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인공광합성 연구로 달린다

2015년 08월 20일 18:36

최근 인공광합성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의 활약이 눈부시다.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가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화학연구원, 서울대, KAIST, 경북대 등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에서 개발한 물 환원 전극과 이를 이용해 만든 수소 발생장치. - 이충환 제공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에서 개발한 물 환원 전극과 이를 이용해 만든 수소 발생장치. - 이충환 제공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KCAP)가 생기자 미국은 부랴부랴 인공광합성공동연구센터JCAP를 만들었고, 일본도 우리나라한테 자극받아서 관련 연구진이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인공광합성 분야에 5년 이상 투자해 온 덕분에 우리 센터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강대 화학과 윤경병 교수의 설명이다. 국내에는 한국광합성연구센터 외에 정부출연연구원, 대학 등에 소속된 다양한 과학자들이 인공광합성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업에서 상용화를 위한 노력은 미흡한 편이며, 주로 연구원과 대학에서 기초 분야의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단계이다.
 
●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 포스코와 손잡아
 
한국인공광합성성연구센터(Korea Center for Artificial Photosynthesis, KCAP)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기후변화대응 기초·원천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에 설립됐다. 이후 윤경병 센터장을 중심으로 미국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KAIST, 포스텍 등 국내외 연구기관의 석박사급 연구원 100여 명이 인공광합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10년간 총 500억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연구센터는 포스코의 지원 덕분에 서강대에 자리하고 있다. 서강대는 포스코와 2010년 8월 인공광합성 실용화 공동연구를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포스코의 지원하에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 전용 연구동을 2013년 1월 준공했다. ‘포스코-프란치스코관’이라 명명된 이 건물은 연면적 6700m2, 지상 8층, 지하 2층 규모로 30여 개의 실험실 및 연구실이 마련돼 있다.
 

윤 센터장은 “인공광합성 연구는 식물의 광합성처럼 이산화탄소, 태양빛, 물을 사용해서 일산화탄소, 포름산(개미산), 포름알데히드, 메탄올 같은 유용한 화합물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인공광합성 장치의 설치비나 관련 소재 비용이 비싸고 생산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직 상업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단기적으로 기존에 상업화된 기술을 융합해서 인공광합성을 달성할 계획이다. 즉 태양전지와 물 전기분해 기술을 융합하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렇게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섞어서 연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에 따르면, 문제는 경제성인데, 경제성을 높이는 관건은 물 전기분해 기술에 있다. 기존에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발생문제를 피할 수 없었으며,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전극으로는 값비싼 백금을 사용했다. 센터에서는 백금 대신 매우 싼 물질로 전극을 만들고, 전기에너지를 넣어서 수소를 생산하는 효율을 높이려고 연구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는 나뭇잎처럼 물과 이산화탄소, 태양에너지를 흡수해 연료를 만드는 인공나뭇잎과, 연못에 이산화탄소를 넣어주기만 하면 연료로 바뀌는 ‘분자 촉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복잡한 인공나뭇잎 대신 마법의 분자 촉매(예를 들어 인공효소)는 값싸고 효율이 높은방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인공나뭇잎만 해도 상용화하려면 3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의 주요성과는 무엇일까. 2011년 제올라이트로 0.1nm(나노미터, 1nm=10억 분의 1m)도 구분할 수 있는 분자 분리막을 개발해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물 전기분해용 전극의 가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윤 센터장은 강조한다. 센터에서는 백금보다 성능은 좋되 가격은 엄청 싼 전극을 개발했고, 태양전지와 물 전기분해 전극을 이용해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얻는 효율을 18% 이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 일산화탄소, 개미산 등 유용 화합물 생산
  
태양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발생시킨 뒤, 이렇게 얻은 수소를 갖고 이미 알려진 열화학적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환원해 연료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산화탄소를 직접 환원해 탄소가 함유된 연료를 생성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태양에너지에서 얻은 전기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환원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메탄올 같은 액체 연료를 생성하기 쉽지 않아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일단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쉽게 액체 연료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산화탄소는 주로 화학원료로 활용되는데, 톤당 132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화합물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연구의 경우 가장 높은 효율이 6% 정도이다.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도 6%대의 에너지 전환효율로 태양전지, 물, 이산화탄소로부터 일산화탄소를 생성하는 단계에 와 있다.

 

KIST 민병권, 황윤정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광합성 장치의 개념도와 상상도. 환원 전극에 장착하는 촉매에 따라 일산화탄소나 개미산이 만들어진다. - KIST 제공
KIST 민병권, 황윤정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광합성 장치의 개념도와 상상도. 환원 전극에 장착하는 촉매에 따라 일산화탄소나 개미산이 만들어진다. -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도 일산화탄소, 개미산 같은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광합성 장치를 개발했다. 즉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민병권, 황윤정 박사 연구팀은 광합성 효율이 자연의 나뭇잎보다 뛰어난 일체형 인공광합성 장치를 개발해 <재료화학 저널 A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3월 21일자 뒤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자연 상태에서 광합성 효율은 나뭇잎이 1%, 녹조류가 3~4% 정도인 데 비해, 이번에 개발한 인공광합성 장치의 효율은 4.23%에 달한다.


