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 사회적 거리두기 약했다면 환자 27배 늘어났다"

2020.09.07 17:50
서울대 보건대 연구진 수리모델 분석결과
오전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이공대학교 강의동 입구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의심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조선이공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에 따라 실습·실험 과목의 대면수업을 이날부터 시작했다. 연합뉴스 제공
광주 동구 조선이공대학교 강의동 입구에서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2m 이상 거리를 띄운 채 코로나19 의심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빠르게 확산하던 2월과 3월에 국민들이 지킨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당시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실제로는 9200명대였던 국내 환자 수가 25만 명까지 늘어났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를 막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사회적 거리두기란 것을 보여주는 결과란 설명이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수리모델링을 활용해 올해 2월과 3월 코로나19를 확산세를 막기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휴교, 빠른 감염자 찾기 등이 없었다면 어떠한 결과를 낳았을지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이달 7일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월 12일부터 3월 31일까지 7주간 발표된 국내 환자 수를 토대로 당시의 감염 양상을 수리모델화했다. 이 기간의 첫주에 해당하는 2월 18일부터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빠르게 확산하며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3월 31일까지 누적 환자 수는 총 9786명이었다.

 

연구팀은 SEIQH 모델로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SEIQH 모델은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S)과 감염병에 노출된 사람(E), 감염된 사람(I), 격리된 사람(Q), 입원한 사람(H)로 나눠 서로 간 접촉 빈도 등에 따라 감염자 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을 관찰하는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나 휴교, 빠른 감염자 찾기 등 조치를 통해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비약물적 중재’가 접촉 빈도를 줄이면 환자 증가세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구팀은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제로 감염자 수를 줄이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해진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세웠다. 연구팀은 우선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사람들과 감염자 간 접촉이 얼마나 일어났을지를 추정했다. 이후 추정한 범위에서 가장 높은 접촉 확률이 3~7주 사이 적용된 것을 약한 위험 시나리오로 정하고, 이것보다 2배 높은 접촉이 일어난 경우를 심각한 시나리오로 정했다. 2월 12일부터 2주간 대구 집단 감염등으로 시민들의 경각심이 커지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는데, 만약 시민들이 지킨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당시의 2분의 1도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를 추정한 것이다.

 

심각한 시나리오(왼쪽)와 약한 시나리오 하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증가 수를 나타냈다. 파란색(실제 환자 수)에 비해 심각한 시나리오의 경우 환자 수가 25만(250K) 명대까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JKMS 제공
심각한 시나리오(왼쪽)와 약한 시나리오 하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증가 수를 나타냈다. 파란색(실제 환자 수)에 비해 심각한 시나리오의 경우 환자 수가 25만(250K) 명대까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JKMS 제공

그 결과 심각한 시나리오에서 환자 수가 최대 25만 2011명까지 발생했을 것으로 예측됐다.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다면 실제보다 27배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약한 시나리오 하에서도 환자가 4만 1688명 발생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실제보다 4.5배 많은 수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된 휴교 또한 19세 이하 환자 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수두의 지난해와 올해 발생률 차이를 비교해 휴교하지 않았을 때 코로나19 전파율 증가를 추정했다. 이를 대입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되는 19세 이하 학생과 어린이의 수는 최대 1090명으로 예측됐다. 1.71배 높은 수치다.

 

JKMS 제공
선제 검사를 통해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냈을 때 환자 수가 얼마나 줄어들었을지를 분석한 그래프다. 가로축은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후 격리까지 걸리는 일자, 세로축은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 격리될 확률이다. 빨간색 십자가가 실제 상황이다. 환자가 격리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격리율이 낮아질수록 환자가 발생하는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JKMS 제공

연구팀은 선제 검사를 통해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 또한 환자 수를 줄이는 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 시기 감염자를 찾아내는 데는 5.8일이 걸렸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 격리할 확률은 4%였다. 만약 감염자를 격리하는 데 8일이 걸리고 감염 전 격리할 확률이 2%였다면 최대 1만 2741건까지 환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39%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하는 시간을 4일로 줄이고 격리율을 10%로 높이면 환자를 3000명가량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휴교, 빠른 격리 등의 비약물적 중재가 없었다면 코로나19 환자 수가 지금보다 상당히 많았을 것”이라며 “특히 성인 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효과적인 비약물적 중재로 나타났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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