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출력 4PW(페타와트) 레이저 개발에 일조하다

2016년 10월 31일 13:38

 

앞으로의 초강력 레이저 개발을 주도하고 싶다는 유제윤 연구위원 - IBS 제공
앞으로의 초강력 레이저 개발을 주도하고 싶다는 유제윤 연구위원 - IBS 제공

2012년, 당시 티타늄 사파이어 레이저로는 세계 최고인 1.5PW를 달성했던 초강력 레이저 연구진. 그 연구진에서 올해 레이저의 출력을 종전보다 3배에 가까운 4PW로 끌어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뿐만 아니라 레이저 빔의 펄스폭도 30fs에서 올해는 20fs 이하로 좁히기까지 했다. 이처럼 초고출력, 극초단파의 극한의 빛을 구현해낸 것은 바로 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내 레이저 개발팀. 이 개발팀에 속한 젊은 물리학자 유제윤 연구위원을 만나 초강력 레이저 개발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출력 레이저의 두 마리 토끼 다 잡아

 

“4PW 레이저를 처음 증폭시켰던 날은 연구단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극적이었습니다. 레이저 개발팀은 모두가 연구실에 남아서 집에 갈 생각도 잊은 채 증폭 실험에 매달려 있었죠. 혹시나 잘못될까 모두 가슴 졸이며 한 단계씩 천천히 증폭을 해갔어요. 늦은 밤이 되어서야 4PW의 출력을 얻었습니다. 이 레이저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 팀 모두가 오랜 시간 정말 많은 고생을 했는데 그 노력이 보답을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유 연구위원은 올 2월 처음으로 4PW를 달성했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렇다면 4PW의 출력을 내는 레이저는 대체 얼마나 센 것일까. 지구 전체에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는 대기권 밖에서 약 174PW라고 한다. 4PW는 이 태양에너지 세기의 약 40분의 1에 달하는 정도다. 이 PW 레이저를 렌즈를 이용해 지름 2μm(마이크로미터, 10-6m)로 집속하여 얻을 수 있는 빛의 세기는 태양빛을 지구만 한 크기의 렌즈를 이용해, 0.5mm 샤프심보다 35배 작은 15μm 안에 모은 것과 맞먹는다는 게 유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유 연구위원은 이처럼 높은 출력은 레이저의 에너지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도록 압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단의 레이저는 20fs 이하의 극초단파 펄스를 방출한다. 20fs는 빛이 고작 머리카락 한 올 굵기의 10분의 1 정도인 6μm를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빛이 1초에 지구 7바퀴 반을 도는 것과 비교하면 찰나의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펨토초 레이저와 같은 극초단 레이저는 고출력을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질 내에서의 전자 산란, 분자의 움직임 등 미시 세계를 탐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초강력 레이저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현재 유럽, 중국 등에서 10PW의 출력을 목표로 레이저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연구단에서 달성한 4PW의 출력이 레이저의 종류를 불문하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레이저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출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연구단은 세계 최고의 출력을 어떻게 달성했을까. 유 연구위원은 출력을 높이는 데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레이저 펄스가 지속되는 시간(펄스폭)이고 다른 하나는 레이저 펄스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다. 레이저의 출력은 레이저 펄스의 에너지를 펄스폭으로 나눈 값과 같다. 즉 레이저의 출력을 높이려면 펄스폭을 줄이거나 에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이 두 요인을 모두 개선했다.


레이저 펄스폭을 줄이려면 펄스를 이루는 빛의 파장영역이 늘어나야 한다. 즉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구단의 레이저는 펄스폭이 30fs이었다. 당시는 750∼850nm의 스펙트럼을 이용했지만 20fs를 얻기 위해 740∼860nm로 확장했다. 수치만 보면 스펙트럼을 양쪽에서 10nm씩 늘렸을 뿐이다. 하지만 이 일은 상당히 복잡하다.


레이저의 스펙트럼은 증폭을 하는 동안 계속 변한다. 가령 어떤 파장의 빛은 증폭이 잘되는가 하면 다른 파장의 빛은 잘되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처음에 레이저에서 생성한 씨앗빔의 스펙트럼이 증폭을 거치면서 달라져 버린다. 이 때문에 최종 증폭 후에도 원하는 스펙트럼을 얻기 위해서는 레이저의 앞부분에서 스펙트럼을 능동적으로 변조하여 최적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단에서는 스펙트럼 변조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유 연구위원은 밝혔다.


