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살 맞은 X선, 지금도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맹활약

2020.08.31 06:00
카자흐스탄 여성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제공
카자흐스탄 여성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10일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새롭게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치명률이 훨씬 높은 새로운 감염병이라는 것이다. 국제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보다 지독한 감염병이 등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현장에 파견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관들의 정밀 분석 결과 이 폐렴의 정체는 코로나19로 드러났다. 카자흐스탄 정부 당국이 흔히 사용하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활용해 진행한 검사에선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끝내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폐렴의 정체를 밝힌 건 가장 정확한 진단키트로 손꼽히는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같은 첨단 진단키트가 아니었다. 올해로 125살이 된,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선 영상이다.  

 

○인류의 재산으로 탄생한 X선, 미국 대통령을 구하다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촬영한 최초의 인간 X선 사진. 위키피디아 제공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촬영한 최초의 인간 X선 사진. 위키피디아 제공

X선은 가시광선, 마이크로파, 전파와 동일한 광자(빛알갱이)로 구성된 전자기 복사의 한 형태다. 독일의 물리학자인 빌헴른 뢴트겐은 1895년 암실에서 유리관에 저압의 가스를 넣어두고 전류가 어떻게 통과하는 지 관찰하다가 두꺼운 책이나 나무판자까지 투과하는 이 빛을 발견했다. 목재나 옷은 물론 심지어 물건을 든 자신의 손뼈까지 통과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뢴트겐은 수학에서 모르는 수를 X라 표현하듯이 정체불명의 이 빛에 X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X선 관련 논문을 발표했고, 1901년 이 논문으로 제1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뢴트겐은 X선이 전 인류의 재산이라 생각해 특허 출원을 하지 않았다. 

 

X선은 현대 과학에 큰 기여를 했다. X선을 통해 이전에 볼 수 없던 분자 구조를 관찰할 수 있게 됐고 생명 신비를 담고 있는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천문학자들은 먼 우주의 별과 은하, 중성자별, 블랙홀에서 쏟아낸 X선을 탐지해 우주 구조를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류는 가장 큰 수혜자나 다름없다. X선을 이용해 몸속을 들여다 보게 되면서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가능해졌고 그만큼 많은 생명을 구했다. 

 

X선이 유명해진 것은 1914년부터 4년간 이어진 1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프랑스 과학자 마리 퀴리가 의료용 X선 진단장비를 실은 이동용 차량을 만들었다. 전선의 부상병들에게 즉시 사용할 수 있어 부상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 ‘작은 퀴리’라는 애칭도 얻었다.

 

제임스 가필드 미국 대통령은 1881년 괴한의 저격으로 두 발의 총탄을 맞았다. 당시 의료진은 총알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고 결국 가필드 대통령은 숨을 거뒀다. 반면 그로부터 딱 100년 뒤인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은 가슴에 총상을 입었지만 의료진이 X선 영상을 보고 몇 분만에 총알을 찾아내 목숨을 건졌다. 미국 진단영상 학계에선 X선 등장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표적 사례로 지금도 꼽고 있다. 

 

○결핵 잡던 X선 코로나19도 잡는다

코로나19 환자가 폐 질환을 겪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간유리음영 현상이다. 폐예 반투명 유리 같은 옅은 음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멘스헬시니어스 제공
코로나19 환자가 폐 질환을 겪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간유리음영 현상이다. 폐예 반투명 유리 같은 옅은 음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멘스헬시니어스 제공

X선은 지금도 해마다 1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핵과 전쟁의 최전선에서 활용되고 있다. 결핵은 몸속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폐에 발생한다. 폐의 결핵균의 활동성 여부를 빠르게 진단해 빠른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X선 영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X선 영상장치는 코로나19 사태가 나자 가장 정확한 진단키트도 잡지 못하는 확진자들을 잡아내는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은 무증상 환자를 제외하고는 폐렴 증상을 보인다. 이런 환자 흉부를 X선으로 찍어보면 폐에 반투명 유리 같은 옅은 음영이 나타나는 증상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는 진단키트보다 감염 사실을 더 확실히 뒷받침하는 '스모킹건'이다.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거나 예후를 확인하는데도 X선을 다양한 각도에서 촘촘하게 쏴 3차원(3D)으로 촬영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X선은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서 진단 정확도가 더 올라가고 있다. 예종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전문가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 AI 기술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지난 5월 발행한 ‘영상기반 코로나19 진단 AI’ 특집호에 발표했다. 전문가가 X선 영상을 보고 환자를 판독하는 정확도는 69%로 알려져 있는데, 개발한 AI는 그보다 17% 높은 86%의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옌 중국 화중과기대 연구원팀도 지난 2월 RT-PCR이 음성인 경우에도 CT 촬영을 통해 코로나19 환자를 97%의 정확도로 판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방사선학’에 발표했다. 

 

X선 진단장비는 탄생한지 100년이 넘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마켓앤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의료용 X선 진단기기 시장은 지난해 28억 달러(약3조3194억원)에서 2024년 38억 달러(약4조5056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다인달사 등 미국 기업과 후지필름홀딩스 등 일본 기업, 지멘스헬시니어스 등 독일 기업 등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뷰웍스와 레이언스 등 한국 기업들도 두각을 나타나고 있다.

 

물론 X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남아있다. X선도 방사선이기 때문에 많이 쬐는 것은 좋지 않다.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 있는 정상인의 연간 피폭량은 2~3mSv(밀리시버트)이다. CT 촬영으로 인체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피폭 수치는 평균 15mSv, 흉부 X선 검사는 0.02mSv 정도로 잦은 촬영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에도 X선과 CT를 통한 진단이 RT-PCR을 대체할 순 없다. 위음성처럼 RT-PCR이 제기능을 하지 못할 때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위음성은 감염 초기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X선과 CT를 사용해 진단한다는 것이다.  김채리 고려대 안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CT나 X선으로 코로나19를 100%로 판단하는 것은 병변이 작을 경우 힘들다”며 “완벽하게 진단할 수 없다는 불완전함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리스 터크베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분자이미징프로그램 연구원은 “RT-PCR과 CT를 함께 사용하는 게 코로나19 진단에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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