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가장 적게 하는 국제 학술행사 개최지를 찾아라

2020.07.16 18:00
네이처, 코로나19 여파 집중 분석
기고문 저자들이 분석한 미국 지구물리학연합 콘퍼런스 참석자들 분포와 이동, 탄소배출량. 네이처 제공.
기고문 저자들이 분석한 미국 지구물리학연합 콘퍼런스 참석자들 분포와 이동, 탄소배출량. 네이처 제공.

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한 과학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15일(현지시간) 특별기고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동 제한으로 ‘탈탄소화’를 집중 조명했다. 

 

마일스 앨런 영국 옥스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 교수와 데비 홉킨스 인문지리학 부교수, 제임스 히엄 뉴질랜드 오타고대 지속가능관광 교수가 함께 작성한 기고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만 해도 운송 분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촌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4%를 차지했다. 항공은 약 3%, 도로 운송은 18%, 철도가 1% 미만이다. 

 

저자들은 한 차례의 대규모 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이동한 사람들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왠만한 규모의 한 도시가 일주일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달한다고 했다. 

 

일례로 지난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연합(AGU) 콘퍼런스의 경우 총 2만8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이 이동한 거리를 합치면 지구와 태양 거리의 약 두배에 달하는 2억8500만km에 달한다. 이들이 가고 오는 동안 이뤄진 운송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만 8만t이다. 이는 영국 에딘버러가 1주에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같은 콘퍼런스는 온라인으로 바뀌거나 취소됐다. 온라인 콘퍼런스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5월 열리는 유럽 지구과학연합(EGU) 연례회의는 올해 온라인 콘퍼런스로 진행됐다. 그러자 연례회의 참석자는 통상 1만6000여명에서 2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물론 대면 콘퍼런스를 통한 네트워킹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저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통해 탄소 배출량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계산한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저자들은 지난해 미국 AGU 콘퍼런스 참석자의 여행 패턴을 분석했다. 참석자들 2만8000명의 소속기관과 각 기관이 콘퍼런스 장소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데이터를 뽑았다. 그 결과 참석자의 약 92%가 400km 이상을 비행을 통해 여행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나 버스, 기차를 이용한 참석자를 8%로 가정하고 각 운송수단별 탄소 배출량과 평균 연료 소비, 연료 중량, 운송수단별 승객수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했다. 

 

분석 결과 대륙간 국제 항공편이 주요 탄소배출원으로 분석됐다. 홍콩과 샌프란시스코 왕복 항공편은 1년 동안 영국인 1명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AGU 2019로 인한 탄소배출량의 75%는 북미 이외 지역 참석자(36%, 약 1만명)가 8000km 이상 비행하는 대륙간 항공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도나 호주, 중국 등 먼 곳에서 온 참석자 17%(약 5000명)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총 배출량의 39%에 달했다. 1500km 이하를 이동하는 22%에 의한 탄소배출량 비중은 2%에 그쳤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들 22%가 비행기 대신 기차, 버스 등 육로를 이용해도 총 배출량의 1%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퍼런스 장소를 시카고로 옮긴다면 배출량을 12% 절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장소를 하와이로 옮기면 배출량이 42% 늘어났다. 

 

저자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콘퍼런스 장소를 새롭게 설계하는 최적의 조건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의 여정을 모델링해 항공편 여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온라인 참석도 고려해야 하며 기차나 버스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대안적 운송수단도 검토해야 한다. 

 

저자들은 또 시간대에 관계없이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지속할 수 있는 온라인 콘퍼런스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면 질문 및 답변에 비해 참여도가 높아지고 참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년 개최되는 콘퍼런스를 격년으로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대면 콘퍼런스를 격년으로 할 경우 적어도 탄소배출량의 50%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만일 AGU 콘퍼런스를 2년에 한번 시카고에서 개최한다고 가정하면 탄소 배출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이뤄지는 연례 콘퍼런스를 통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EGU 회의를 일본 도쿄와 미국 시카고,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하며 3곳의 지역을 가상으로 연결해 전세계 참석자들이 한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이동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80%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각 지역별 시차를 고려한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월요일 도쿄에서 시작해 금요일 저녁까지 5일 연속으로 시차를 고려해 세션을 배치하면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남반구 참석자들이 불리할 수 있지만 온라인 콘퍼런스를 진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수만명이 접속해도 온라인 콘퍼런스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네트워크 및 장비 투자는 필요하다. 

 

이같은 형태의 콘퍼런스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학회나 전문기관 등에 지원되는 예산을 탄소배출량과 연계해 책정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학문적 성취가 항공 마일리지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학계와 대학, 연구기관의 온라인 콘퍼런스를 위한 투자, 기술 지원 등도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 콘퍼런스 참가를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콘퍼런스 휴가제도’ 도입도 고려된다. 개최 장소를 선정할 때도 행사 주최측이 탄소배출 관련 데이터를 고려하고 장거리 비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역 허브를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시간 스트리밍과 녹화, 토론 채널을 갖춘 플랫폼 등을 준비하고 온라인 콘퍼런스를 통해 아낀 비용으로 남반구 과학자들의 콘퍼런스 참여에 지원해야 한다. 

 

저자들은 “합리적이고 협력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새로운 모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준 교훈으로 쉽게 변경하기 어려운 관행을 놀라운 속도로 바꿔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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