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론의 대가, 삼라만상의 정보에 심취하다

2016년 12월 21일 14:37

Q: 순수물리이론 연구단은 2개의 그룹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각각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A: 순수이론물리 연구단은 IBS에서 기획할 때부터 국가적 사명감을 갖고 지식 증진,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정된 분야의 연구단입니다. 미시세계에서 벌어지는 극한 에너지 현상을 다루는 연구단으로, 현재는 최기운 단장이 이끄는 입자이론 및 우주론 그룹과 제가 이끄는 양자장, 중력 및 끈이론 연구그룹이 있습니다.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매우 작은 초기상태가 대폭발로 현재에 이른 것이라 미시세계와 똑같기 때문에 연구단에서는 미시세계부터 거대우주까지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입자이론 및 우주론 그룹은 입자가속기, 우주관측 인공위성의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현상론)를 연구하는 한편, 양자장, 중력 및 끈이론 연구그룹은 그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근원적 법칙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순수이론물리 연구단에는 사실 3개의 연구그룹이 예정돼 있는데, 우주 연구 그룹이 더 들어서게 될 겁니다.


Q: 여러 가지 상을 받으셨는데,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상은 무엇인가요?
A: 2001년 유네스코 산하 국제이론물리연구센터의 'ICTP 상'을, 독일 훔볼트재단의 '베셀상'을 2004년 받았습니다. 가본 적도 없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상을 준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6년 제2회 경암학술상이 가장 감명을 주었습니다. 밤늦게 심사위원장께서 선정결과를 전화해 주셨고, 지금도 어떤 분이 추천하여서 상을 받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Q: 대학 때 물리교육을 전공하셨는데, 입자물리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A: 서울대 사범대 물리교육과에서 훌륭하신 교수님들께서 항상 뭐든지 부수고 만들어 보라고 격려를 받았습니다. 핵융합이 궁금해서 원자핵공학과의 수업도 열심히 들어서, 사실 미국유학 갈 때 핵융합을 연구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캘리포니아공대(칼텍)로 대학원을 진학하였고, 때 마침 이곳에서 끈이론이 막 시작하는데 운좋게 합류하게 되어서 지금까지 이 분야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끈이론의 이론적 성질을 규명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지난 7월 IBS 순수물리이론 연구단장으로 임명된 이수종 단장 - IBS 제공
지난 7월 IBS 순수물리이론 연구단장으로 임명된 이수종 단장 - IBS 제공

"미시세계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자연 법칙을 설명하는 3가지 방법론인 양자장, 중력, 끈이론이라는 도구로 '도대체 삼라만상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에 대해 연구하고 싶습니다."


'끈이론 연구의 대가' IBS 순수이론물리 연구단 이수종 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양자장, 중력 및 끈이론 연구그룹을 이끌며 연구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지난 7월 1일 부터 순수이론물리 연구단 공동연구단장으로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이수종 단장을 만나 그동안의 연구여정과 함께 앞으로의 비젼에 대해 들어봤다. 또 IBS 순수이론물리 연구단의 양자장, 중력 및 끈이론 연구그룹에서 추진할 연구계획도 살펴봤다.


에드워드 위튼(Edward Witten)에게도 '배워서 남 주다'

 

끈이론에 따르면, 만물의 최소 단위가 점 입자가 아니라 진동하는 끈이라고 하며, 자연의 기본적인 힘과 입자의 성질이 끈의 모양과 진동에 따라 결정된다. 이수종 단장이 칼텍에서 대학원을 시작하던 1984년 끈이론 학계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당시 칼텍의 존 슈바르츠(John Schwarz) 교수가 런던대의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교수와 함께 양자장과 중력을 합치는 데 결정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양자역학 원리를 바탕으로 한 양자장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라 거시적 세계에 작용하는 힘인 중력을 함께 다뤄야 해서 그동안 여러 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매달려도 못 풀던 문제였는데, 두 사람이 합심해 각고의 노력 끝에 해결했던 것이다.


칼텍에서 대학원 시절 이수종 단장은 끈의 양자역학적인 요동 현상이 양자장과 어떻게 다른지를 고민하며 우주공간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끈의 양자 요동 효과를 평평한 우주공간에 집어넣었더니, 우주공간이 평평한 데서 휘어지게 되었고, 휘게 된 공간이 요즘 회자되는 가속팽창하는 우주와 동일했다"며 "우주공간의 성질이 외부에서 가한 약간의 변화에 어마어마하게 변하는 결과는 찾기 힘들 것이라 많은 학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우주공간은 어떤 방식으로 자르면 팽창하는 것처럼 보이고 다른 방식으로 자르면 휘어져 보이는데, 이를 통상 '드지터 공간(de Sitter space)'이라고 부른다.


