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키운 생명공학 인재, 한국판 몬산토 밑거름"

2013.08.27 18:00
[바이오 선진화!] 농촌진흥청 연구운영과 이지원 과장

 

농진청 연구운영과 이지원 과장. - 전준범 기자 제공
농진청 연구운영과 이지원 과장. - 전준범 기자 제공

  “현재는 국가가 앞장서서 큰 그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셈이죠. 그러나 앞으로는 민간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몬산토 같은 글로벌 농업생명공학기업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26일 농촌진흥청에서 만난 연구운영과 이지원 과장은 우리나라의 농업생명공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연구 역사가 짧은 만큼 당장은 국가가 주도해야겠지만 차차 민간 스스로도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나온 계획이 이달 초 농진청이 발표한 ‘제3차 농업생명공학 육성 중장기 기본계획’. 오는 2017년까지 총 656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문인력 확보, 유전체 분석, 친환경 작물보호, GMO 안정성 연구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6567억 원의 예산이 많다고 보십니까?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미국의 몬산토만 하더라도 정부 투자와는 별개로 1년에 조 단위의 예산을 R&D에 투자합니다. 우리는 게임이 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만약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기업이 나서준다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이 과장이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생명공학계의 ‘뜨거운 감자’인 GMO의 상용화 문제다. GMO 작물 하나를 상용화하려면 안정성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데, 여기에 최소 1000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몬산토나 듀폰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이 비용을 스스로 해결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당장 어느 한 기업을 선정해 자금을 쥐어줄 수도 없는 일. 이 과장이 생각하는 대안은 ‘한국판 몬산토’를 이끌 미래의 CEO를 육성하는 것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농업생명공학 분야 연구에 참여한 석·박사급 인력이 2800여 명인데 오는 2020년까지 이를 5000명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고급 인력이 많아진다면, 생명공학 분야의 특성상 이들이 셀이나 네이처 등 국제 저널에 논문을 기고할 기회도 많아지겠죠. 이는 연구자 개인에게도 명성을 쌓거나 또 다른 연구 기회를 얻는다는 걸 뜻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분명히 이들 중 훌륭한 생명공학 CEO가 탄생하리라 봅니다.”

 

  인재 육성을 중시하면서도 이 과장은 GMO처럼 유행하는 분야로만 생명공학 인재들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생명 정보를 활용하는 모든 연구가 생명공학인데 마치 GMO만이 생명공학의 전부로 비춰지고 있고, 실제 연구자들도 그쪽으로만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GMO라 하면 특정한 작물이나 생물에 이종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키는 걸 뜻합니다. 안전하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지만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낼 수 있어 연구자들이 선호하지요. 반면, 전통적인 교배나 육종 방식에 의한 종자 개량은 결과만 나온다면 안전성은 보장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연구자들이 점점 기피합니다. 하지만 이 ‘고루한’ 방식을 통해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과장이 예로 든 것은 고추탄저병에 저항성을 가진 고추 품종 개발이다. 유전자 변형이 아닌, 탄저병에 대한 저항성 유전자를 보유한 남미 지역 고추를 찾아내 그 유전자를 자연교잡 과정을 거쳐 상품화한 것. 최근 미국 캔자스주립대와 캘리포니아대 공동연구진이 밀 농병균인 ‘Ug99’에 대한 면역력을 지닌 ‘Sr35’ 유전자를 보유한 야생 밀을 찾아내 사이언스에 발표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탄저병에 강한 고추를 개발하면 버려지는 작물과 농약 살포 등에 따른 비용을 연간 총 1100억 원 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남미까지 가서 탄저병 저항 유전자를 보유한 품종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GMO처럼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전통적인 연구 방식이 결코 사라져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지원 과장의 이것만은 '꼭'
△ 농업생명공학분야에 민간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 가져야
△ 미래 한국의 농업생명공학 이끌 인재 육성
△ 안전성 논란없는 전통육종(교잡) 방식 연구도 꾸준히 진행돼야 

 


 

이지원 과장은
- 1987 서울대학교 농학사
- 1989 서울대학교 농학석사
- 1999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 1990~2007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채소재배과 연구사
- 1993~1994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원예학과 방문연구원
- 2007~2008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연구기획과 연구관
- 2008~2013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획조정과 연구관
- 2011~2013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연구센터 상주연구원
- 2013~현재 농촌진흥청 연구운영과 과장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미래창조과학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대한민국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자료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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