인공광합성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태양광을 흡수해 전자를 생산하는 광전극 기술, 물 분해를 위한 촉매 기술, 이산화탄소를 유용 화합물로 전환시키기 위한 촉매 기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KIST 연구진은 저가 박막태양전지 기술을 촉매 기술과 융합해 광전극의 안정성을 대폭 향상시켰으며, 환원전극 촉매의 종류를 바꿔 원하는 고부가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장치를 구현했다. 예를 들어 환원전극에 금 또는 은 같은 촉매를 장착하면 일산화탄소가 주로 만들어지고, 이를 비스무트 촉매로 바꾸면 개미산이 주로 만들어졌다. 특히 개미산은 개미에서 발견된 천연물질로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섬유산업, 식품산업, 제약산업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경북대 연구진은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극 형태의 촉매를 개발했다. 경북대 에너지공학부 박현웅 교수 연구진이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를 생성하는 실리콘 반도체를 이용해 물속에 용해된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해 <어드밴스트 에너지 머티리얼즈 Advanced Energy Materials> 2014년 8월호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p형 반도체 실리콘을 직경이 나노 크기인 원기둥 형태로 제작해 태양광 흡수율을 높이고, 실리콘 원기둥의 표면에 주석(Sn) 나노입자를 결합해 개미산의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 반도체, 양자점, 그래핀계 광촉매 동원
 
서울대 연구진은 빛 에너지만을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개발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남기태 교수 연구팀은 식물의 광합성 단백질을 반도체 입자와 결합해 수소를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해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4월 22일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물을 분해하는 반도체 물질인 비스무트바나듐산염(BiVO4)을 시금치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직접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작한 뒤 가시광선을 쪼여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남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광합성 시스템은 단백질을 재료로 쓰면서 물과 빛만을 가하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방식을 도입한 첫 사례”라며 “태양빛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 광센서 디자인, 바이오에너지 개발 등에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KAIST 박찬범 교수팀의 연구성과가 표지논문. - Advanced Materials 제공
KAIST 박찬범 교수팀의 연구성과가 표지논문.
 - Advanced Materials 제공
KAIST 신소재공학과 박찬범 교수 연구팀은 2010년 나노 크기의 광감응 소재를 이용해 인공광합성 원천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자연 광합성 시스템의 광반응을 모방하기 위해 태양전지에 쓰이는 수nm 크기의 양자점(quantum dot)같은 광감응 소재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효율적으로 변환하고, 이를 활용해 보조인자(cofactor)를 재생했다. 또 자연계의 복잡한 캘빈 회로 대신 산화환원 효소(생체촉매인 효소의 일종) 반응을 보조인자 재생에 연결시킴으로써 빛에너지에서 최종적으로 정밀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반응시스템을 개발했다.
 

2011년 연구팀은 광촉매 대신 생체촉매를 기반으로 한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개발해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Advanced Materials>에 발표했다. 즉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광전극을 물에 담근 뒤 파우더 형태의 생체촉매와 함께 자연 광합성에 필요한 보조인자(NADH)를 인위적으로 집어넣은 결과, 광합성의 산화환원 효소 반응(에너지 생성)을 일으켰다. 이 기술은 메탄올, 인공 아미노산, 신약 원료물질 등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엽록소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황화카드뮴(CdS) 양자점’ 등 각종 무기염료가 태양광을 받을 때 전자가 방출되고 전기가 생산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햇빛과 이산화탄소로 생활에 필요한 각종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공장’을 실현시킬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공정연구본부 백진욱 박사 연구팀이 인공광합성 원리를 바탕으로 햇빛과 효소만 이용해 이산화탄소에서 메탄올만 선택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해 <미국 화학회지Jon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온라인판에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는 2014년 ‘출연연구기관 10대 우수연구성과’ 중 하나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2012년 햇빛과 이산화탄소로 이미 개미산과 의약품 원료인 알릴알코올allyl alcohol을 만든 바 있다. 제조과정은 메탄올 경우와 거의 같다. 태양광반응장치에 이산화탄소와 효소를 넣는데, 이 장치에 연구진이 직접 개발한 그래핀계 광촉매가 들어간다.
 

여기에 햇빛을 가하면 빛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면서 이산화탄소와 효소에서 반응이 일어나 메탄올이 생성된다. 다른 물질을 만들려면 다른 효소를 넣으면 된다. 원하는 물질을 생산할 수 있지만 생산되는 물질은 아직 소량에 불과하다. 상용화하려면 광촉매의 효율을 높이고 장치를 대형화해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 Green Tech. HORIZON> 6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충환

cosmos@donga.com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