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기억 심리치료 아닌 DNA 치료로 없앤다

2014.01.21 18:00
美연구진, 쥐 실험 첫 성공..."다양한 정신질환에 응용 가능"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전쟁이나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겪은 후 공포감을 느끼며 계속 고통을 느끼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심리치료나 행동치료가 아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 PTSD 치료는 공포와 연결된 오래된 기억을 새로운 기억으로 대체시켜 나가는 ‘기억 재통합’이라는 심리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되면 시간이 지날 수록 기억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양상 때문에 심리치료는 최근의 기억에 한해서 효과가 있다는 게 한계가 있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약물을 이용해 DNA 전사 과정을 조절, 오래된 나쁜 기억을 없애는 데 성공해 PTSD에 대한 약물 치료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신경생물학자 리-후에이 짜이가 주도한 연구진은 낯선 우리에 가둔 쥐의 발에 전기 쇼크를 줘, 우리에 들어서는 순간 꼼짝 하지 못할 정도로 공포감을 느끼도록 했다. 그런 다음, 한 그룹의 쥐는 24시간 뒤에, 또다른 쥐는 30일 후에 같은 우리에 반복적으로 옮긴 후 전기 쇼크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그러자 24시간 뒤에 옮겨진 쥐는 자유롭게 행동하며 치료 효과가 있었던 반면, 30일 뒤에 옮겨진 쥐는 여전히 꼼짝하지 못할 정도의 불안감을 보였다. 끔찍한 기억이 오래될수록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연구진은 두 그룹의 쥐 뇌를 살펴본 결과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에 있는 히스톤탈아세틸효소(HDAC)가 이런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뇌의 해마 부위 DNA에서 활동하는 HDAC의 한 종류인 HDAC2가 오래된 공포스런 기억이 서서히 제거되는 재통합 과정에서만 활성화돼 기억이 제거되는 과정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약물을 이용해 HDAC2의 활동을 억제하고 30일 뒤 옮겨진 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그러자 오래된 공포스런 기억이 서서히 제거돼 나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DNA의 화학적 조작을 통해 오래된 공포스런 기억을 없애는 첫 실험”이라며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HDAC 억제제를 개발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공황장애, 고소공포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온라인 최신판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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