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할 고민, 과민성 방광

2016년 10월 21일 14:35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발행한 <SEMA 함께 행복 同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명절이나 주말에 도로 정체로 어쩔 수 없이 소변을 참고 또 참은 일, 화장실이 급한 데 중요한 회의, 시험, 발표 등으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일 때 느끼는 당황스러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이지만 다시 겪고 싶지는 않은 이 상황이 매일 일어나는 질환이 있다. 범인은 과민성 방광. 보통 방광은 400~500㎖ 소변을 저장할 수 있는데 과민성 방광은 소변이 조금만 차도 참기 어렵다고 느낄 정도로 배뇨 욕구가 증가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서 참을 수 없다고 느끼는 '요절박', 소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에 소변을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2회 이상 일어나는 '빈뇨', 밤에 잠을 자다가 소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을 가는 '야간뇨' 등이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조사한 자료(2007)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1명 이상(12.2%)이 과민성 방광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2001)에서 30% 이상이 과민성 방광 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중장년층의 유병률이 높다.

 

 

노화에 따른 방광의 잦은 수축과 전립선 비대증도 원인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방광 근육의 잦은 수축, 방광이 느끼는 감각 이상, 방광종양이나 결석, 요로감염 등 방광 관련 질환과 전립선이나 신경계 질환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뇌종양, 치매, 파킨슨병, 뇌혈관 질환, 디스크, 척추관협착, 말초신경병증 등은 하부 요로계를 조절하는 신경계를 손상시켜 과민성 방광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화도 이유다. 나이가 들면 방광은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면서 방광의 용적은 줄어든다. 또 방광으로 가는 신경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작은 자극에도 수축이 일어난다. 남자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 비대증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비대해진 전립선은 소변이 나오는 요도를 막아 방광 기능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과민성 방광이 생기기도 한다. 

 

골반 근육 운동과 방광 훈련만으로도 효과

치료는 초기에는 방광 훈련과 골반 근육 운동을 중심으로 한 행동 치료를 시행한다. 방광 훈련은 정상적인 배뇨 감각을 훈련하는 방법으로 치료 효과가 60~90%로 보고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소변을 참는 것. 처음에는 2시간을 정해 일주일 간격으로 10~30분씩 연장하고 4~6주에는 4~6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처음 2~3일은 힘들지만 꾸준히 하면 증상이 금방 나아진다.

골반 근육 운동의 목적은 갑작스러운 방광 수축으로 소변 욕구를 느낄 때 스스로 골반 근육을 수축해 소변을 참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방법은 똑바로 바닥에 누워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시며 엉덩이를 서서히 들면서 골반 근육을 5~10초간 수축한 후 어깨, 등, 엉덩이 순서로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힘을 빼면 된다.

행동 치료만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을 때는 약물을 함께 쓴다. 약물은 방광 배뇨근의 수축을 억제해 방광의 압력을 줄여 소변 저장 능력을 개선시키는 작용을 한다. 항무스카린제, 톨터로딘, 솔라페나신, 페소페로딘 등의 예다.

부작용은 침샘 분비로 억제로 입안이 마르는 증상과 안구 건조, 변비 등이다. 이 때문에 약물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거나 약물을 3~6개월 이상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 시술을 하기도 한다.

시술 중 하나인 전기자극 치료는 골반 근육과 방광에 약한 전류를 흘려 요도 괄약근이나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또 강력한 자기장을 환자의 골반에 쏘아 골반 근육 내 신경세포를 자극해 수축과 이완을 유도하는 체외 자기장 치료도 있다.

난치의 경우에는 천수신경조정술을 시행한다. 체내에 전기자극 기기를 이식해 배뇨 기능을 담당하는 천수신경을 자극해 비정상적인 배뇨 반응을 억제시켜 정상적인 배뇨 기능으로 되돌리는 시술이다. 이 외에도 방광신경차단술, 방광확대술, 배뇨근절제술 등 수술법도 있다.

 

 

보톡스로 방광 근육 이완시켜 요실금 치료하기도

최근에는 보톡스를 이용한 치료법도 나왔다. 보톡스는 보툴리누스균이라는 식중독 유발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로 방광 근육을 이완, 소변 저장 능력을 향상시켜 소변이 새어나오는 절박성 요실금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뇨는 중추신경계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에 의해 방광 근육이 수축하고 요도 부근의 스핀터라는 근육이 이완되면서 이뤄진다. 이때 보톡스가 근육에 닿아있는 신경세포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차단해 방광 근육을 수축하지 못하게 하면서 근육을 마비시켜 방광 근육을 이완된 상태로 만드는 것.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에 대해 시술받은 환자 중 70~80%가 요실금이 사라졌고 30%는 요실금 양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다만 보톡스는 3~6개월 뒤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4~8개월 주기로 재시술을 받아야 한다. 부작용으로는 요로감염과 방광에 소변이 차있어도 배뇨를 못하는 요폐, 혈뇨 등이 있다. 요폐의 경우는 100명 중 6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경우, 환자가 직접 도관을 삽입해 배뇨하는 치료를 시행하고 요로 감염에는 항생제를 사용한다.

 

 

과민성 방광,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면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과민성 방광은 증상도 문제지만 증상이 또 다른 병을 유발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언제 어디서 참기 힘들 정도로 소변이 급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요실금으로 인한 수치심 등은 야외 활동에 대한 두려움과 우울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과민성 방광은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은 질환이다. 지난 2013년 13개 대학병원의 건강검진 센터를 방문한 20대 이상 여성 5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55%가 방광 질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갱년기와 함께 겪는다면 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소변으로 수면 중에도 여러 번씩 깨는 날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곤함과 스트레스도 쌓일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과민성 방광은 방광 훈련과 골반 근육 운동 등을 통해 생활 습관만 꾸준히 개선해 나간다면 치료할 수 있는 만큼 내 몸에 관심을 갖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