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선 처음으로 주기율표 원소 찾아낸 日 모리타 박사

2011.08.10 00:00

도쿄 시내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40분을 달리면 사이타마(埼玉) 현 와코(和光) 시가 나온다. 이곳엔 혼다연구소가 있다. 걸어 다니는 로봇 ‘아시모’가 여기서 탄생했다. 아시모는 일본 과학기술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스타 로봇’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이화학연구소(理化學硏究所·RIKEN)가 있다. 이곳에도 아시모 못지않게 유명한 ‘스타 과학자’가 있다. 1번 수소(H), 2번 헬륨(He), 3번 리튬(Li), 이렇게 118번까지 이어지는 주기율표의 113번째 원소를 발견한 인물이다. 일본 기초과학의 저력을 상징하는 모리타 고스케(森田浩介·54) 박사. 주기율표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 과학자로는 그가 유일하다. 4일 오후 이화학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건물 앞에 나와 있던 모리타 박사는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좁은 복도를 지나 도착한 그의 연구실. 쾌적하고 깨끗한 실험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컴퓨터 장비에선 팬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연구실 중앙 소파 위에는 막 자다 일어난 듯 이불이 헝클어져 있었다. 그는 “건물 지하에 선형가속기가 있다”면서 “지금 가속기를 가동하고 있는데 이럴 땐 12시간 단위로 교대 근무를 하며 연구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책을 한 권 들고 와 건넸다. ‘113’이란 숫자가 크게 적힌 만화책이다. 100여 쪽 분량의 만화책에는 모리타 박사가 113번 원소를 발견한 과정이 담겨 있었다. 이화학연구소가 직접 만화책을 제작할 만큼 모리타 박사는 연구소의 ‘아이콘’이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원소를 발견한 그이지만 처음 연구소에 들어왔을 때는 박사학위도 없었다. 3년 안에 박사학위 논문을 쓰지 못해 규슈(九州)대 물리학과에서 퇴학당하면서 그는 1984년 이화학연구소 연구보조원으로 취직했다. 중이온가속기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는 연구도 그때 처음 시작했다. 그는 “2004년 7월 113번을 처음 발견했으니 20년간 한 우물을 판 셈”이라면서 “연구보조원에서 시작해 지금은 선형가속기를 총괄하는 준주임연구원이 됐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 아닌가”라며 웃었다. 그는 중이온가속기와 관련된 논문을 퇴학당했던 규슈대에 뒤늦게 제출해 서른여섯 살이던 1993년에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4년 선형가속기를 80일 동안 쉬지 않고 돌려 113번 원소를 발견했다. 무려 1920시간 동안 실험한 셈이다. 원소번호 30번인 아연(Zn) 원자핵을 가속시킨 뒤 원소번호 83번인 비스무트(Bi)에 충돌시켜 113번을 얻었다. 충돌 횟수로는 10조 번에 이른다. 그 가운데 딱 한 번 컴퓨터에 113번 원소의 흔적이 잡혔다. 겨우 0.000344초를 살고 113번은 사라졌다. 모리타 박사는 포기하지 않고 2005년 4월 두 번째로 113번을 발견했다. 그는 지금도 113번을 한 번 더 검출하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113번을 발견한 것까지는 인정받았지만 아직 주기율표에 등재시키진 못했다. 모리타 연구원은 “내년 3월까지 113번을 한 번 더 발견하면 주기율표에 무난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가수 왁스의 팬으로 ‘부탁해요’를 한 소절 부를 만큼 한류 팬인 그는 한국의 중이온가속기(KoRIA) 사업에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중이온가속기로 연구할 기회가 있다면 가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은 대전 대덕지구의 과학벨트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에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할 꿈에 부풀어 있다. 만약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다면 그 원소 이름은 ‘코리아니움(Koreanium)’이 될 것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를 떠나며 수십 년간 한우물을 판 모리타 같은 연구원들이 국내에 많아져야 그 꿈들이 실현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와코(일본)=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 원소 113번 :: 주기율표에서 13족(세로) 7주기(가로)에 속하는 원소로 상온에서 은색이나 회색빛의 고체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어로 113에 해당하는 ‘우눈트륨(Unt·Ununtrium)’이라는 임시 이름을 갖고 있다. 일본은 자국의 이름을 딴 ‘자포늄(Jp·Japonium)’이나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줄임말인 리켄을 따 ‘리케늄(Rk·Rikenium)’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