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동물원 생활] 청주동물원의 불청객 붉은여우 구출작전

2021.01.09 06:00
청주동물원에 막 도착한 붉은 여우 ′김서방′의 모습. 청주동물원 제공
청주동물원에 막 도착한 붉은 여우 '김서방'의 모습. 청주동물원 제공

2017년 여름 청주동물원에 소백산에서 붉은여우의 복원을 담당하는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의 중부센터 직원들이 방문했다. 이들은 청주동물원에서 여우를 찾고 있다고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내 멸종위기동물을 복원하고 있다. 대상은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설악산의 산양, 소백산의 붉은여우다. 그중에서도 붉은여우는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의 중부센터에서 보전을 위해 개체수를 늘리고 자연에 방사하고 있다. 자연으로의 시범 방사는 적응훈련을 마친 여우들이 자연으로 나가 정해진 서식 지역 안에서 사는 것이다.  


문제는 자연으로 방사한 붉은여우가 정해진 서식 지역을 벗어난 것이다. 다행히 붉은여우의 목에는 야생에서도 잘 살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위치추적기가 채워져 있었다. 센터 직원들은 위치 추적기의 신호를 따라 움직였고, 청주동물원까지 오게 된 사연이다.  


설명을 듣고 청주동물원 직원들과 센터 직원들은 동물원 안을 뒤지기 시작했고 물새장 근처의 맨홀 안에서 옴싹달싹 못하는 붉은여우 한 마리를 발견했다. 


청주와 중부센터가 있는 영주는 직선거리로도 100km나 떨어진 먼 곳이라 몸집이 작은 붉은여우가 오기에는 매우 힘들다. 아마 동물원에 있는 여우들의 냄새에 이끌려 온 것으로 추정된다. 잠시 청주동물원을 찾았던 붉은여우는 원래의 서식 지역인 소백산으로 다시 돌아갔다.

 

● 2020년 3월 복숭아밭에서 온 김서방

 

2020년 3월 세종시의 한 복숭아밭에 여우가 나타났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러나 여우는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청주 시내에서 다시 발견됐다.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가 차량 밑에 웅크리고 있는 여우를 포획했고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의 중부센터로 옮겨졌다. 


중부센터 연구원들은 혹시 이 여우가 소백산에 방사한 붉은여우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소백산 여우가 아닌 북미산 붉은여우로 밝혀졌다. 사람이 키우던 동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세종시와 청주시 같은 도심에서 나타났고, 포획 당시 사람에 대한 경계가 별로 없을 정도로 야생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부센터 직원들과 함께 북미산 붉은여우의 거취에 대해 고심했다. 만약 야생에 살다가 유전자가 다른 소백산 여우들과 번식하면, 유전자가 교란될 수 있어 토종여우 복원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붉은여우는 청주 시내에서 포획되었기에 청주시의 유기동물로 분류되었고, 결국 논의 끝에 청주동물원이 맡아 키우기로 결정했다. 


여우를 포획할 당시 담당자였던 생물보전원의 이숙진 수의사는 여우의 이름을 ‘김서방’이라고 지었다. 세종시와 청주시를 동분서주하던 여우를 포획하기 위해 찾고 쫓던 것이 마치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같아서였다.


청주동물원의 사육사들은 김서방을 맞이하기 위해 살 집을 열심히 꾸몄다. 나무도 새로 심고 쉴 수 있는 선반도 만들었다. 동물원에 도착한 김서방은 새 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선반 위로 폴짝 뛰어올라 자리잡았다. 김서방은 12월 중순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공격성이 줄어들고 새 집에서 다른 여우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혹시 모를 원하지 않는 출산을 막아 여우의 수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쾌적한 공간을 확보해 줄 수 있다.

 

● 2020년 12월 여우들의 러브 하우스 대변신

 

청주동물원에는 김서방을 포함해 총 11마리의 붉은여우가 살고 있다. 여우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2020년 8월부터 여우사를 더 넓게 리모델링 했고 12월 중순 완성했다. 여우가 발톱을 긁을 나무를 심었고 성큼 올라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타워도 만들었다. 여우들은 흙으로 된 방사장에 자신들의 본능대로 마음껏 굴을 팔 것이다. 이곳에서 여우들은 봄볕을 맞으며 졸기도 할 것이며, 여름비를 맞곤 물에 젖은 까만코가 한층 선명해질 것이다. 여우사 리모델링은 은여우가 청주동물원에 들어온 지 23년 만의 일이다.

 

붉은여우 '김서방'을 위해 마련한 공간. 청주동물원 제공

 

● 멸종 위기 한국 여우 복원

 

여우는 원래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분포했다. 그러나 모피를 위한 무분별한 남획과 불법 밀렵, 산림 개발에 따른 서식지 감소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하여 현재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최근 여우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2004년 3월 강원도 양구지역에서 여우 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이외에 소수의 여우 개체군이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정확한 서식 현황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 중부센터에서 2012년부터 소백산 붉은여우를 방사하는 등 여우 복원에 힘을 쓰고 있다.

 

※필자소개

김정호 수의사. 충북대학교에서 멸종위기종 삵의 마취와 보전에 관한 주제로 수의학박사를 받았다. 청주동물원과는 학생실습생으로 인연이 되어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21년 1월 1일자 발행, [슬기로운 동물원 생활] 청주동물원에 찾아온 손님들, 붉은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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