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반도체 공정, 빛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

2020.12.15 01:00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이텔루륨화몰리브덴 (MoTe2)을 빛으로 도핑하는 과정 모식도. 붉은 색이 몰리브덴, 노란색이 텔루륨, 파란색이 산소 원자다. 왼쪽은 자외선을 쬐었을 때 텔루륨이 일부 탈락하면서 잉여 전자가 발생해, n형 반도체로 변하는 과정. 오른쪽은 가시광선을 쬐면서 산소가 몰리브덴 원자를 일부 대체하는 과정이다. 이 때 소재 전체에는 양공이 더 많아지게 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이 개발한 빛으로 2차원 반도체를 도핑하는 과정을 나타낸 모식도. 붉은 색이 몰리브덴, 노란색이 텔루륨, 파란색이 산소 원자다. 왼쪽은 자외선을 쏘였을 때 텔루륨이 일부 탈락하면서 잉여 전자가 발생해 n형 반도체로 변하는 과정이고, 오른쪽은 가시광선을 쏘였을 때 산소가 몰리브덴 원자 일부를 대체하는 과정이다. 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빛을 이용한 2차원 반도체 공정 방법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쏘아 2차원 반도체를 n형과 p형 반도체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2차원 반도체는 그래핀처럼 크기가 수 나노미터인 원자를 한 겹으로 배열해 만든 반도체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실리콘 반도체와 달리 잘 휘면서 단단해 얇고 유연한 전자기기, 극초소형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순수한 반도체는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아 구성 원자 일부를 바꾸는 ‘도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류가 흐르는 방법에 따라 n형 또는 p형 반도체로 나뉜다. n형 반도체는 결합에 쓰이고 남은 전자가 전류를 흐르게 하고, p형 반도체는 전자가 부족해 생긴 빈자리인 ‘정공’이 움직여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다. 그런데 반도체 표면에 화합물을 뿌리는 기존의 도핑 방법은 n형과 p형 반도체를 만들 때 쓰이는 화합물을 다르고 도핑 후에는 성질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빛을 활용했다. 원래 반도체에 빛을 쬐면 세기와 파장에 따라 여러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반도체가 손상될 수 있지만, 이 점을 역이용했다. 원자 수준의 분해능을 갖는 투과전자현미경과 주사터널링현미경을 이용해 파장이 다른 빛을 쏘여 이텔루륨화몰리브덴(MoTe2)로 만든 2차원 반도체에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자외선을 비추면 n형, 가시광선을 비추면 p형 반도체로 도핑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은 텔루륨-몰리브덴 간 원자 결합을 끊어 몰리브덴 원자 일부를 탈락시켰고 여분 전자가 많아져 n형 반도체로 바뀌었다. 반면 파장이 긴 가시광선을 쏘이면 텔루륨 원자를 전자친화도가 큰 산소가 대체했고 전자의 구멍이 더 많아지면서 p형 반도체가 됐다.

 

연구팀은 이텔루륨화몰리브덴으로 만든 2차원 반도체뿐 아니라 이셀레늄화텅스텐(WSe2)으로 만든 2차원 반도체도 같은 방식으로 도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p형과 n형 반도체를 이용해 논리회로의 대표 부품인 인버터와 스위치를 만들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문호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2차원 반도체에 필수적인 도핑 과정이 빛과 물질의 광화학반응으로 간단히 이해될 수 있음을 보였다”며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은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이상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일렉트로닉스’ 온라인판 12월 15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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