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의 주범? 소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6년 11월 17일 17:47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발행한 <SEMA 함께 행복 同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최근 고지방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탄수화물이 뭇매를 맞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과 대사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 하지만 탄수화물은 죄가 없다. 필수영양소로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할 뿐이다. 문제는 과잉섭취다. 소금도 마찬가지다.

 

 

소금은 몸에 나쁘다?

 

소금이 고혈압,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공공의 적이 됐다. 하지만 소금은 억울하다. 소금은 신진대사와 적혈구 생산을 촉진하고 삼투압으로 수분의 양을 조절해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전해질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소금은 담즙과 췌장액 등 중요한 소화액의 재료로 소화와 흡수도 돕는다. 유해한 물질이나 세균의 침입을 막는 해독과 살균 작용도 가지고 있다. 파괴된 세포의 회복을 비롯해 근육의 수축작용,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도 관여한다.

문제는 '짜게' 먹는 습관이다. 소금의 짠 맛은 구성성분인 염화나트륨(NaCl)의 염소(Cl)에서 나온다.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가 4:6의 비율로 구성돼 있어 소금 1g 섭취하면 나트륨 약 400mg을 섭취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권장량은 하루 2000mg 이하다. 하지만 한국인 하루 평균 섭취량은 4,103.8mg(2014년 기준)로 권장량의 2배 이상이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노폐물이 원활히 빠져나가지 못해 부종이 생기고 림프순환 장애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 위점막을 보호하는 점액층을 파괴시켜 궤양을 만들고 소화효소인 펩신의 분해를 방해해 소화불량과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뼈도 약하게 한다. 나트륨 섭취가 증가하면 체내 혈액량이 증가하고 우리 몸은 신장을 통해 늘어난 물을 배출한다. 이 때 나트륨의 양이 많으면 신장에서 재흡수 돼야 할 칼슘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혈압이다. 나트륨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과 말초혈관질환의 위험요소다. 또 혈압이 높아지면 신장의 단백뇨가 증가하면서 신동맥경화증이 생기면서 신부전도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의 원인은 소금?

하지만 소금이 고혈압의 '진짜'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금을 고혈압의 원인으로 지목한 연구는 많다.

고혈압과 소금의 상관관계를 밝힌 가장 유명한 논문은 1988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인터솔트(The Intersalt Study)연구다. 전 세계 52개 지역의 20~59세 성인 남녀 10,0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로 24시간 동안 배설한 소변을 통해 나트륨 섭취량을 확인하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나트륨의 양과 혈압 간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이에 따르면 하루 6g 이상의 소금을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수축기 혈압이 9mmHg정도 증가할 수 있다.

소금이 고혈압을 유발, 뇌졸중과 심장혈관 질환의 발병률과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966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된 연구를 대상으로 염분 섭취와 뇌졸중, 심혈관 질환에 대한 추적 조사 결과, 나트륨 섭취가 많은 경우 뇌졸중은 1.23배, 심혈관 질환은 1.17배 유의미하게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trazzullo P, D'Elia L, Kandala NB, Cappuccio FP. Salt intake, stroke, and cardiovascular disease: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BMJ. 2009 Nov 24;339:b4567)

 

2007년 같은 저널에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브리검 부인병원 연구팀이 낸 논문도 비슷하다. 연구팀은 3,12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소금 섭취를 하루 7g 이하로 제한한 뒤 10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심장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25% 낮아지고 이로 인한 사망률도 2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소금 섭취량과 고혈압, 뇌졸중 발생 빈도를 조사한 다른 연구(Kawano 2012; Ueshima 등 2008)에서도 소금 섭취량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중국 북부의 텐진과 한국, 일본 북부의 토야마가 꼽혔는데 이 지역에서 심혈관 질환, 특히 뇌졸중의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금이 또 한 번 고혈압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반대 입장의 연구 결과도 많다. 반대 측 전문가들은 소금을 먹으면 혈압이 높아진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소금을 먹으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고 혈관은 전해질 균형을 위해 혈관 밖 체액에 있는 수분을 혈관 안으로 빨아들인다(삼투압). 이 때 혈관에 상대적으로 혈액 양이 늘어나면서 압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일시적일 뿐 소금이 고혈압의 유병률을 높인다고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소금을 많이 먹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해 혈압이 높고 낮음을 본 연구는 많지만 아직까지 무작위, *이중맹검법, 위약대조 연구(RCT) 등을 통해 소금과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증가 관련성을 직접 증명한 연구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중맹검법(double-blind test):의약품 개발 등에서 플라시보 효과를 막기 위해 실험자도 실험대상도 무엇을 테스트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임상실험 하는 방법.

오히려 소금을 적게 먹어 심혈관 질환이 증가했다는 논문도 있다. 캐나다 맥매스터의과대학 마르틴 오도넬 교수는 2011년 '미국의사협회지(JAMA)'를 통해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소금 섭취량과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하루에 소금을 7~8g 복용한 군은 4.0~5.99g 복용한 군과 비교해 심혈관 사망률이 53% 증가했다. 하지만 소금을 하루 2.0~2.99g 먹는 환자군이 4.0~5.99g 먹는 환자군보다 심혈관 사망률이 19% 증가했고, 섭취량을 2.0g 이하로 줄이면 사망률이 37%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량의 소금 섭취도 좋지 않지만 너무 적어도 심혈관 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소금과 고혈압과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하지만 소금의 긍정적인 영향과 과잉 섭취에 대한 경계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또 유병률과의 연관성이 적다하더라도 소금의 과잉섭취는 골다공증과 부종, 소화 장애 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러 논문을 통해 비교해 봐도 다른 나라보다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너무 '짜게'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식습관을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

 
 
 

[TIP] 짠 입맛 바꾸기!

혀의 미각세포는 8~12일 주기로 자연사멸하고 다시 생긴다. 약 10~12주 정도 기간이 지나면 혀 안에 모든 세포들이 교체된다. 이 기간 동안 싱겁게 먹는 노력을 하며 입맛이 바뀐다. '간'을 맞추면서도 소금을 덜 쓰는 방법을 알면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소금은 같은 양이어도 높은 온도에서는 짠맛이 덜 나고 온도가 낮아질수록 짠맛이 강해진다. 따라서 국은 조금 식은 다음에 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 매운맛이나 감칠맛이 나는 향신료나 허브를 소금과 함께 사용하면 짠맛을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으니 짠맛이 부족하다 느낄 때 소금 대신 사용하자.
  • 입자가 작을수록 입으로 녹아 뇌로 맛을 전달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소금 입자가 고운 것을 쓰면 적은 양으로도 더 많은 짠맛을 느끼게 할 수 있다.
  •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칼륨함유량이 높은 생과일, 푸른 채소, 감자 같은 음식을 함께 곁들이는 것도 좋다.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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