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특허 분쟁, 불리한 상황 아냐” - UC버클리 측 레이첼 하울위츠 CEO

2017.09.29 18:11
엠바고 오후 6시
레이첼 하울위츠 미국 카리보바이오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창업자. - IBS 제공
레이첼 하울위츠 미국 카리보바이오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창업자. - IBS 제공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브로드연구소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브로드연구소가 갖고 있는 특허권은 크리스퍼의 진핵세포 적용에 대한 부분이고, 크리스퍼 기술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특허권은 UC버클리에 있기 때문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은 양쪽에 기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겁니다.”
 
크리스퍼 기술 특허 분쟁의 한복판에 있는 레이첼 하울위츠 카리보바이오사이언시스 (이하 카리보)의 최고경영자(CEO·32)의 말이다. 그는 크리스퍼를 처음 개발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의 제자이자 카리보의 공동창업자이다.

 

카리보는 다우드나 교수팀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크리스퍼 관련 기술 특허권을 확보·관리하는 벤처기업으로, 유전자 치료나 기능성 식물·미생물, 생명공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점·비독점 기술 사용권을 판매한다. 2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 공동 유전공학 프론티어 컨퍼런스’에서 하울위츠 CEO를 만났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 교정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전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능이 향상된 동·식물을 만들 수 있다.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는 높은 효율과 간편한 방법 덕분에 유전자가위의 활용도를 높인 혁신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크리스퍼 특허권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전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것은 UC버클리다. 하지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공동 운영하는 브로드연구소가 2014년 미국 특허청의 신속승인 절차를 통해 인간, 돼지 등 포유류의 진핵세포에 적용하는 크리스퍼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먼저 받으면서 분쟁이 생겼다. 진핵세포에 대한 크리스퍼 기술 적용이 유전자 치료 등 기술 실용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미국 특허청은 브로드연구소가 기술을 차별화했는 점을 들어 브로드연구소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UC버클리 측은 미국연방법원에 4월 항소하고 지난 7월에는 카리보 등과 함께 공동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하울위츠 CEO는 “바이오 분야에서 특허권 분쟁은 늘 있어 왔던 흔한 일이고, 기업은 어떻게든 시장에 진출할 길을 찾는다”며 “운 좋게 미국에서 큰 특허권을 손에 쥐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크리스퍼 관련 유망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올해 5월에는 유럽에서 진핵세포를 포함한 세포 또는 비세포 환경에서의 크리스퍼-Cas9 합성에 대한 특허권을 받았다.
 
하울위츠 CEO는 하버드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다우드나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7년 처음 다우드나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는 크리스퍼가 막 개발되고 있던 시기였고, 관련 논문도 한 편밖에 없었다”며 “당시 그 논문을 읽으면서 발빠르게 새로운 분야를 접할 수 있었고 연구를 진전시켜 나가면서 크리스퍼-Cas9의 상업적인 가능성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후 크리스퍼-Cas9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2012년 당시 27세였던 그는 다우드나 교수와 함께 카리보를 설립했다.
 
지금은 너도 나도 크리스퍼에 투자하려고 하지만 창업 초기에는 투자 거절도 여러 번 당했다. 하울위츠 CEO는 “처음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땐 크리스퍼 기술의 효용성을 믿는 사람이 없었고, 나중에 다시 오라는 식으로 거절을 놓기 일쑤였다”며 “하지만 노바티스, 듀퐁 같은 대형 제약회사가 논문을 보고 기꺼이 투자를 하면서 다른 투자자들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창업할 때 모은 돈이 4000만 달러(약 458억 원)다.
 
하울위츠 CEO는 “그래도 카리보가 뿌리를 두고 있는 캘리포니아에는 과학기술 기반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문화적으로 자리잡고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미국에는 애플 같은 IT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크리스퍼 기술 스타트업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는 특허권을 가진 기술을 다른 기업에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사업을 주로 해왔지만, 앞으로 기업이 좀 더 성장하면 직접 기술을 이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이런 상품에 대한 개별 특허권까지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공동 설립한 국내 기업 툴젠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주장하고 있다. 진핵세포에 크리스퍼를 처음 적용했고 이에 대한 특허권도 브로드연구소보다 먼저 출원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와 호주에서는 이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 받은 상태다. 미국의 관련 특허 분쟁에서 크리스퍼를 처음 개발한 UC버클리보다 브로드연구소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브로드연구소보다 앞선 김 단장팀이 특허권을 확보할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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