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암, 신규원전과 관련이 있을까?

2015년 11월 06일 14:55

2014년 10월 7일, 부산 고리 원자력발전소 근처에 사는 이모 씨가 “고리원전 때문에 가족 3명이 암과 장애에 걸렸다”며 한국수력원자력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모 씨의 부인 박모 씨가 갑상샘암에 걸렸기 때문인데, 같은 해 11월 법원이 “박 씨에게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됐다. 정말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갑상샘암에 치명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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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연구결과로 본 원전과 갑상샘암의 상관관계
실제로 원전과 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역학조사는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조사됐다. 이미 1990년 미국에서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가 주관해 62개 원자력시설 주변 지역 주민에 대한 암 사망률을 조사하는 역학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연구팀은 1950~1984년 원전 및 원자력시설 주변지역 주민의 암 사망자 90만 명과 대조지역 주민의 암 사망자 180만 명의 자료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백혈병과 암 사망률 증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2002년에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에서 핸포드(Hanford) 원자력시설 주변 주민들의 갑상샘질환을 연구했다. 그 결과 원자력시설 방사선 방출량과 주변 주민들의 갑상샘암과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에도 비슷한 연구가 시행됐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에서 미국 내 65개 원전주변 지역을 거리별로 나눠 갑상샘암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 연구에서도 원전으로부터 거리와 갑상샘암 발생과는 관련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벨기에도 2014년 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샘암 정도를 조사했다. 벨기에 공중보건과학연구소와 정부원자력통제기관에서 진행한 이 연구는 벨기에의 원전 4곳 주변과 프랑스와의 국경지역(3km 거리에 프랑스 원전 위치)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원전 반경 20km 이내에서 갑상샘암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2014년 4월 2일 발표된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의 보고서에 원전사고 후 1년간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량은 평균 1∼10mSv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진 100mSv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연구결과로 본 원전과 갑상샘암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조사한 내용은 어떨까? 앞에서 언급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 이후, 관계자인 고리원자력본부는 물론 국내 방사선 및 암 관련 전문의들은 갑상샘암과 원전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김종순 가톨릭대 의대 방사선과 초빙교수는 한국일보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법적 환경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의 1%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기준치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아직 일부만 도입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가장 엄격한 기준(ICRP-60)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체르노빌 사고 지역에서도 성인들의 갑상샘암의 위험 증가는 확실히 관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갑상생암과 원전과의 연계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가설임을 주장한 것이다.

 

대표적인 연구결과로는 2011년 4월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가 수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 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보고서가 있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원전 주변에 사는 지역주민 총 1만 1367명을 검진하고 2011년 2월까지 암 발생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대조지역 주민과 비교해 봤을 때 다른 암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에 한해서 갑상샘암 발병률이 증가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원전이 여성 갑상샘암 발병을 주었다면 다른 암에서도 일관되게 발병률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갑상샘암 발병률이 남자와 여자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원전 방사선에 의한 피해가 아님을 시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폐암 같은 경우는 원전에 가까워질수록 발병률이 낮아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남·여 모두 15년 이상 원전 주변에서 거주한 주민의 암 발병률이 10년 미만 거주자보다 적게 나타났다. 결국, 갑상샘암과 원전 사이의 인과관계를 드러내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서울의대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원전 주민들의 암 발생에 방사선이 영향을 미쳤다면 남녀 모든 부위에서 일관된 발병 위험 경향이 관찰되어야 한다”며 “2011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1993~2008년 원전 주변 여성 갑상샘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61.4명으로 서울(102.5명)이나 충남(89.1%)보다 낮고,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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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학회는 대한방사선방어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5월 6일 제주에서 ‘원전주변주민과 갑상선암에 관한 과학적 분석’ 보고서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서의 주된 골자는 “방사선 과학 및 의학과 역학 전문연구분야에서 학술적인 접근을 통해 방사선과 갑상샘암과의 상관관계를 진단한 결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원전과 주변주민의 갑상선암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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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의 진영우 연구기획부장은 “원전 주변에서 특징적으로 갑상샘암 발병률이 높게 나온 것은 원전 주변이라는 특징상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조기에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에 기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상샘암은 검진 빈도가 높을수록 많이 발견되는 대표적인 암이다. 초음파나 미세침흡인 같은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병리학 검사가 세밀해지면서 감상샘암 발생률 증가에 기여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는 연구결과 해석의 차이로 인해 이슈가 된 경우도 있다. 최근 서울대 백도명 교수가 발표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역학조사 관련 후속연구’에서는 기존 연구결과와 달리 남성 갑상샘암 발병률이 3.3배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11년까지 진행된 원전 주변지역의 주민 역학조사(서울대 안윤옥 교수팀)에 대한 검증을 위해 진행됐다. 이 결과에 대해 백도명 교수는 JTBC 인터뷰에서 “기존 2011년 연구는 남성 갑상샘암 발병위험이 ‘차이가 없다’라고 한 것이 아니라 언급이 없었던 것이며 그 이유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 또는 없다’라고 단순하게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후속연구 보고서에는 원전과 암 발병간 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조사 분석을 다시 제대로 시도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종합적인 검토를 추진해 원전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갑상샘암의 80~90%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는데 유전적인 이유나 해조류에 함유된 요오드의 과다 섭취 혹은 결핍, 여성호르몬 부족, 면역력 약화, 방사선 노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갑상샘암이 걸리는 데는 원전 방사선 이외의 영향이 있을 거라는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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