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과학자가 들려주는 동성애의 과학

2010.11.23 00:00
Gay, Straight, and the Reason Why by Simon Levay (Oxford University Press, 2011(2010의 오타로 보임)) There's nothing wrong with gay people. I'm gay myself, and happy to be so. (동성애자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나 자신 게이이지만 그래서 행복하다.) - 사이먼 르베이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는 정작 드라마 자체보다는 동성애 논란으로 더 관심을 모았다. 남성 동성애자(게이)로 나온 두 연기자의 ‘애정 행각’에 거부감을 느껴 채널을 돌린 시청자도 많았다. 사실 요즘 들어 우리사회는 동성애 문제에 꽤 개방적이다. 동성애 코드의 드라마나 영화가 여럿 나왔고 탤런트 홍석천은 커밍아웃 뒤에도 ‘매장되지 않고’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커밍아웃으로 전역된 한 청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는 뉴스도 나왔다. 그럼에도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은 만만치 않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방영될 때 한 학부모 단체는 신문에 방송중단 호소문을 싣기도 했고 꽤 진보적인 한 분은 동성애에 호의적인 글에서 “그럼에도 군대에 간 내 아들의 상사가 게이라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성적 취향은 좀처럼 바뀌지 않아 학생들은 잘 보지도 않을 드라마에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건 ‘혹시 드라마를 보고 내 아들이 게이가 되는 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큰 요인일 것이다. 기자 역시 당시 공감이 갔다. 그러나 이 책(직역하면 ‘게이, 이성애자, 그 이유’, 저자는 책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이란 용어를 따로 안 쓰고 남녀 동성애자를 그냥 게이라고 부른다.)을 읽고 나서 학부모들에게 “마음 놓으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성적 취향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에 설득됐기 때문이다. 저자 사이먼 르베이는 영국 태생의 신경과학자로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교수, 솔크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1991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낸 3쪽짜리 짤막한 논문으로 유명인사가 됐는데 바로 동성애가 생물학적 영향(즉 유전자가 개입된다는 뜻)을 받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즉 남녀의 뇌구조를 비교해보면 특정 조직의 크기가 다른데 그 가운데 INAH3이라는 깨알만한 뉴런 덩어리 조직의 크기가 남성이 여성의 2배다. 그런데 게이의 경우 여성의 크기였던 것. 수컷 쥐의 이 부분을 파괴하면 암컷에 올라타는 대신 허리를 휘어 엉덩이를 노출시키는 행동을 보인다. 사실 르베이 박사의 논문이 나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동성애 성향은 어린 시절 경험에 따라 결정된다는 프로이트의 학설이 주류였다. 즉 아이가 부모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성적 취향이 왜곡될 경우 동성애자가 된다는 것. 따라서 동성애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치료’의 대상이었다(고치기는 어렵지만). 동성애 경향이 환경 또는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또 다른 증거로 즐겨 인용되는 예가 고대 그리스의 동성애 풍토 만연(플라톤의 ‘향연’에 그 예가 나온다)과 오늘날 이슬람권에서 동성애가 암암리에 퍼져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르베이 박사에 따르면 이는 진정한 동성애가 아니라 여성을 구할 수 없어 그 대안으로 아직 남성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미소년을 써먹는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르베이 박사의 논문이 나온 뒤 동성애의 유전적 증거를 찾는 연구가 뒤따랐고 그 결과 많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르베이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의 논문이 나온 뒤 지난 20년 동안 발표된 관련 연구를 정리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성적 취향은 생물학적 결과이므로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 ●게이는 제 3의 성(性) 저자가 열거하는 게이의 신체적, 행동적 특징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흥미로우면서도 ‘참, 별 연구도 다 했네’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 연구의 기본 틀은 저자의 1991년 논문과 똑 같다. 즉 어떤 특징에서 남녀의 차이를 확인한 뒤 게이의 특징을 측정해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남성은 여성에 비해 키에 대한 팔의 길이의 비가 더 크다. 그런데 게이는 이성애 남성에 비해 팔이 약간 짧고 레즈비언은 이성애 여성에 비해 약간 더 길다. ‘야, 이게 동성애구나!’라고 기자가 실감한 건 비디오 실험. 남자 성기에 센서를 붙이고 누드가 나오는 비디오를 보게 할 때 이성애 남성은 벗은 여자를 볼 때 발기한 반면 게이는 벗은 남자를 봐야 흥분했다는 것. 언어능력에 대한 실험도 재미있다. 보통 언어능력은 여성이 뛰어난데 “1분 동안 d로 시작하는 낱말을 써라” 같은 테스트에서 게이는 이성애 여성과, 레즈비언은 이성애 남성과 스코어가 비슷했다고. 반면 게이 역시 이성애 남성처럼 상대의 ‘육체적 부정’에 더 민감하고 레즈비언은 이성애 여성처럼 상대의 ‘정신적 부정’에 민감하다. 또 게이는 (역시 이성애 남성처럼) 되도록 많은 상대와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고 레즈비언은 상대를 가린다. 그러다보니 게이는 성파트너가 가장 많다(양쪽 다 적극적이므로). 이런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동성애자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 3의 성이라는 것. 저자는 “우리는 이성애자가 주류인 사회의 틀에 우리를 억지로 끼워 맞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우리의 다채로움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책을 마무리했다. ●남성의 3%는 게이? 책을 읽다 기자가 가장 놀란 건, 여러 조사를 감안할 때 남성 가운데 게이가 3%나 된다는 내용이었다. 여성 가운데 레즈비언은 1% 수준이란다. 따라서 ‘X염색체’에서 게이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많았는데(게이가 ‘X염색체 상에 있는 열성유전자’ 발현의 결과라는 가정아래) 아직 그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저자는 많은 게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본능적으로 끌리지 않는 이성(異性)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인용한 데이터는 주로 서구의 연구결과이므로 우리나라는 어떨지, 정말 게이가 3%나 될지(그동안 기자는 막연히 이 값의 10분의 1 정도라고 (근거도 없이) 추측해왔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동성애 문제는 극소수만의 고민은 아닌 게 아닐까. 저자는 전반적으로 경쾌한 톤으로 동성애 문제를 다뤘지만 사실 동성애 문제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자신 동성애자였던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동성애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모두 7권으로 이뤄진 이 방대한 소설에서 4권 ‘소돔과 고모라’는 게이의 세계(소돔)와 레즈비언의 세계(고모라)를 집요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가 보는 게이의 운명은 무척 비극적이다. 즉 게이가 진정 사랑하는 건 남자다운 남자지 또 다른 게이는 아니라는 것. 그러나 이성애 남성이 게이를 좋아할 리가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게이를 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성애자야말로 애정의 관점에서는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것. 르베이 박사는 게이가 이성애자, 동성애자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도 프루스트의 이런 해석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아무튼 게이가 3%나 되는 게 사실이라면 동성애가 또 다른 애정형태로 받아들여질 때 이성애자의 입장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성애자로서는 동성의 게이가 사랑을 고백해오면 꽤나 당황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너무 앞서가나?) 앞으로도 동성애 문제는 토론의 장에 대담하게 오를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 여러 의견을 나눌 때 르베이 박사가 이 책에서 알려준 여러 ‘과학적 사실들’이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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