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등장한 컨테이너 병상, 병원 수준 장비 갖춰야 제기능 한다

2020.12.09 17:01
서울시 컨테이너 병상 설치… 전문가들 "병원 내 병상과 동일한 수준의 장비 갖춰야"
9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병상 부족을 막기 위한 컨테이너 이동병상 설치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9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병상 부족을 막기 위한 컨테이너 이동병상 설치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매일 500~600명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들을 수용할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 병상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2~3월 대구에 처음 등장한 지 10개월여 만이다. 서울시는 이달 10일까지 48개의 컨테이너 병상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도 부족한 병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테이너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부족한 병상 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환자를 수용할 혁신적 방안으로 꼽히지만 제대로 된 치료효과를 이끌어 내려면 일반 병원의 중환자 병상과 동일한 수준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라 해우리럭 캐나다 토론토대 중환자치료의학과 교수와 레베카 레파 캐나다 헬스네트워크대 의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을 봤을 때 컨테이너를 이동식 중환자 병상으로 사용한 것은 가장 혁신적인 ‘게임 체인저’였다”며 “이 컨테이너에는 음압장비와 공기필터인 헤파(HEPA)필터 등 중환자 병상에 필요한 장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국제학술지 ‘중환자병실 관리 및 활용’에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컨테이너 중환자 병상은 전기 발전기와 산소공급기, 물 등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응급상황에 대비해 통신연결망도 있어야 한다”며 “컨테이너 중환자 병상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경우 장비만 저장고로 이동시켜 놓을 수 있는데, 이때 정기적인 유지 관리 검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국·이탈리아·인도 등 여러나라서 활용 중

컨테이너 병상은 급증하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안책으로 이탈리아에서 처음 도입했다. 올해 4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행사인 오피시네 그란디 리파라지오니에서 칼로 라티 매사추세츠 공대(MIT) 센서블시티 연구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조립식 컨테이너 집중치료실(ICU)의 프로토타입 '큐라'를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큐라는 수 시간 안에 지을 수 있고 기존의 ICU 병동의 장비와 안전시설을 쓸 수 있다. 각 큐라는 병실의 진공을 유지해서 외부인의 2차 감염을 최소화하고, 공기로 부풀리는 복도를 사용해서 다른 큐라와 연결해 40개가 넘는 침대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병상은 실제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위치한 밀라노 지역에 활용됐다.


싱가포르에서는 컨테이너를 사용한 격리 병상을 도입했다. 올해 7월 14일 싱가포르의 가장 큰 규모인 싱가포르 종합병원은 조립식 컨테이너를 사용한 임시 코로나19 환자 격리실의 문을 열었다. 병원은 각 조립식 컨테이너에 변기와 샤워가 달린 개인용 화장실과 침대, 냉방과 환기 장치를 배치해서 여러 컨테이너를 늘어놓아 하나의 병동을 만드는 방식을 고안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환자가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창문을 뚫어 이를 해소했다.


또 의료진이 전부 보호장비를 입은 채로 심폐소생 장비를 사용하며 심폐소생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격리 병동의 입실 조건을 심장마비의 위험이 적은 75세 이하의 환자로 제한하고, 심폐소생용 병실을 따로 병동 안에 설치했다. 이 조립식 컨테이너 병동은 실제 공사에 5월부터 2개월이 걸렸다.

 

이탈리아와 싱가포르 외에 미국과 캐나다, 인도,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컨테이너 코로나19 병상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4월 컨테이너 코로나19 병상을 '게임 체인저'로 소개하며 WEF가 컨테이너 병상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각국 보건당국 "코로나19 임시병상 활용위해 필수장비 꼭 갖춰야"

해외 각국 보건당국에서는 기존의 병원 시설을 코로나19 병상으로 재배치하는 데 사용되는 기준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 질병관리센터(NCDC)의 지침은 국립 병원에서 기존 병상이 아닌 시설을 코로나19 환자 격리 병상으로 바꿀 때 격리된 공간, 환기 시스템, 개인 보호 장비를 강조한다.

 

또 의료진을 포함해 환자가 아닌 관련인의 감염을 막기 위해 격리 공간은 다른 주위의 시설과 분리된 출입구 및 환기 시스템을 가져야 하고 기본 병상에서 요구되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 확진 의심 환자와 확진 환자, 상태가 얼마나 위중한지에 따라 병상을 나누는 것도 요구된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도 비슷한 내용의 지침을 내리고 있다. 병동에도 기본적인 병동의 기준에 맞춰 필수인 구조물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NHS는 임시 수술실, 병상 침대, 임시 시체 안치소, 샤워실과 탈의실, 격리실, 중증도 검사실 등을 예로 꼽는다. 여기에 추가로 소독실, 드라이브 스루(차량이동형) 검사시설, 냉장 보관실, 임시 냉각기 등을 포함하라고 권고한다. 

 

또 부지에 공사가 허용되는지 확인해야한다. NHS는 주차장을 이상적인 목표 부지로 추천하고, 주차장에 짓는 게 아닌 경우 평평하고 안전한 공사부지를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 병동의 크기 역시 최소 36㎡ 정도, 소방 활동을 위한 공간과 주차 공간 등 법적으로 필수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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