이수종 단장은 끈이론 분야에서 직관이 뛰어난 학자로 국제학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배워서 남 주자'라는 자신의 좌우명에 따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학자들에게 건네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은 인류가 세상을 알아내는 일이고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협력하는 것임이 그의 평소 신념이다. 그의 덕을 본 학자들 중에는 필즈메달을 수상한 에드워드 위튼 같은 대학자도 있다.


서울대에서 안식년으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 1년간 머무를 때 일이다. 위튼 교수는 끈이론 학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어떤 문제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수학적으로는 잘 풀었지만 물리적으로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단장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위튼 교수의 고민을 듣고 있다가, 당시에 자신이 연구하던 부분과 겹치는 것이 많아 간단한 직관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을 위튼 교수에게 제시해 줬다.


위튼 교수에게 설명해 주었는데, 처음에는 미심쩍어 하다가 연구실로 돌아가 몇 시간 동안 검증을 해본 후, 이 단장에게 찾아와 '너의 물리적 해석이 맞다'며 자신의 논문에 그 내용을 상세히 사용하여도 좋을지 물어보았다. 이 단장의 대답은 "당연히 가능하다"였다. 2주후 열린 국제 끈이론 학회에서 위튼 교수는 이 단장의 직관적 해석을 '레이 효과(Rey effect, 레이(Rey)는 이수종 단장의 영문 성이다)라고 명명하였다. 그 뒤로도 위튼 교수는 이 단장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함께 식사하며 다양한 연구 내용에 대하여 이 단장의 의견을 물어 본다고 한다.


1997년 아르헨티나 출신의 후안 말다세나(Juan Maldacena) 박사가 끈이론 연구 분야에서 획을 그을 만한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핵심은 소립자들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양자장론이 그보다 한 차원 높은, 말안장처럼 생긴 공간에서의 중력이론과 등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력이론이 한 차원 낮은 공간의 경계면에서 정의된 양자장론으로 치환될 수 있기 때문에 '홀로그래피 원리'에 해당한다. 이수종 단장은 "말다세나 박사의 논문은 센세이셔널한 논문이었다"며 "그는 중력과 전자기힘(약력, 강력 등)이 사실 같아서 중력이란 별개의 힘이 아니라 전자기를 조금 조작하면 중력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제창하였다"고 한다.


당시 이 단장도 끈이론의 힘들을 조합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다세나 박사의 결과에 촉발되어 전하의 쿨롱 법칙(두 대전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두 전하의 곱에 비례하고 두 입자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을 한 차원 높은 공간의 중력과 동일하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구체적 계산을 통하여 밝혀낼 수 있었다. 이 단장은 "3차원 공간 속의 두 전하가 줄(고무호스)로 연결돼 있을 때 4차원 공간에서 보면 그 줄은 중력에 의해 축 처질 것"이라며 "줄이 팽팽한 상태보다 에너지가 낮아 안정하기 때문인데, 그 에너지 차이를 계산하자 놀랍게도 쿨롱 법칙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하가 무지하게 클 경우도 계산했는데, 전하의 곱에 제곱근(루트)이 들어가는 결과를 얻었다"며 "중력과 전자기힘이 야누스의 얼굴처럼 같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중력에 의해 전자기힘이 어마어마하게 큰 경우를 계산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자핵 안에서의 강력을 잴 수 있다면, 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결과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말다세나 박사도 동일한 내용의 논문을 같은 날 발표하였는데, 이 단장이 말다세나 박사보다 22시간 앞서서 발표하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대가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엿볼 수 있는 일화이다.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큰 컴퓨터?!

 

위튼 교수와의 인연은 또 있다. 2009년에도 이 단장은 위튼 교수가 있는 프린스턴고등연구소를 방문했고, 이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파울리의 스핀값이 큰 경우로 확장하는 중력원리를 사용하여 블랙홀 정보 문제를 푸는 것이 가능한지 토의하였는데, 위튼 교수는 "그런 확장된 이론은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단장은 그 착안을 밀고 나아가, 공동연구자인 벨기에 솔베이 연구소 마크 헤노(Marc Henneaux) 소장과 함께 분석하여, 3차원 우주(2차원 공간에 시간을 더한 우주)에서 확장된 중력이론으로 블랙홀 안의 정보를 정확히 세는 방법을 알아내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즉시 국제학계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전 세계 관련 전문가들이 다투어 후속연구에 뛰어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2년 뒤 이 단장은 위튼 교수를 학회에서 만나 그 일화를 꺼냈더니, 위튼 교수가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당황하며 답했지만, 이 단장은 "좋은 아이디어는 그렇게 맞아야 되는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고 한다.


