는 농가, 연구기관, 기업이 긴밀하게 연계된 선진적인 농업 시스템이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 농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온실 농업에서는 기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온실기자재 기업인 프리바를 취재했다.

 

프리바 사의 시스템이 적용된 토마토 온실. 토마토를 땅에 직접 심지 않고 화분에 심어 지면에서 일정 거리를 떼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분 아랫부분에는 물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파이프가 지나는데, 각각의 화분에 자동으로 물과 영양소를 공급한다. - PRIVA 제공
프리바 사의 시스템이 적용된 토마토 온실. 토마토를 땅에 직접 심지 않고 화분에 심어 지면에서 일정 거리를 떼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분 아랫부분에는 물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파이프가 지나는데, 각각의 화분에 자동으로 물과 영양소를 공급한다. - PRIVA 제공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농산물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아마 튤립부터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화훼시장의 거래량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세계 2위의 토마토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토마토가 한때 ‘물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의 조롱거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토마토는 쌀쌀하고 일조량도 시원찮은 네덜란드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자연조건으로 보면 포기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네덜란드인들은 ‘자연조건이 불리하면 만들면 된다’는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바로 유리 온실을 이용한 농업이었다. 온실 농업은 날씨와 기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생장에 필요한 환경을 최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생산량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실제로 기후가 토마토 재배에 적합한 그리스에 비해 네덜란드의 단위면적당 토마토 생산량은 10배에 달하고 품질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신화의 이면에는 기술력과 시장성을 두루 갖춘 기업들 이 포진해 있다.

 

‘식물이 원하는 바를 해준다’
“네덜란드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온통 농지예요. 가만히 놔두는 땅이 없을 정도지요. 남부에서는 시설 농업을 많이 해요. 조금 있으면 온실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우리에게는 ‘헤이그’로 알려진 덴 하흐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도로변에 끝없이 펼쳐지는 농가들을 바라보며 동승한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조세핀 리가 설명했다. 확실히 덴 하흐에 가까워질수록 탁 트인 방목지가 펼쳐진 풍경이 오밀조밀 들어선 유리온실 천지로 변하기 시작한다. 덴 하흐 남동부의 프리바는 줄지어 선 온실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온실기자재 기업인 프리바의 내부 전경. - 김택원 제공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온실기자재 기업인 프리바의 내부 전경. - 김택원 제공

프리바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온실 솔루션 기업으로, 온실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스템
을 제공한다. 1959년 가족 기업으로 출발한 프리바는 온실 안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설비를 주로 생산했다. 그러다 점차 실내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지금과 같은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80년대부터는 총 464명의 직원 중 100여 명이 해외 지사에서 일할 정도로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국내에도 1990년부터 일부 농가에 프리바의 설비가 도입됐다. 프리바 마케팅 매니저 데니스 드비트(Dennis de Wit)가 본사의 곳곳을 안내하며 주변의 시설 농가와 전문인력이 프리바의 성장 비결이
라고 소개했다.


“농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제 농업 현장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죠. 시설농가들이 밀집된 곳에 자리 잡은 덕분입니다. 이를 뒷받침할 고급인력들이 포진했음은 물론입니다. 본부에서 일하는 325명 중 100명 정도가 R&D 인력이에요.”

 

네덜란드에서는 1970년대부터 토양 ‘세척’을 전면금지했다. 토양세척은 세척제를 이용해 토양 속의
다양한 오염물질을 제거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농경지를 최적의 상태로 회복하는 데 종종 이용된다. 그러나 토양유실이 일어나거나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어 땅이 귀한 네덜란드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시설농가들이 선택한 방법은 땅에서 벗어나는 것, 바로 화분을 이용한 재배였다.


“네덜란드의 시설농가 중 상당수는 수많은 화분에 작물을 심어서 재배하고 있어요. 이 방법은 작물이 자라는 환경을 제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요. 프리바의 솔루션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한편, 화분에 공급되는 수분과 영양소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함으로써 온실 속 작물이 자라는 환경을 최대한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드비트는 본사 근처의 토마토 농가를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이 농가의 거대한 온실에는 토마토를 심은 화분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다. 그 사이를 프리바의 로고가 새겨진 파이프가 가로지르며 물과 영양소를 공급하고, 온실 천장에는 여러 개의 환기장치가 설치돼 실내의 공기를 순환시킨다. 온실 곳곳에 자리 잡은 센서는 실내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각각의 화분에 설치된 센서는 흙의 산성도, 무기염류의 양, 잔류 수분의 양을 확인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농장 내 전산망을 통해 중앙시스템으로 전송돼 알아보기 쉬운 형태로 정리돼 표시되고, 농부는 이를 확인하고 자신만의 노하우에 따른 관리 기준을 설정하면 지정한 기준에 부합하도록 실내 환경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프리바의 솔루션은 ‘식물이 원하는 바를 해준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실내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식물들은 기공을 열고 호흡을 활발하게 해서 체온을 낮춥니다. 그 결과 습도가 올라가는데, 센서가 높아진 습도를 감지하면 중앙처리장치가 태양광을 차단하고 환기시스템을 가동시키지요. 식물이 내보내는 신호를 파악해 식물들이 가장 편하게 생장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프리바 시스템의 운영 철학입니다.”

 

농작물과 물고기 함께 키우는 ‘농장 빌딩’
드비트가 강조한 프리바의 전략은 발상의 전환이다. 프리바의 시스템은 분명 단말과 중앙처리장치로 구성된 메인프레임의 성격이 강하다. 즉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바에서는 이를 농작물의 관점에서해석한다. 실내 환경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가장 편하게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드비트는 사람과 식물이 다를 바 없다며 프리바의 철학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가장 편한 상태에서 최고의 능률을 발휘하죠. 프리바가 직원들의 공간을 최대한 쾌적하게
유지하는 이유도 그러한 환경에서 가장 놀라운 성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농작물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편할 때 가장 훌륭한 성과를 냅니다. 수혜자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환경 요소들을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프리바의 이런 철학은 사람을 대상으로도 확장돼, 1980년대부터는 고층빌딩의 실내환경 조절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암스테르담 무역센터, 대형 마트 등 네덜란드 내 주요 빌딩들에 프리바의 환경조절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쾌적한 상태를 최소한의 에너지로 유지하는 것이 프리바 시스템의 역할이다.

최근 프리바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농장 빌딩’이다. 건물의 옥상에는 온실을 설치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건물 내부에는 물을 채워 물고기를 양식하는 방법이다. 빌딩 형태이므로 소비지 가까운 곳에 설치할 수 있어 운송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고기가 만들어 낸 질소 노폐물을 농작물의 비료로 사용하고, 농작물이 광합성으로 만들어 낸 산소를 수조에 공급해 농경과 양식에 따른 공해를 줄일 수도 있다.


“농장 빌딩은 중간 단계예요. 장기적으로는 유통과정이나 산업단지와의 연계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프리바가 강조하는 것은 농업의 지속가능한 가치사슬입니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분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과소비되고 환경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런 농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지요. 그러나 운송과정을 최적화하고, 공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농업에 활용하고, 발전소의 폐열을 시설 난방에 사용하는 식으로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을 만들고 이를 적절히 제어한다면 지속가능하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Green Tech. Horizon>   9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김택원

tw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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