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한 마디에 검증 안 된 치료제 구매 검색량 52배 치솟았다

2020.04.30 00:00
英·美연구팀 트럼프·머스크 클로로퀸 언급 후 구글 검색 분석 '미국의사협회지 내과학' 발표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장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장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전무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등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이 특정 후보약물을 잠재성이 높은 치료제로 언급한 사례가 3월 있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해당 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 같은 관심이 실제로 약을 구매하려는 폭발적인 시도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미국 내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검색량 분석 결과 확인됐다. 연구팀은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구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당국의 경고 문구 삽입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리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시어도어 카푸티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은 2월 1일부터 3월 29일까지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말라리아치료제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도 주목 받은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라는 단어와 함께 ‘구매(buy)’, ‘주문(order)’, 그리고 ‘아마존’, ‘이베이’, ‘월마트’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검색한 횟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마디 할 때마다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구매 검색이 최대 52배 폭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내과학’ 29일자에 발표됐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19에 클로로퀸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한 줄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만 3600회 이상 공유됐고 3300개 이상의 답글이 달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날 클로로퀸 검색량은 평소보다 5.7배 상승했다.

 

이어 1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화상 브리핑을 통해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며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신클로로퀸을 추켜세웠다. 비록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지만, 대통령이 공식 브리핑에서 권장한 탓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미국 내에서 클로로퀸 판매와 관련한 검색량은 평소의 52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41배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의약 역사에서 가장 큰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꿀 존재)가 될 기회다. 잃을 게 무엇이 있겠는가"라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추켜세웠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이 “아직 증거가 불확실히 무조건적인 복용은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이런 추세는 며칠 더 이어지다 같은 달 22일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이 날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클로로퀸을 복용한 사람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있던 날이다. 당시 피해자는 “집안 선반에 약이 있어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약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연구팀은 통계 기법을 이용해 3월 16일부터 29일까지 14일 동안 21만 6000건의 클로로퀸 및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구매 검색이 추가로 발생했다고도 밝혔다.

 

미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2~3월 미국 내 클로로퀸 및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구매 검색량을 추적한 연구 결과다. 위가 클로로퀸이고 아래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다. 3월 16일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언급과, 3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 이후 구매 검색량이 폭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경향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 소비로 이어져 건강을 해치고, 정작 치료제가 필요한 곳에 공급을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비판했다. JAMA 내과학 제공
미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2~3월 미국 내 클로로퀸 및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구매 검색량을 추적한 연구 결과다. 위가 클로로퀸이고 아래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다. 3월 16일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언급과, 3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 이후 구매 검색량이 폭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경향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 소비로 이어져 건강을 해치고, 정작 치료제가 필요한 곳에 공급을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비판했다. JAMA 내과학 제공

이 같은 경고가 처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이후 미국 내에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이 46배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평소 하루 684건에 불과하던 처방이 3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이후 3만1000건으로 치솟았다. 이날 이후 처방은 급격히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 3000건 내외로 평소보다 4배가량 많이 처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소독제 주입’ 등 검증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같이 유명인사의 발언에 의해 실제 약의 구매 시도가 늘어난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리우 교수는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등 적절한 증거에 기반하지 않은 치료법에 대해 공인은 언급을 피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지도를 따르지 않고 제품을 사용해 위험한 결과를 맞을 수도 있고 정작 말라리아 치료제가 시급한 국가에 대한 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리우 교수는 “FDA는 증명되지 않은 치료제를 처방 없이 사용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상거래기업은 이들 제품의 사용을 경고하거나 아예 중단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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