연구단은 레이저의 에너지도 높였다. 고출력 레이저를 증폭하려면 티타늄 사파이어 증폭매질을 비롯해 광학계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규모가 커지면서 기생발진이라는 현상이 발생해 레이저의 증폭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레이저 펄스를 증폭하기 위해 티타늄 사파이어 증폭매질에 에너지를 모아두는데, 기생발진 현상이 생기면 이 모아둔 에너지가 상당 부분 손실되고, 이로 인해 레이저의 에너지가 떨어지고 빔 모양이 나빠진다. 이 때문에 기생발진을 억제하는 것이 초강력레이저 증폭에서 중요한 이슈라고 유 연구위원은 말한다. 연구단에서는 기생발진의 원인인 증폭매질 측면에서의 표면반사를 억제하는 기술을 통해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덕분에 최종 증폭에너지를 60J에서 112J로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그 결과 84J의 압축된 4PW 펄스 생성에 성공했다.

 

4PW 레이저뿐 아니라 그 이상의 레이저를 개발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계속 연구하고 있는 유제윤 연구위원 - IBS 제공
4PW 레이저뿐 아니라 그 이상의 레이저를 개발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계속 연구하고 있는 유제윤 연구위원 - IBS 제공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레이저개발팀의 가장 큰 힘

 

이 같은 초강력 레이저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유 연구위원이 담당한 연구 분야는 4PW 레이저의 증폭 시뮬레이션이었다. 4PW 레이저는 씨앗빔 생성에서부터 펄스 확장기, 다섯 단계의 증폭기, 펄스 압축기 등 여러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최종 증폭되는 레이저의 특성을 결정하는 변수가 매우 다양하다. 유 연구위원은 “모든 부분들을 하나하나 직접 바꿔가며 최적의 조건을 찾기란 시간도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며 “이 때문에 수치계산을 통해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 그는 4PW 레이저뿐 아니라 그 이상의 레이저를 개발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유 연구위원은 연구단에 들어와서 레이저에 대한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 때문에 레이저 분야로 학위를 받고 박사후연구원을 시작하는 연구자에 비해 관련 지식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유 연구위원은 “처음에는 무작정 실험실에 들어가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하루 종일 지켜보면서 어깨너머로 배우고는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레이저 증폭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면서, 레이저개발팀의 이성구 박사와 성재희 박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두 분이 10년간 초강력 레이저를 개발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해준 덕분에 교과서적 내용뿐 아니라 실제 레이저 개발에 필요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 연구위원은 레이저 개발팀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도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모르는 점이 있거나 레이저 관련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때그때 같이 토론하며 결론을 도출한다고 한다. 또한 학술회의 참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어서 국내외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정보를 얻는 것도 가능했다.


유 연구위원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연구단이 초강력 레이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연구단은 4PW 레이저 개발로 여러 국제학술회의에서 초청강연 의뢰를 받고 있다. 직접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했을 때도 연구단의 초강력 레이저에 대한 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해외 유수의 연구자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질문하고, 앞으로의 레이저 개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레이저 개발팀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연구팀도 함께 있다. 초강력 레이저 개발은 그 자체로도 매우 도전적인 연구 분야이지만, 발생된 초강력 레이저는 그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고도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광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플라즈마 물리학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레이저 개발 전문가와 레이저 응용 전문가가 한데 모여 레이저 개발 연구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응용 면에서 실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레이저의 특성이 무엇인지, 실험을 위해 레이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서로서로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연구단에서는 가능하다. 유 연구위원은 “물리학의 새 지평을 열 연구의 시작과 끝을 한 연구단에서 모두 수행하는 것은 연구단의 국제적인 경쟁력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초강력 레이저 개발을 주도하고 싶다는 유제윤 연구위원 - IBS 제공
앞으로의 초강력 레이저 개발을 주도하고 싶다는 유제윤 연구위원 - IBS 제공

차세대 연구자 양성이 최종 꿈

 

앞으로 연구단은 레이저의 출력을 20PW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더욱더 강력한 레이저를 개발함으로써 실험실 안에서 일반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천체물리 현상이나 고에너지 입자 가속 등의 흥미로운 물리현상을 밝혀나가고자 한다.


초강력 레이저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 그룹의 자리를 유지해 나가려는 연구단에서 유 연구위원은 어떤 꿈을 꿀까. 유 연구위원은 “이렇게 우리나라의 레이저 과학이 세계를 선도해 나가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4PW 레이저 개발에서는 많이 배우는 입장에서 참여했다면 앞으로의 초강력 레이저 개발에서는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그래서 더 먼 훗날에는 그때까지 연구하며 자신이 풀 수 없었던 문제들을 해결해 줄 차세대 연구자를 양성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 본 콘텐츠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온라인 뉴스레터 IBS 뉴스레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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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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