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2007.08.28 11:57
때로는 새로운 세계상을 향해서 지적 도약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어쩌면 뉴턴은 이렇게 말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거인들의 어깨를 도약판으로 사용했다.”―본문 중에서역사는 지금 우리의 생각이 치우친 것일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고마운 거울이다. 반면 과학은 영원하고 확실한 진리의 모범으로서 모든 역사적 해석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역사 중에서도 특히 과학사는 어렵지만 매우 흥미롭고 교훈적일 수 있다.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류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려온 우주에 대한 그림에 큰 변화를 일으킨 다섯 명의 과학자를 다룬 책이다. 그 과학자들 덕분에 인류는 상식적인 지구 중심 우주상을 벗어나 태양 중심 우주상에 도달했고, 새로운 도구인 망원경을 과감히 하늘로 돌려 천체의 실제 모습을 관찰했다. 천체가 원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림으로써 타원운동을 발견했고, 천상과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의 운동을 지배하는 법칙들을 깨달았다. 또 시간과 공간과 물질이 서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이 책은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의 생애와 업적을 편저자인 호킹이 소개하는 부분과 과학자들 자신의 저술에서 발췌한 부분으로 구성된다. 눈에 띄는 것은 두 번째 부분, 흔히 접하기 어려운 과학 고전들이다. 이 부분은 역사 속에 있는 실제 과학을 직접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옛 자료를 날것 그대로 소개해 독자들에게 약간의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뉴턴은 자신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있었기 때문에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맨 처음부터 자기 혼자서 만드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말이 과학을 생각할 때 사람들이 흔히 망각하는 역사적·사회적 차원을 부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은 애초부터 있던 진리를 불현듯 개인적으로 만나는 식의 활동이 아니다. 기꺼이 어깨를 내주는 거인과 그 어깨를 딛고 올라 새로운 광경을 보는 또 다른 거인과 주변에서 그들의 흔들림을 완충하고 힘을 북돋는 수많은 거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드라마다. 더 나아가 때로 과학의 발전은 과거의 성과를 긍정하면서 그 위에 한 층을 더 올리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부정하면서 도약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과학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바로 그런 혁명의 순간이며, 이 책에 소개된 다섯 명의 거인은 선배들에 의지해 더 멀리 바라본 후배이기도 하지만 제각각 획기적인 새로움을 성취한 혁명가이기도 하다. 그들은 일관되게 쌓아나갔지만 또한 동시에 매번 토대를 새로 고쳤다. 계승자인 동시에 비판자였다. 참으로 묘한 연속과 불연속의 이중주가 아닌가. 계절이 지나는 밤하늘에 별은 빛나고, 우리 앞에는 서로를 계승하고 또한 부정한 다섯 명의 거인이 있다. 변함없는 것과 덧없는 것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여본다. 문득, 그들의 글을 읽는 우리 또한 그들을 계승하고 부정할 미래의 거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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