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TAR 그것이 알고 싶다 7] 숫자로 보는 핵융합, "1억 도"

2015년 11월 25일 18:00
2011년 개봉한 영화 '생존게임 247℉'는 사우나에 갇힌 사람들의 필사적 탈출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 정상체온 36.9도의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최대의 온도를 120도로 상상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는 100도, 영하 10도 까지 떨어지는 겨울철 기온, 40도 안팎의 뜨끈한 목욕물 등이 우리가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온도다.

 

그렇다면 핵융합에너지의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100,000,000℃(1억도)는 어떨까. 이 상상하기 힘든 온도를 과연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만큼 온도를 올려야 하는 이유는 멀까.

 

● 태양의 비밀을 풀다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1억℃ 라는 온도는 다름 아닌 태양에서 비롯된다. 20세기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태양에너지의 원천이 바로 핵융합이었다. 태양 내부에는 수소, 중수소, 삼중수소가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융합반응을 일으킨다.

 

그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반응이 수소 원자 4개가 뭉쳐 하나의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이다. 이때 수소 원자 4개를 합친 질량과 핵융합반응으로 생긴 헬륨의 질량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 차이가 만든 핵융합에너지를 방출하는 별이 바로 태양이다.

 

태양의 중심은 1500만℃ 정도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이다. 태양이 지닌 엄청난 중력과 높은 플라즈마 온도 덕분에 수소 원자핵들이, 서로 밀어내는 핵력을 이기고 융합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에서 이러한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만들려면 태양과 유사한 환경, 즉 초고온과 압력을 지닌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조건이 1억℃다 .

 

왜 하필 1억℃여야만 할까. 태양은 그 7분의 1만으로도 앞으로 50억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는데 말이다. 태양은 지구보다 월등히 높은 중력을 지니고 있기에1500만℃에서도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태양보다 더 높은 온도의 플라즈마 상태가 돼야만충분한 수의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정도로 활발한 핵융합 반응을 위해서는 1억℃라는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가 필요한 것이다.

 

태양에너지의 원리는 1939년 독일의 물리학자 한스 베테가 처음 밝혀내, 핵융합이 현실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전환점이 되어 주기도 했다.

 

● 1억℃, 어떻게 만들고 어디에 담을까

 

문제는 1억℃의 플라즈마를 어떻게 만들고 어디에 담느냐다. 이 정도 온도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답은, 이미 실현되고 있고 가능하다는 것이다.

 

온도의 과학적인 정의를 보자. 온도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의 열운동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따라서 입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면 온도가 올라간다. 1억℃ 환경을 만들려면 그 만큼의 속도로 입자들을 움직여 주면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자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전자레인지처럼 전자기파 형태로 에너지만 전달하는 방식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입자빔을 쏘아 충돌시킴으로써 온도를 올리는 고속입자빔 방식이다.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가 만든 대형 강입자충돌기로는 7경℃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핵융합로가 초고온 플라즈마를 과연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첫 번째 비밀은 자기장에 있다. 플라즈마 상태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로 전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전기적 성질을 갖는 입자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강력한 자기장 그물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묶어 둔다면 물질에 직접 닿지 않고 공중에 뜬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자기장으로 진공용기 안에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핵융합장치인 토카막의 원리가 바로 이것이다. 또 다른 비밀은 밀도이다. 이는 목욕물과 사우나를 비교해보면 쉽다. 목욕물은 42℃만 되도 뜨겁지만 사우나에서는 100℃에서도 버틸 수 있다. 물질의 밀도 때문인데 대기 중에 존재하는 입자의 숫자가 적으면 온도가 높아도 전달하는 열에너지의 크기는 작다.

 

요컨대, 미래의 핵융합로에 갇힌 1억℃의 플라즈마가 갖는 총 열에너지는 같은 부피의 수 백 ℃의 대기가 갖는 열에너지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핵융합반응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고려해도 텅스텐이나 탄소와 같은 특수 재료를 활용하면 표면에 닿는 플라즈마의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용기를 만들 수 있다.

 

현재도 인류는 이 1억℃를 만들고, 가두고, 유지하기 위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과정 속에 있다. 지구 위의 태양이라는 꿈을 이루어 줄 국제핵융합실험로인 ITER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원료로 초전도자석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기장이 1억5000만℃까지 올라가는 플라즈마를 가두게 된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인류는 태양보다 뜨거운 태양을 만들어 꿈의 에너지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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