순수이론물리 연구단에서 이수종 단장의 현재 목표는 정보의 동역학을 설명하는 기본이론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는 "우주 삼라만상의 구조를 연구하다 보니까, 궁극적으로 봉착한 것이 '정보'라는 개념"이라며 "정보가 있다는 것, 정보의 양도 알 수 있지만, 정보의 질(quality)이 어떻고 정보가 어떻게 생성되거나 소멸되며 어떤 원인에 의해 변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법칙은 모른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도 쓰레기 정보가 있고 진짜 좋은 정보가 있듯이 실제로 근원적인 물리법칙에서도 따져보면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가 있다는 뜻이다. 물리학에서 다루는 범위는 원자, 소립자, 끈 등의 단위에서 들어가는 정보가 어떻게 되느냐를 다룬다.


지금 이 단장은 120여쪽의 논문을 쓰고 있는데, 이 논문도 정보에 관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그는 "맨 처음에 조그만 점에서 대폭발로 탄생해 이만큼 거대해진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물리적 상태를 연구해보니까 그 상태가 어마어마하게 큰 양자컴퓨터라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며 "이는 우주의 법칙을 기존에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보다 컴퓨터과학에서 얘기하는 연산법칙으로 새롭게 재조명하면 이해하기 훨씬 더 쉽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3차원 우주(2차원 평면 공간에 시간을 더한 시공간 우주)라는 간단한 모형의 경우에서 우주 전체가 양자컴퓨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소립자의 기본 단위의 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연산이라고 부르면, 이렇게 변화하는 것들이 많이 모여서 우주를 구성하는데, 그것을 들여다보니까 기존의 자연법칙보다 컴퓨터의 연산법칙(논리곱, 논리합 등)으로 해석하면 이 우주를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IBS에서의 연구를 통해 인류 문명 발달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수종 단장 - IBS 제공

"IBS에서의 연구를 통해 인류 문명 발달에 기여하고파"

 

사범대 출신인 이 단장은 선후배 중에는 현장 교사가 많은데, 선후배 교사의 요청에 10여 년 전부터 서울 외곽의 소외된 지역에서 학생들에게 강연과 멘토링을 도와주고 있다. 이 단장은 "한 번은 강연을 갔다가 우주를 공부하겠다는 여학생을 만났고 그에게 멘토링과 이메일로 격려해주었더니 중간 정도 성적에서 일취월장하여 전교 2등까지 되었다"며 "그 학생은 KAIST에 수시로 합격했고 지금은 그곳에서 훌륭한 과학자로 잘 성장하고 있다"고 대견해 했다. 이 단장에게는 이렇게 학생들의 진로와 인생에 큰 계기를 만들어준 경우가 많았으며 그런 활동을 통하여 과학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 단장은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해주는 SF를 좋아한다. 그는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의 듄(Dune) 시리즈를 여러 번 읽었다. 그는 연구 연륜이 길어질수록 사고의 폭이 고정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하여 젊고 참신하게,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연구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는 "국내외 우수연구진을 규합해 블랙홀, 우주, 삼라만상을 연구하되,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수학적으로 계산하기보다 지금 뭘 보고 있는지에 대한 개념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라만상이 어떻게 돌아가나?'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수학 계산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며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연구성과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수학 계산보다 논문으로 나오기 힘들지만 과학적 가치는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자장, 중력 및 끈이론 연구그룹의 운영은 매일 점심시간부터 오후 내내 폴리매스 (polymath)형식으로 끝장 토론과 구글 캠퍼스(Google campus)의 연구마당을 도입하고 있다. 폴리매스(polymath) 스타일은 누구나 동일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되, 매일 주제를 달리 해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토론하는 방식이다. 이 단장은 "잘 평가해서 뽑은 연구원 중에서도 4분의 1 정도는 힘들어서 교체될 수도 있다"며 "4분의 3 정도가 훈련받아서 전 세계의 좋은 대학과 연구소로 교수나 선임연구원으로 간다면 우리 연구단은 대성공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연구단의 시설은 구글 캠퍼스처럼 벽을 없애고 싶었지만 관습과 규정상 그렇지 못해, 토론공간을 카페스타일로 만들었고 연구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아무 때나 와서 칠판 앞에서 끙끙대며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방문하였을 때, 토론공간은 그야말로 "왁짜지껄 시장판"이었다.


이수종 단장의 연구그룹은 미시 규모에서 거시 규모에 이르기까지의 우주에 대한 미해결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되, 세계 최고를 꿈꾸고 있다. 이수종 단장은 "좋은 논문 몇 편을 쓰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의 혈세를 모아서 운영되는 IBS를 통하여 인류 문명 발달에 선도적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이 인류 문명을 선도하는 꿈을 실제로 실현해 가고 있는 현장을 창조하고 있는 중이다.

 

 

* 본 콘텐츠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온라인 뉴스레터 IBS 뉴스레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기초과학연구원(IBS) 뉴스레터 구독신청

 

 


이충환

cosmos@donga.com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