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원전 현황과 신규원전 (1)

2015년 11월 20일 15:47

(편집자 주)프랑스, 영국, 미국 등 원자력 발전소를 오래도록 운영해온 국가들의 원전운용 현실을 살펴본다. 프랑스, 영국, 미국 순으로 게재한다.

 

“프랑스인들은 원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는 원자력 관련단체나 연구원들뿐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원전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가운데 지역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0여년간 프랑스에서 거주했던 신용호 교수(불문학)는 원전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수용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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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6월에는 프랑스 페센하임 원전 앞에서 주민 수백여 명이 원전폐쇄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약 2300명이 살고 있는 페센하임시 주민의 90%가 원전의 계속 운전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페센하임시와 인접한 알자스 지방 원전 찬성 여론도 66%에 달했다.

 

당시 리틀레르 티에리 페센하임 지역자치의장은 “원전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여러 이익과 혜택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자 한다”며 “화석연료보다 원전이 더 환경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소신을 밝힌바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로 원전 가치 공유
프랑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여타 원전 선진국들의 원전 비중이 20%대에 머무르는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같은 결과는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이후 에너지 자립정책을 펼치면서 석유대체 에너지의 개발중심을 원자력발전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프랑스의 에너지자급률은 1973년 25.3%에서 1999년 말 50%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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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프랑스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2012년 프랑스 대선결과, 원전 건설계획을 고수하던 사르코지를 누르고 올랑드(사회당)가 집권하게 되면서 원전비중을 2025년까지 현재의 75%에서 50%까지 감축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프랑스 하원은 26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장려하는 새 환경법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날 표결에서 찬성 308표, 반대 217표로 새 환경법안인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안’을 가결했다. 환경장관이 추진한 이 법안에는 현재 전력 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앞으로 10년 뒤인 2025년까지 50%로 끌어내리는 대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전력 생산의 40%로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적어도 프랑스인들의 과반수 이상은 여전히 안전하게 운영되는 원전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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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프랑스인들의 원전 수용성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프랑스 원자력안전관리청(ASN)이 매년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하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프랑스 국민 신뢰도 설문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신뢰도는 절반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를 계기로 과반수의 찬성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1996년 이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는 30%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평균보다 한참 높은 신뢰도 수준이다.

 

이처럼 프랑스가 전국에 19개 원전 58기의 원자로를 운용할 수 있었던 비결은 40년 동안 쌓아온 신뢰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프랑스의 모든 원자력 관련 시설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프랑스 원전안전관리청(ASN)은 전국 58개 원자로에 100억유로를 들여 시설보완과 각종 안전검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검사 이후에도 전문 검사관들을 구성해 연간 2000회 이상의 상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검사에서 밝혀진 개선점을 프랑스 전력공사(EDF)에 통보하고 그 내용을 모두 공개해 투명한 원전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정보공개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한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결과 1999년 12월 폭풍우로 서남부에 위치한 블레예 발전소 내부에 물이 들어왔을 때 시민들은 정부의 대처와 복구를 믿고 지켜보았다. 냉각수에서 작은 이물질이 발견돼 원전 운전이 멈추는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운전중단 이유에 대한 발표를 신뢰하고 재가동을 차분히 기다릴 정도라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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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프랑스인들이 원전에 찬성하는 것은 단지 싼 전기가격 때문은 아니”라며 “원전 가동에 따른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을 한 덕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역민을 우선고용하고 원전의 온배수를 주변 농경지에 공급하는 등 지역과의 상생활동을 통해 별도의 특별한 금전적 지원책 없이도 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원전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의 경우 반핵이나 환경단체들의 원전반대가 거세지만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확한 정보 공개로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달업무 혁신으로 안전성 UP↑
투명한 부품조달의 투명성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프랑스 원전조달시장은 크게 원전운영 분야의 EDF, 원전 건설 및 제조분야의 아레바(Areva) 등 두개의 공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을 포함한 부품공급업체로 구성돼 있으며 EDF와 아레바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계약내용은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마크 푸마데르(Marc Poumadere) 인스티튜트 심로그 드 프랑스(Institut Symlog de France) 소장은 “프랑스 원전조달시장은 투명성 확보, 부패방지, 안전문화 확립 등이 강조되고 있다”며 “프랑스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인 ASN은 아레바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2013년 10회에 걸쳐 조사를 실시하는 등 원전조달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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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공기업의 비리방지를 위해 조달업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조달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푸마데르 소장은 이에 대해 “과거성과를 중요하게 반영하고 품질·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며 “업무성과에 따라 훈련기회를 제공하고 승진시키는 한편 업무성과가 부진한 직원에 대해선 최대 10% 연봉삭감 등의 불이익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수·사고·사기 등에 관한 보고의무제도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원전부문 공기업·하도급 직원은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사례는 원전에 전력 수급을 상당부분 의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민의 반발로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이면에는 원자력의 안전성과 같은 기술적인 요소 이전에 상호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지역민들에게 신뢰감을 충분히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의 원전이 안전하다는 근거를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로부터 보듯, 지역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신뢰에 기반한 합의를 이끌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아톰스토리(http://atomstory.or.kr)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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