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단백질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한다

2015년 10월 01일 14:02

인공광합성에 대한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인공광합성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단백질과 반도체 입자를 결합해 수소를 생산해내는 시스템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바로 서울대 재료공학부 남기태 교수 연구팀이다. 남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광합성 시스템은 단백질을 재료로 쓰면서 물과 빛만을 가하는 친환경 방식을 도입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태양빛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 광센서 디자인, 바이오 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 교수를 직접 만나 이번 연구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남 교수의 원래 전공은 재료공학이다. 재료공학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공광합성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박사과정 때 바이러스로 배터리를 만드는 연구를 했어요. 조개껍질을 만드는 원리를 이용했는데, 거기에 사용되는 단백질과 무기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박사후과정을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서 지내면서, 펩타이드를 모방한 펩토이드(단백질 모방 폴리머)를 연구했고, 그것을 활용해 바이오 나노 재료를 만드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게다가 당시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한창 인공광합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고, 광합성 분야에서의 새로운 발견으로 유명한 과학자도 많았다.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얘기를 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또 함께 일하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죠. 인공광합성은 전혀 모르는 주제였는데, 이렇게 재밌는 분야구나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게 됐습니다.”

 

서울대 생체분자 나노재료 연구실 연구원들과 남기태 교수. - 이충환 제공
서울대 생체분자 나노재료 연구실 연구원들과 남기태 교수. - 이충환 제공

하지만 광합성은 너무 어려웠고, 복잡했다. 그중에 남 교수의 연구대상은 광합성의 핵심인 효소였다. “효소는 생명체에 존재하는 촉매로 광합성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광합성은 물이 산화되고 이산화탄소가 환원되는 화학반응이다. 각각의 반응에서 효소들이 작용하는데, 효소가 에너지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남 교수는 광합성의 효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금속과 재료, 단백질접힘(protein folding), 그리고 단백질접힘 안에서의 계면을 이해하게 되면 효소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광합성에 존재하는 촉매를 모방하다

 

광합성은 포토시스템(광계)1(PSⅠ), 2(PSⅡ)을 포함하는데, PSⅡ에서는 물에서 산소와 수소이온, 전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남 교수의 연구 주제는 광합성의 PSⅡ에 존재하는 촉매와 유사한 것을 만들어 기존보다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가 나오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에 비해 나오는 수소 양이 적어요. 그래서 효율이 좋은 촉매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것을 광합성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죠.”


이번 연구는 물을 이용하면서 효율이 좋아졌다. “기존 연구 사례를 보면, 전자를 외부에서 직접 넣어주는 방법을 이용했어요.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물이 산화되면서 전자가 생성되니까 따로 전자를 넣어줄 필요가 없었죠.” 외부 물질 없이 물을 사용했고, 거기서 나온 전자를 활용해 PSⅡ를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물 분해 반도체를 결합시켜서 촉매를 만들었다. 단백질은 시금치에서 얻었다. 시금치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양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추출한 단백질과 반도체를 결합시키면서 수소를 생산한 것이다.


반도체는 비스무트 바나듐산염(BiVO4)을 사용했다. 반도체가 사용된 것이 조금 의외다. 어떻게 반도체를 생각하게 됐을까. “비스무트 바나듐산염는 PSⅡ와 전자구조가 제일 비슷했어요. 전자가 빛을 받으면 에너지 레벨이 올라가는데, 그 올라가는 추이가 비슷했던 것이죠. 비스무트 바나듐산염를 이용해 물을 산화시켰고, 거기서 나오는 전자가 수소이온과 만나면서 수소기체가 되는 겁니다.” 비스무트 바나듐산염은 광물 종류로 밴드갭(band gap)이 있어서 반도체 성질을 띤다.

이번 연구는 학생들도 함께 참여했다. “큰 비전이나 방향성은 당연히 제가 제시합니다만, 연구는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 갑니다.” 연구팀의 김영혜 박사과정생은 물을 분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 반도체인 비스무트 바나듐산염를 찾아냈다. 또 반도체를 붙였을 때, 전자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하는 화학작용을 개발하기도 했다.

 

반도체 물질 BiVO4와 시금치 단백질을 결합한 시스템에 빛을 가했을 -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제공
반도체 물질 BiVO4와 시금치 단백질을 결합한 시스템에 빛을 가했을 때 물에서 수소가 생성되는 상상도. -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제공

궁극적인 목표는 이산화탄소 환원하는 전자식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수소의 96%는 정유회사에서 메탄가스를 개질(reforming)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부산물은 이산화탄소다. “수소자동차가 면세를 받는 이유가 친환경적이기 때문인데, 지금 사용하는 수소는 어차피 나올 이산화탄소를 미리 빼놓고 수소만 쓴다는 개념이 강한 거죠.” 남 교수는 부산물이 없는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태양빛으로 물을 분해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다. 이 가격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좋은 촉매 개발에 있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 얼마나 지나야 물 분해를 이용한 수소 생산에 경제성이 생길까. 일본의 도요타(Toyota)가 자금을 투자해 프랑스의 화학회사 에어리퀴드(Airliquide)와 수소를 생산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6년 이내에 촉매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는 그보다 더 짧게, 3년 안에 촉매를 개발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꿈입니다. 그 해답은 광합성 안에 있다고 보고요.” 앞으로 우리나라에 생기는 수소 스테이션에 전기분해 장치들이 들어가고, 거기에 남 교수가 만든 촉매가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남 교수가 갖고 있는, ‘인공광합성’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산화탄소를 환원하는 것이다. 즉 인공광합성보다 더 큰 개념인 전자식물(E-tree)을 개발하는 것이다. “식물은 물을 주면 에너지원을 만들잖아요. 광합성은 그 안에서의 한 파트일 뿐, 저는 좀 더 큰 개념인 전자식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외부에서 전력이 전자식물에 공급되면, 이산화탄소는 환원되고 물에서 수소를 만들게 된다. 진짜 식물처럼 공기정화도 되는 전자식물을 만드는 것이 남 교수의 목표다. 남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환원해서 실생활에서 유용한 메탄올이나, 에탄올, 부탄올과 같은 연료를 만드는 것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 그것의 시작이 전기 분해장치에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촉매 개발인 것이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 Green Tech. HORIZON> 6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김세경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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