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경제 살릴 원전 온배수열, 어떻게 활용될까

2015년 11월 04일 10:07

지난 7월 우리나라는 2029년까지 영덕에 신규 원전 4기를 건설한다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영덕군에 제안한 ‘10대 지역 발전사업’ 안에는 원전 온배수열을 활용한 첨단 열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30만평에 달하는 규모의 열복합단지 안에 첨단 시설원예나 양식장, 아쿠아리움, 식물원, 해양 낚시터 등을 조성해 영덕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온배수열은 발전소에서 버려지는 폐열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발전소의 피할 수 없는 숙명, 폐열과 온배수

발전소의 효율은 일반적으로 40% 내외라고 한다. 화석연료든 가스든 원자력이든, 연료를 태워서 나온 에너지의 40%만 전기로 전환되고 나머지 60%는 버려진다는 얘기다. 이 60%의 에너지가 아깝기는 하겠지만, 현존하는 발전소들 대부분이 물을 끓여서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사용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도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에 비하면 매우 높아진 효율이다.

 

문제는 이 정도 효율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거의 최대치라는 것이다. 이론상 40%를 넘는 효율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기존의 대규모 발전방식을 대체할만한 다른 방법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손해인 셈이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지’라며 놔두기에는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특히나 환경 문제가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부상하고 있는 요즘에는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버려지는 양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발전소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이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Untitled-1

 

발전소의 폐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전체 에너지의 40%를 차지하는 발전설비의 폐열이고 다른 하나는 20%를 차지하는 배출가스열이다. 특히 발전설비의 폐열은 터빈 작동을 위해 증기를 발생시키는 사이클을 유지하고 설비 고장을 막기 위해 물과 같은 냉각재를 이용하여 식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전설비 폐열을 흡수하고 나오는 온배수가 배출된다. 즉 발전소에서 태운 연료의 에너지 중 40%는 따뜻해진 물의 형태로 발전소 밖에 배출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발전소에서 인근 바다로 배출하는 온배수의 온도는 최대 40℃로 현재 하루 배출량이 1억 5천 톤이 넘는다. 실제로는 주변의 바다와 7~8℃ 이상의 온도차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니 40℃까지 올라가는 일은 없지만 이 정도의 온도차만 해도 엄청나게 큰 에너지다. 따라서 발전소의 온배수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버려지는 에너지 중 절반 정도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수산업에 활용…추운 겨울에도 거뜬한 양식장

온배수가 물의 형태로 바다에 배출되다보니 온배수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분야는 수산업이다. 생물자원으로 활용되는 바다생물들은 적정한 수온 범위 안에 있다면 수온이 높을수록 성장이 빠르다. 따라서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겨울에도 따뜻한 물을 제공하면 바다생물들의 생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바다 양식이 가능한 지역이 겨울에도 바닷물이 비교적 따뜻한 남해안으로 제한됐다. 그나마 남해안에서도 겨울에는 엄청난 양의 난방비를 감당해야만 하는 실정이었다.

Untitled-2

 

여기에 온배수를 활용한다면 별도의 연료비를 들이지 않고도 겨울철을 수월하게 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온배수 활용을 위해 초기 시설투자비가 적지 않게 들어가기는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의 연구에 따르면 동해안 지역의 발전소 인근 지역의 경우 온배수 양식을 했을 경우 투자수익률이 9% 이상으로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한다. 발전도에서도 온배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들여 시범적인 양식시설을 건설하고 정기적으로 치어 방류 행사를 하곤 한다.

 

Untitled-3

온배수는 수산양식 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영광의 한빛원전에서는 22억 원을 투입해 아쿠아리움을 건설하고 여기에 온배수를 활용함으로써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월성원전 역시 소규모 온배수 아쿠아리움을 운영 중이며 고리원전에서는 해양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농촌의 연료비와 탄소배출량을 한 번에 줄여

온배수의 또 다른 활용분야는 농업이다. 바다생물과 마찬가지로 식물인 농작물들도 온도가 높을수록 성장이 빠르다. 무엇보다 따뜻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면 농한기인 겨울철에도 각종 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 토지이용율과 농업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을철만 되면 농촌 곳곳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겨울농사에 대비하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난방비다. 바람만 막는다고 겨울철의 추위를 피할 수는 없다보니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제법 큰 규모의 난방시설이 필요하다. 게다가 난방 방법으로 90% 가까운 농가에서 석유, 특히 등유를 사용하다보니 겨울농사를 위한 연료비나 탄소배출량도 만만치 않다. 통계에 따르면 시설원예농가의 경우 경영비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40%나 된다고 하니 농작물 가격에 연료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Untitled-4

이 때문에 발전소의 온배수를 원예농가에서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겨울철 온배수는 15℃ 이하인 경우가 많아 온배수만으로는 농사에 충분한 수준으로 온도를 높이기 어렵지만 제대로 활용될 경우 3000평 규모의 유리온실 기준으로 약 75% 정도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온도를 추가로 높이기 위해 ‘히트펌프’와 같은 설비가 필요하고 이 비용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6년 정도면 시설투자비를 모두 회수하고 이후 1/4 수준의 연료비만 부담하면 되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온배수를 활용하는 것이 겨울농사에 유리하다. 다만 한 번에 갖추어야 하는 시설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현재 농가의 사정으로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나 저리대출이 일정 정도 필요하다. 농사비용뿐만 아니라 에너지사용 총량 감소에 따른 탄소배출량 감소, 발전소의 에너지효율 상승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지원이 유의미하다.

 

국내 실제 적용 사례로는 남제주화력발전소가 있다. 이 발전소에서 발생한 온배수를 이용하여 열대작물인 망고를 재배하고 있으며, 제주화력발전소, 농업기술원, 지역영농법인과 함께 협력체를 구성하여 감귤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도 온배수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 지역 발전소에서의 온배수 활용으로 시설농가의 난방비가 기존에 비해 87%정도까지 절약이 가능하고 460톤의 탄소배출량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Untitled-5

농어업 외에도 온배수 활용방안은 다양하다. 인천시에서는 겨울철 제설을 위해 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하고 있다. 염화칼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1차 염화칼슘 살포 후 온배수를 뿌려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염화칼슘은 토양오염의 원인이기도 하니 환경보호에도 일조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눈이 훨씬 많이 오는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온배수를 제설작업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용도를 고려하여 발전소를 중심으로 산업클러스터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전력 손실이 적고, 양질의 전력을 이용할 수 있는데다 온배수를 통해 폐열 활용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Untitled-6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온배수를 이용해 농어업을 지원하거나 열대식물원, 악어농장과 같은 관광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에너지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해지는 앞으로의 환경에서 온배수 활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아톰스토리(http://atomstory.or.kr)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