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문학상' 최우수상 소명철씨 투병기

2001.05.28 09:41
동아일보사와 인제대의대 백중앙의료원이 국내 최초로 제정한 '투병 문학상'의 첫 회 최우수상 수상자로 육군사관학교 소명철중령이 결정됐다. 심사위원인 박완서 신경림 현기영씨 등 유명 문인들은 "소중령의 투병기에는 만성 질환자들이 겪는 경험들이 진솔하게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요약해 소개한다. 전문은 동아닷컴(www.donga.com/life/health)에서 볼 수 있다.나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다가온 것은 91년 1월경. 부대의 시범 및 검열 준비 등으로 밤낮없이 근무하던 때였다. 한번 일을 시작하면 마무리를 짓지 않고는 그만두지 못하는 성격이라 과로와 긴장이 이어졌지만 건강은 뒷전이었다. 초급장교 때 공수부대에서 특수훈련으로 단련된 체력만 믿고 일에 매달렸다. 그러던 중 새 구두를 신으면서 발뒤꿈치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항생제를 복용해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같은해 5월 평소 금연 및 절주를 하고 있었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신물이 넘어오는 등 소화가 안되고 피로도 빨리 느끼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떠밀려 군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받았더니 B형 바이러스 간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피로 외에는 별다른 징후가 없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6개월이 지나자 눈이 따갑고,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며, 정신 집중이 안되고, 신경이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등 업무 의욕과 능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한때 정상으로 돌아온 간의 수치가 다시 올라가자 치료를 중단했다. 근무지인 부산에서 서울로 와 한방치료도 받았지만 효과를 못봤다. 그리고는 방황이었다. 병은 한 가지인데 고칠 수 있다는 약은 수 십가지가 넘었다. 시중의 특정 약국 및 한약방에서는 자신들이 조제한 약을 일정기간 먹으면 충분히 치유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들이 조제해준 약을 몇 달간 복용하면서 붕어 개소주 미꾸라지 잉어 장어 호박 인진쑥 굼벵이 등을 먹었지만 간 효소치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친지의 권유로 철야 산신재도 지냈지만 몸만 더 상했다. 인적이 드문 산사에서 요양할 생각으로 산사와 암자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던 중 건강가족동호회에서 발간한 책을 보고, 완치를 시켰다는 40대 여성과 전화 통화를 했다. 정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이끌려 녹즙과 건강보조식품, 한약제 달인 물, 식단표에 의한 식이요법 등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6개월만에 병석에서 일어나 군복을 입고 다시 출근했다. 식구들은 간에 특히 좋다는 돌미나리 민들레 엉겅퀴 씀바귀 돌나물 질경이 인진쑥 등을 캐기 위해 가까운 산과 들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나 녹즙용 재료를 구하지 못한 경우 동호회나 시중에서 한달치를 70만원에 사먹어야 했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됐다. 94년과 95년에는 두 번 정도 간 효소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E항원도 소실돼 완전치유를 기대하였으나 3∼4개월이 지나자 다시 간 효소치 등이 상승했고 E항원도 새로 생겼다. 이렇게 투병하는 동안 나는 중령으로 진급했고 다시 전방 지휘관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97년 간염이 간경변증으로 악화됐고 합병증으로 신장염까지 와서 위기를 맞았다. 이 때부터 녹즙, 한약제 달인 물 등을 완전히 끊고 병원에서 조제해주는 약 만 복용하기 시작했다. 병든 몸으로 군대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술자리에서 상관이 술을 강권할 경우 술을 입안에 넣은 뒤 손수건에 다시 뱉어내 입안을 헹구기까지 했다. 회식자리에서 식이요법을 지키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안먹고 술취한 사람들의 객기를 말짱한 상태에서 받아넘겨야 했다. 투병 생활 중 감기가 악화돼 다른 합병증이 초래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매년 10월이면 독감 예방백신을 어김없이 맞는다. 또 항상 몸을 청결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투병생활을 한 지 4년째. 지금은 활동하기가 편하고, 복수는 99년에 완전히 없어졌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알부민 수치가 3.2로 정상이 되자 발목과 다리의 부종이 거의 없어졌다. 그동안 발목과 다리가 부어서 신발을 오랫동안 신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다리를 올려놓고 업무를 봐야만 했다. 앞으로 내가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꾸준히 실천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길만이 나의 건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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