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활용 숨통 트였다

2015년 10월 02일 00:00

2010년부터 개정이 시작된 한미 원자력협정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보는 입장에 따라 협정 결과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기는 하지만, 일단 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 공론이다. 특히 이번 협정을 통해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재처리)'으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이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됐다.

 

사용후핵연료 활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것에 우라늄 등 활용 가능한 핵물질이 일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하지 않는다면 전량 폐기해야 하는데,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일이 엄청나게 까다롭고 부담스럽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만 있다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면적을 크게 줄일 수 있고, 고속증식로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 지금보다 몇십 배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법은 대표적으로 건식과 습식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중 파이로프로세싱은 핵연료를 용융염에 용해시키는 재처리 방법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먼저 높은 온도에서 일부 휘발성 핵물질을 제거하고, 이후 6000℃의 고온에서 전기분해를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금속으로 환원하고 나머지 방사성물질을 분리 처분한다. 환원 공정 이후 일부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들과 활용 불가능한 우라늄 등을 정련 과정을 통해 제거하고 나머지 플루토늄과 기타 액티나이드 물질들을 금속물질로 한꺼번에 추출하는데, 이는 프랑스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퓨렉스(PUREX)'로 불리는 습식 재처리 기술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특정해 추출할 수 있는데 반해 플루토늄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나머지 액티나이드와 혼합된 상태에서 추출함으로서 군사적 목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후핵연료 내 남아있던 핵물질을 다시 한 번 재활용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핵비확산성이 높은 재활용 기술은 우리나라와 같이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국가들에게는 매력적인 기술로 이번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서도 관련 기술을 확대 개발하기 위해 한미 양국간 많은 협의가 진행되었다.

 

파이로프로세싱 과정.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는 전해환원까지 과정을 허가했다.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제공
파이로프로세싱 과정.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는 전해환원까지 과정을 허가했다.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제공

새롭게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우리나라 연구계가 추진해온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양국이 핵연료 주기 공동연구를 향후 10년간 추진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연구 및 사업 방향을 향후 정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 결과 앞에서 설명한 전해 환원 공정은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보다 복잡한 전해 정련 및 제련 등 후반기 공정은 한미 양국이 미 아이다호국립연구원에서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하도록 하였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연 0.2t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전해환원 시험시설 'ACPF(Advanced spent fuel Conditioning Process Facility)'가 설치되어 있다.

 

ACPF의 모습.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설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진행한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ACPF의 모습.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설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진행한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전해환원 공정은 사용후핵연료를 전기 분해해 이산화 우라늄으로부터 산소를 떼어내어 금속으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고속로의 연료 물질을 추출할 수 있도록 금속체와 기타 방사성폐기물이 분리되며 이렇게 분리된 방사성폐기물은 안전하게 처분된다. 실제로 고속로 핵연료로 활용될 플루토늄과 기타 우라늄을 제외한 액티나이드 물질을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전해정련과 전해제련을 거쳐야 한다. 전해정련에서는 우라늄을 회수하고, 전해제련에서는 전해정련 과정에서 미회수된 우라늄과 플루토늄, 마이너악티나이드를 혼합물 형태로 회수한다. 이 물질로 만든 핵연료를 소듐냉각로(SFR)이라는 고속로에 장전하면 우리는 추가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공동연구가 완료되는 2020년 이후, 10년간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산출된 실험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한·미 간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상용화를 위한 실증 단계 도입 등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 타결로 국내 사용후핵연료 연구에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다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해도 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우려가 먼저 생기는 것이 국내 현실로서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한 핵 확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아직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손재영 원장은 "국내 관련 기관들은 핵심기술개발과 함께 한층 투명하고 엄격한 안전조치(Safeguards) 기술을 병행 개발하고 한미간 투명한 협의를 통해 우리나라 핵비확산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을 국제 사회에 각인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향후 원자력통제기술원은 차세대 안전조치 계량관리기술 개발과 관련 시설 밀봉 원격 감시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하드웨어적 노력과 함께 핵비확산 문화와 안전성을 국제 사회에 널리 전파하는 소프트웨어적 노력을 균형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의 핵비확산뉴스(http://kinac.re.kr)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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