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여성과학기술인들의 복지만족도에 큰 영향

2016년 10월 21일 14:55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발행한 <SEMA 함께 행복 同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임신과 출산, 육아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다. 임신과 출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직장에 복귀하려 해도 아이를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아 망설여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6월 과학기술인 복지전문저널 <행복한 과학기술인>에서 과학기술인공제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복지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자녀를 가진 과학기술인이 자녀가 없는 과학기술인보다 복지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복지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남성보다 여성 과학기술인의 복지 만족도가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출산과 육아 문제가 여성과학기술인의 복지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하며 자녀들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

 

▲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등 4개 연구원이 공동 이용할 수 있는 '과학나래 어린이집'(왼쪽),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직장어린이집 'KAERI 아톰 어린이집'(오른쪽)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소 등에 육아를 위한 시설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가 대표적인 경우다. 올해 들어 대다수 정부출연연구소에는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지원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등 4개 연구원이 공동 이용할 수 있는 '과학나래 어린이집'이 오픈했다. 4월 19일에는 원자력연구원 직원들을 위한 'KAERI 아톰 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표준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화학연구원 등도 자체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표준연 '사과나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한 여성 연구원은 "직장 내 어린이집이 있어 늘 편안한 마음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함께 원내를 산책하는 어린이들을 보고 있으며 엄마로서 큰 기쁨을 느낀다"며 어린이집에 고마움을 표명했다. 4살 된 아이를 가진 이 연구원은 현재 2년째 이 어린이집에 하루 8시간씩 육아를 위탁하고 있다.

직장 내 어린이집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근무 시간 동안 육아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 가까운 데서 자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접근성' 때문이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일을 할 수 있어 부모로서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여성은 물론 부모 된 연구원들의 공통된 감정이다.

 

과학단지 내 어린이집,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인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거 대덕단지 내 심각했던 육아 난이 해소되고 있는 분위기다. 1995년부터 단지 내에서 '사이언스 신성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최효영 원장은 "지난해 어린이집 대기자 수가 250명에 달했는데 올해 들어 150명 선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이언스 대덕 어린이집'의 김익정 부장도 "지난해 어린이집 대기자의 경쟁률이 4대1에 달했는데 올해 들어 3대 1로 줄어들었으며 내년에는 더 낮아질 것"이라며 대덕단지 내 육아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데 대해 기쁨을 표명했다.

대덕단지와 같은 과학단지 내 어린이집은 다른 지역과 달리 다른 과제가 부여되고 있다. 야근은 물론 새벽 근무가 많은 관계로 어린이집 역시 하루 8시간을 초과해 4~5시간의 추가 운영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4월 개설한 '과학나래 어린이집'의 경우 오전 7시30분에 개원해 오후 9시까지 하루 13시간 30분 운영 중이다. '사이언스 신성 어린이집'의 경우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4시간 30분 문을 열어놓고 있다.

프로그램 역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부모들의 학력 수준이 매우 높아 육아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덕단지 내 어린이집들은 '수준이 높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출연연구원이 아니라 같은 단지 내 입주해 있는 대학, 민간연구소 등 여성 과학기술자가 다수 근무하고 있는 기관들이다. 이들 기업, 기관에서는 자체적인 어린이집보다는 일반 어린이집을 이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 '사이언스 신성 어린이집'의 수업 현장(왼쪽), '사이언스 대덕 어린이집'의 내부 시설(오른쪽)

 

과학인 육아 시설 전국적으로 태부족

 

전국에 있는 이공계대학, 공공연구기관,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 과학기술 관련 기관들을 살펴보았을 때 아직도 여성 육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의 2014년 조사에서 어린이집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303개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기관 중 보육시설을 설치한 경우가 60.1%, 설치의무가 없는 2,919개 비해당 기관의 경우는 6.0%에 불과했다. 3,222개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보육시설을 설치한 기관 비율은 11.0%로 나타났다.

직장 육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기관이 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과학기술 관련 기관들이 50% 정도의 보육시설 설치율을 달성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여성과학자의 견해다.

직장 보육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당시 정부 통계에서 여성 근로자의 출산 전 휴가는 물론 육아휴직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특히 육아휴직의 경우 2013년 6만 9,616명이던 것이 2014년 7만 6,833명으로 10.4%가 늘어났다.

지난 2002년 3,763명과 비교하면 20.4배로 늘어난 것이다.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육아 휴직자 중 2002년 1.5%였던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2014년에는 4.5%로 3배로 늘어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 등 공공기관들이 육아휴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덕단지 사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대면할수록 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육아 관련 법·제도 개선 서둘러야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집을 증설하는 문제다. 영유아보육법 제14조에 따르면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의 어린이집과 위탁 계약을 맺어 근로자 자녀의 보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 수가 규정에 미달할 경우 어린이집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제외하면 어린이집 운영하는 기업 수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비용 문제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간 기관의 경우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어느 선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할지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힘들다. 선진국일수록 육아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재가 필요한 과학기술계에 여성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국가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여성 과학기술자들의 육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과 제도 측면에서 면밀한 조정이 있어야 하겠다.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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