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낙, 세계 최대 수요관리기업의 한국 진출기

2015년 10월 01일 18:26

세계 최대 전력 수요관리 사업자 ‘에너낙(EnerNOC)’은 지난해부터 한국에 진출했지만, 그보다 전인 2012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의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자문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정부기관 최초로 서울시와 수요반응 참여 협약을 체결했고, 서울시에 최적화된 에너지 수요반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에너낙코리아 사무실에서 에너낙이 한국에 진출할 때부터 관여해 온 아니르반 고쉬(Anirban Ghosh) 재무 및 사업수행 매니저를 만났다.

 

에너낙이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 때는 에너지 수요관리 사업 모델이 아니라,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에 중점을 둔 ‘에너지 인텔리전트 매니지먼트’로 시작했다고 고쉬 매니저는 설명했다. 하지만, 곧 DR(Demand Response)의 시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DR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DR사업자는 돈으로 매출을 따지지 않는다. 전력을 얼마나 감축했는지에 따른 메가와트로 매출을 집계한다. 현재 계약건수나 매출로 봤을때, DR에 관해서는 에너낙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라고 그는 말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에너낙 본사. - 에너낙 제공
미국 보스턴에 있는 에너낙 본사. - 에너낙 제공

에너낙의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있다. 2001년에 처음 계약한 곳도 뉴잉글랜드의 작은 슈퍼마켓이었다. 초기에는 사업 지역이 거의 미국의 북동부였으나, 6~7년 후에는 미국 전역으로 넓어지게 됐다. 현재는 캐나다, 독일,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 13개 국가에 에너낙 사무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개가 넘는 나라에 에너낙의 IT 솔루션이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고쉬 매니저는 밝혔다.

 

한국 시장에 들어온 계기
“일반적으로 사업기회를 분석해서 새로운 나라에 진출하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전력공급사나 정부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경우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해 왔습니다.”
고쉬 매니저는 에너낙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전력거래소는 2012년부터 수요반응 시장에 관심을 보였고, 에너낙의 DR프로그램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고 한다. 에너낙은 한전이나 산업부, 전력거래소에 수요반응 사업에 관련된 주요 사례를 제시하며 자문했다. 또한 전력시장의 정책이나 관련 규정을 제도화하는데 있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전은 아이스마트라는 시스템을 통해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곳의 사용 내역이나 관련 통계 정보를 15분마다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한전이 유일한 전력공급사이기 때문에 그 데이터가 손상되거나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비하고 보완하고자, 에너낙은 한전의 아이스마트와 함께 5분 단위로 전력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에너낙은 전력거래소와 고객 간의 중개인 역할을 한다. 즉 전력거래소에 DR 사업자로 등록한 후, 전력거래소의 DR 지시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고객의 감축량만큼 정산금을 받아 주는 역할이다. 이런 기본적인 역할 외에 고객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도 한다. 고쉬 매니저는 “큰 규모의 공장이나 제지사와 같이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업체들이 1차 고객”이라며 “고객들이 놓칠 수 있는 자원을 발굴하고, 또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에너낙의 에너지 시장 분석 담당자인 김성주 씨는 수영장과 스키장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수영장은 여름에 전력을 많이 쓰는데, 겨울에는 그렇지 않죠. 스키장은 이와 반대고요.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1년 동안 꾸준하게 전력을 사용하는 것을 원합니다.” 에너낙은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수영장과 스키장의 전력사용량을 하나로 합쳐,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등록함으로써 전력거래소가 원하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시다시피 에너지 부족국가예요. 하지만 계속 발전하려면 에너지를 계속 써야 하죠.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선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상쇄하는 모델이 바로 DR이에요. 에너낙은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DR시장에 참여하게 하고, 에너지를 똑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에너낙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박순화 차장이 덧붙였다.

 

 

에너낙 본사의 네트워크 운영센터NOC(왼쪽)와 에너낙 코리아의 NOC(오른쪽). - 에너낙, 이충환 제공
에너낙 본사의 네트워크 운영센터NOC(왼쪽)와 에너낙 코리아의 NOC(오른쪽). - 에너낙, 이충환 제공

 

에너낙의 전력 관리 솔루션의 차별점
에너낙은 독립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계량기를 고객에게 제공해 그들의 전력 데이터를 5분 단위로 수집하고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이 한전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에 한전의 아이스마트의 수치를 기반으로 요금이 정산된다. 하지만 에너낙은 독립적으로 전력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므로, 한전의 계량값이 누락될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에너낙은 ‘오픈 ADR(Automated Demand Response)’이라는 보안 프로토콜을 공유함으로써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으며, 많은 고객들을 관리할 수 있는 자동 시스템도 갖고 있다. 많은 고객사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낙은 수요반응의 사업 초기부터 오픈 ADR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낙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각 사업장별로 에너지 사용량과 함께 감축량, 이산화탄소 목표치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비슷한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고쉬 매니저는 매사추세츠 교육청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매사추세츠 교육청은 에너낙과 함께 협력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는 교육청으로 선정됐다고 해요.” 에너낙이 제공한 서비스로 각 학교들이 전력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분석했고, 다른 곳에 비해 전력을 너무 많이 쓰고 있는 학교의 전력사용에 대해 분석했다. 실제로 문제점을 발견해 에너지 절감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DR에는 신뢰성 DR과 경제성 DR이 있다고 고쉬 매니저는 설명했다. 신뢰성 DR은 피크 감축(peak shaving)이라고도 하는데, 에너지의 전체 사용량에는 변함이 없으나 사용량이 피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를 감축하는 것이다. 경제성 DR은 에너지 효율에 관한 것인데,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 패턴을 보고 그 양을 줄이는 것이다. 거기서 더 발전한다면, 전압을 조정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수요반응만 적용되고 있다.

 

DR이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욱 생산적으로 발전할 수 있냐는 질문에 고쉬 매니저는 “DR도 실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감축한 양에 대한 비용도 실제 발전소의 3분의 2 수준이다. DR이 전력거래소의 발전 계획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쉬 매니저는 “아직은 DR시장이 한국에서 시작단계지만, 지난 1년간 에너낙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며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처럼 앞으로도 에너낙은‘에너지 인텔리전트 매니지먼트’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Green Tech. HORIZON> 7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김세경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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