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토지 사용 변화가 코로나 확산 불렀다

2020.06.05 07:00
멕시코 남부에서 나무가 벌채되고 있다. 멕시코에는 긴혀박쥐, 큰귀박쥐, 자유꼬리 박쥐 등 여러 종의 박쥐가 서식한다. 위키피디아 제공
멕시코 남부에서 나무가 벌채되고 있다. 멕시코에는 긴혀박쥐, 큰귀박쥐, 자유꼬리 박쥐 등 여러 종의 박쥐가 서식한다. 위키피디아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640만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이 가운데 40만명에 이르는 목숨을 앗으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19은 사람에게서 동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역시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인간이 도시화를 추진하면서 동물의 영역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서 인수공통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과학자들이 실제로 사람의 토지 사용 변화가 인수공통감염병을 등장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오를리 라즈구르 영국 엑시터대 생태학과 연구원팀은 삼림 벌채와 도시화, 농지면적 증가와 같은 토지 사용 변화가 동물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야기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포유류 리뷰’ 3일자에 발표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성 질병으로 20세기 들어 사람에게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종감염병 증가의 배경으로 인간의 활동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인간이 사용하는 땅의 면적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작성한 ‘세계 토지사용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육지 면적은 약 150억ha(헥타르)로 이 가운데 농지는 약 50억ha, 거주지와 사회기반시설은 약 3억ha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육지 면적의 약 30%를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 비해 사람이 생활과 거주에 사용하는 토지 사용 비율은 크게 늘었다. 1960년대와 비교해 농지 면적은 약 11% 증가했다. 삼림 벌채도 지난 반세기 동안 연간 평균 1300만ha의 속도로 진행됐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거주지와 사회기반시설 면적의 경우 2050년까지 약 6억ha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빙스턴의 과일박쥐. 중국 CDC는 과일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APF/연합뉴스 제공
중국 CDC는 과일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APF/연합뉴스 제공

라즈구르 연구원과 과학자들은 토지 사용 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문헌 연구를 진행했다. 문헌 연구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발표된 방대한 연구논문과 보고서들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기 위해 사용되는 분석 방법이다. 연구팀도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년간 보고된 토지 이용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연구한 논문 267건을 분석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야기한 숙주로 지목된 박쥐를 포함해 포유류, 조류, 설치류 영장류 등의 동물을 연구한 논문들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토지 사용 변화가 동물 행동을 변화시켰고 실제 인수공통감염병의 출현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를 몇 가지 동물 연구에서 포착했다. 박쥐는 이 가운데 가장 활발히 연구돼 왔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박쥐는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독특한 면역 체계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 몸에 약 200종이 넘는 바이러스를 지닌 상태로 사는데도 죽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박쥐가 무리지어 살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바이러스를 쉽게 확산할 수 있는 습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또 수명이 최대 50년 이상인 점도 장기간 주변 지역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오랫동안 숲속 깊은 곳에 살던 박쥐들은 인간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50년간 산림 벌채와 도시 개발과 같은 토지 사용 변화가 늘면서 사람과의 접촉이 크게 늘어났다. 박쥐의 경우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가장 먼저 먹이를 구할 곳이 사라졌다. 먹이나 서식지를 찾아 서식지를 옮기면서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나 다른 영역서 살던 야생동물과 접촉이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확률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쥐를 포함한 설치류도 인간 토지 사용 면적이 늘면서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촉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박쥐만큼 많은 바이러스를 가진 설치류는 사람이 키우는 가축과 접촉을 하며 바이러스 퍼뜨린다”며 “최근 들어 농지가 늘어나며 가축과 접촉하는 설치류들이 많아졌고, 그 가축을 통해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분석이 나오기 전에도 코로나19 사태를 포함해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4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  2012년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인간의 토지 이용 가운데 산림벌채와 도시개발을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꼽았다. 기후변화도 인수공통감염병의 출현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 파괴와 동물들의 행동 변화로 사람과의 접촉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번 호주 산불 때도 코로나19 중간 매개체로 의심받는 천산갑을 포함해 숲 속에서 살던 동물과 사람과의 접촉이 늘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관련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이미 2010년부터 “기후와 환경변화는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경고해왔다. 

 

라즈구르 연구원은 “접촉이 늘어나며 동물이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쉽게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달되는 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