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타운에 전통녹색기술 접목하자

2015년 01월 14일 11:53

한옥, 도랑, 못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전통녹색기술은 현대적 가치로 분석해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타운에 전통녹색기술을 접목한다면,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한편, 지역 역사, 문화 등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한옥’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미래형 에너지자립 주택인 ‘제로에너지 하우스’의 핵심요소를 한옥이 갖고 있기 때문에다. 그 핵심요소는 황토(단열 및 축열 효과, 원적외선을 통한 높은 온열 효과, 탈취작용 및 향균 효과 등)와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한지(습도 조절), 대청(바람을 이용한 건축구조), 세계가 인정한 온돌, 계절에 따라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곡선을 가진 처마 등을 들 수 있다.

 

녹색기술센터에서는 이와 같이 전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지식을 재평가‧분석하며 발굴하고 있다. 이런 개념은 곧 ‘전통녹색기술’이라는 새롭고 친숙한 단어로 재탄생해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을 꾀할 수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다.

 

친환경 에너지 타운의 경우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예로 독일의 윤데(바이오에너지 활용)와 프라이부르크(태양광 기술, 교통정책, 환경 분야의 대표 도시), 덴마크 삼소섬(신재생에너지와 관광 마을)과 마스탈(전 세계에서 단일 시스템으로 가장 큰 태양열 시스템), 스웨덴 말뫼(공장, 매립지가 있던 해안지역을 친환경 주거단지로 전환)와 함마르비(자원순환형 모델에 도시계획 요소들을 연계), 영국 베팅턴 제로에너지 단지(타운 조성 모델을 통해 영국 전역에 확산하고 해외에 수출 진행) 그리고 오스트리아 슈피텔라우 소각장(혐오‧기피시설을 시민에게 친근한 시설로 전환해 관광자원으로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 추구하는 에너지 자립과 문화관광 등의 요소를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친환경 에너지 타운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 도랑과 못에서 찾는 현대적 가치


친환경 에너지 타운에서 에너지 자립에 해당하는 영역은 이미 고도화된 기술과 시스템을 도입해 연구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 및 관광 자원화를 통한 공간적 변화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문화를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심미적 가치와 친환경 가치가 내재된 융합적 요소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기술은 바로 녹색기술센터에서 연구 중인 ‘미래 녹색마을과 전통녹색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친환경 에너지 타운에 적용 가능한 전통녹색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에 흐르는 도랑. - 녹색기술센터 제공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에 흐르는 도랑. - 녹색기술센터 제공

첫 번째로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되고 있는 도랑이다. 도랑은 친환경 에너지 타운의 선진국 유사 사례로 제시한 독일 도시 프라이부르크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전통녹색기술이다. 현재는 시내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도시의 대표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더운 여름날 도시의 기온을 낮춰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충남 아산의 외암민속마을과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등에도 도랑이 있다.


우리나라의 도랑은 인공적인 건축물 주변으로 물만 흐르는 독일의 도랑과 달리 자생식물과 물고기가 서식하고 자연을 정화한다. 이런 도랑은 가가호호를 가로지르는데, 집 내부를 지나거나 구불구불 돌담길을 타고 흐르기도 한다.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된 길에서 나오는 지열을 식혀 결국 마을의 온도를 낮추는 기능도 한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을보존회를 운영하거나 지자체와 협업해 노력한 결과,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게 되어, 마을에 관광 수익도 생기는 한편, 심미적 가치를 가진 전통녹색기술로도 재평가 받고 있다.

 

두 번째로는 도랑과 이어지는 못(연못, 방죽 등)을 들 수 있다. 도랑을 타고 내려오는 생활용수나 하수, 지표수 등이 마을 하부의 못으로 모이면 일정 기간 자연정화를 거친 뒤 다시 농수나 관수로 재사용된다. 그리고 못에 자생하는 물고기(붕어, 미꾸라지, 메기 등)는 어느 정도 자라면 잡아서 주민들이 요리 잔치를 하는데, 그 속에서 주민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고 공동체 의식을 다듬어가는 만남의 장이 형성된다. 또한 정화시설(못)에서 자라는 미나리나 연꽃 등은 음식재료나 마을 관광 상품으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선조의 지혜로 만들어진 마을의 방재 시스템이다. 마을에서 도랑을 통해 이어지는 물길은 바로 하층부의 못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중간 못을 거쳐 물의 유량과 유속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중간 못과 도랑은 그 기능을 종합해 보면 현대 기후변화에 따라 잦아진 폭우에 의한 홍수를 막고 물을 정화하는 시설로 거주공간과 함께 자리하고, 친환경 공간, 휴식 공간 등으로도 역할을 하게 된다.


충남 아산의 외암민속마을 하부에 있는 정화시설용 연못. - 녹색기술센터 제공
충남 아산의 외암민속마을 하부에 있는 정화시설용 연못. - 녹색기술센터 제공

● 국내에는 스토리 담고, 외국에는 의미 있는 사례로


이런 전통녹색기술은 단지 ‘우리의 전통을 살리고 보존하자’는 의미를 넘어 이제는 현대적 가치로 재평가하고 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의 관점에서 보면, 수세기를 거치면서 입증된 전통녹색기술이 환경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일 수 있다.


청계천 복원을 통해 서울의 기온이 낮아지고 새로운 관광 명소로 변모한 결과를 볼 때, 현대적인 도랑과 못을 다시 만들고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과학적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심지어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전통녹색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적 제언과 실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에너지 타운은 광주광역시(쓰레기매립지), 강원 홍천(가축분뇨처리시설),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하수처리시설)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고유의 환경과 문화 공간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주민이 주도해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미적 가치를 살릴 수 있는 특색있는 친환경 에너지 타운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의 요소기술로서 전통녹색기술이 검토될 수 있다.


전통녹색기술은 인문, 사회와 과학 등을 융합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외 유사사례처럼 생태환경만 조성하거나 녹색도시라는 단일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든 전통녹색기술이 적용된 친환경 에너지 타운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게 되면, 이를 참고하고자 하는 해외 주요국에게도 의미 있는 사례가될 수 있을 것이다.

 

※ SBS ‘물은 생명이다 - 미래 녹색마을 프로젝트 편’
본 내용은 SBS에서 2014년 11월 14일과 28일에 각각 방영된 ‘물은 생명이다’를 통해 구체적인 영상과 함께 볼 수 있으며, 유튜브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1부 수로의 비밀’은http://bit.ly/1wi0u6R, ‘2부 전통이 미래다’는 http://bit.ly/12kpVI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 Green Tech. HORIZON> 4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김의권 녹색기술센터 연구원

ekkim@gtck.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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