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처방으로 다시 주목 받는 코로나 치료제

2020.10.05 18:30
AI 이용 재창출 약물 재주목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장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장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상 3상에 든 것으로 확인한 후보물질이 이달 초 10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유행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백신 출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대량생산해 세계 곳곳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항체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수개월~수년의 단기간만 형성돼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생명과학계는 다시금 치료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여로 관심을 끈 항체치료제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재창출 약물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투약으로 관심 받은 리제네론 항체치료제...'칵테일' 효과가 강점


이달 2일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판정 뒤 미국 생명공학사 리제네론사가 개발한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한 차례 투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에 형성된 항체만 따로 분리해 치료제로 이용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바이러스의 항원에만 결합하도록 분리해낸 항체를 ‘단일클론항체(단클론항체)’라고 부르는데 이를 쓰거나 여러 단일클론항체를 섞어 쓴다. 바이러스 침투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를 둘러싼 뒤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은 처음부터 두 종류의 단일클론항체를 섞어 쓰는 항체치료제로 개발된 게 특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핵심 영역(RBD)을 무력화시키는 항체 수천 개 중 가장 효과가 좋은 항체 8개 발굴한 뒤 이 가운데 두 개를 조합했다. 리제네론은 관련 연구 결과를 6월 ‘사이언스’에 공개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코로나19 회복 환자서 얻은 수천 종 '항체 칵테일' 치료 효과 쏠쏠하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후보물질을 투약했으며, 아연과 비타민D 등을 함께 투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관련 항체치료제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빨라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임상1상에서 30명 대상의 입원환자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2900명의 입원 환자 및 비입원환자를 대상으로 2,3상을 동시에 실시 중이다. 지난달 29일 리제네론이 공개한 1/2/3상 첫 환자 275명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입원환자의 7일 뒤 체내 바이러스량을 줄이고 증상을 빠르게 개선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플라시보 그룹이 증상 개선에 평균 13일이 걸린 반면 투약 그룹은 6~8일 걸렸다. 7월에는 예방적 사용을 위한 임상 3상도 미국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시작했다. 

 

비록 아직 사용승인은 받지 않았지만, 대안이 없는 경우 말기 환자 등에게 투약을 허용하는 '동정적사용승인계획'을 통해 투약할 수 있다. 2일 리제네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 의료팀이 먼저 리제네론에 약의 사용 허가를 요청했고 FDA의 승인 하에 처방했다. 레너드 슐레이퍼 리제네론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와 오랜 지인으로 알려졌다.

리제네론 제공
리제네론 제공

●리제네론 맞수 일라이릴리도 임상2상 효과 확인...한국 셀트리온은 2상 승인


리제네론과 함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선두그룹에 선 기업은 미국 생명공학사 일라이릴리다. 일라이릴리 역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단백질 일부를 인식하는 단일클론항체를 개발 중이며 800명을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이 가운 약 450명을 대상으로 한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부작용은 거의 없었으며 입원 환자 비율을 6%에서 1.7%로 72%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다. 중간 농도로 사용할 때 감염 11일 뒤 체내 바이러스량을 낮추는 효과도 확인했다.

 

일라이릴리는 “중등도 환자의 중증 발전을 막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다른 부위를 인지하는 또다른 단일클론항체를 함께 사용하는 칵테일 치료제의 효과 역시 측정 중인 만큼 추가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임상 1상 결과에 따르면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어 지난달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000여 명 규모의 임상2/3상 승인을 받아 현재 진행 중이다.

 

일라이릴리 연구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의 안정성을 시험하고 있다. 일라이릴리 제공
일라이릴리 연구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의 안정성을 시험하고 있다. 일라이릴리 제공

●약물재창출 사례도 계속돼...최근에는 AI 도움도


새로운 재창출 약물도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는 기존 다른 목적으로 개발됐거나 개발된 약물을 코로나19 용으로 새롭게 사용하는 재창출 약물이 많았다. 미국 생명공학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와 항염증 스테로이드제로 널리 쓰이던 덱사메타손이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와 각국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최근 덱사메타손을 처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5일 오후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중앙임상위원회에서는 발병 초기에는 렘데시비르를 투여하고 초기 이후 장기 염증이 문제가 되면 덱사메타손을 사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일본에서는 항바이러스제 ‘아비간’이 곧 사용 허가를 받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이용한 재창출 사례가 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류머티즘 치료제로 널리 쓰이던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을 놓고 현재 임상 3상중이다. 릴리는 영국 베네볼런트 사가 AI로 발굴한 재창출 약물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한국에서는 신테카바이오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서 증식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 단백질인 단백질가수분해효소 ‘메인프로티에이스(Mpro)’의 구조를 바탕으로 이 효소의 작동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 후보 30종을 FDA 승인 약품 3000여 개 중에서 찾았다. 이후 세포실험을 거쳐 총 3개 후보물질을 찾았으며 이 가운데 2건을 발굴해 5월 용도특허를 출원했다. 지난달 3일에는 이 두 종을 병행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통해 폐 병변을 치료한 결과 렘데시비르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관련기사 : '특허·예측력 세계 2위'…코로나 시대 두각 나타내는 국내 AI-BI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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