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깨끗한 바다’ 만든다고?

2012.09.04 00:00
잔잔한 파도가 해변가 바위에 부딫치며 하얀 포말을 만드는 바닷가 아침. 한 척의 어선이 고기를 잡으려 미끼를 뿌릴라치면 그걸 가로채려 갈매기 떼가 달려든다. 멀리서 바라보면 ‘장관이야!’라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해변관리자들에게 갈매기는 골칫거리다. 갈매기가 많을수록 해변과 바닷물이 오염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갈매기의 배설물 등을 통해 사람에게 옮겨지는 대장균(Escherichia coli)이나 장구균(Enterococcus) 같은 유해 미생물 때문에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환경보호국(EPA)는 수질 등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해변 폐쇄 조치를 취한다. 수십 년간 ‘갈매기의 괴롭힘’ 때문에 고민했던 해변 관리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과학자들이 갈매기와 맞설 방법으로 ‘사냥개를 풀어놓기’란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 개들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연구결과에서 개를 풀어놓은 해변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눈에 띄게 깨끗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미국 환경보호국 미생물학자인 레간 리드 컨벌스(Reagan Reed Converse) 박사는 개들이 갈매기에 의해 전염되는 미생물을 쫓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위스콘신 북쪽에 있는 해변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2011년 8월 초, 11일 동안 해변의 물을 구해 기본적인 미생물 수치를 파악했다. 물 속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과 위장염을 유발하는 캄필로박터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검출됐다. 이 지역에 한두 마리의 ‘보더 콜리(양치기 용으로 흔히 쓰이는 품종)’와 조련사를 파견하자 9일 동안은 갈매기 없는 해변이 됐다. 개들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고리부리갈매기와 재갈매기를 모래에서 쫓아냈다. 개의 배변은 따로 모아와 해변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했다. 갈매기가 없던 9일 동안과 이후의 물을 분석한 결과, 개들이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살모넬라균 같은 병원성 미생물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대장균과 장구균의 수준도 급속도로 떨어졌던 것. 갈매기 숫자가 절반으로 줄었을 때 대장균과 장구균도 각각 29%와 38%로 떨어졌다. 컨버스 박사는 “기존처럼 갈매기 둥지에 기름을 뿌려 알이 부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효과일 뿐이며, 그물과 총으로 이들을 쫓는 것은 공공해변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갈매기 괴롭힘’에 대해서 개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9월호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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