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월성원전 삼중수소 진실공방

2021.01.15 17:07
국민의힘 김영식, 이철규, 김석기 의원이 삼중수소 논란이 되고 있는 월성 원전 현장을 방문한 뒤 15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식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김영식, 이철규, 김석기 의원이 삼중수소 논란이 되고 있는 월성 원전 현장을 방문한 뒤 15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식 의원실 제공.

지난 7일 월성 원전 부지 내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1리터당 71만3000베크렐(Bq·방사능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이 검출됐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보고서가 공개되며 월성 원자력발전소 삼중수소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월성 원전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는데도 한수원이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와 주민들이 요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검토를 거론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삼중수소 검출을 은폐했다는 의혹은 물론 시설이 노후화된 월성 원전 폐쇄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며 ‘괴담’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 관리 기준치 이상 농도의 삼중수소 검출?...“내부 기준 없고 외부 배출 기준만 존재”

 

민주당과 환경단체는 월성 원전 부지 내 지하수에서 1리터당 71만3000Bq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배출 관리 기준치인 1리터당 4만Bq의 17.8배를 초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확인 결과 검출된 지하수는 원전 부지 내 터빈 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 맨홀에서 측정한 것으로 외부로 배출할 때의 관리 기준치와는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관리 기준치인 4만Bq은 원전 부지 외부로 배출할 때 관리하는 기준이다. 부지 내에서의 관리 기준과는 무관하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부지 내 지하수에서 71만3000Bq의 삼중수소를 검출했다고 원안위에 보고했고 원안위는 절차에 따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를 통해 한수원에 조치를 요구한 뒤 조치가 이행됐는지 보고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원전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는 항상 존재한다. 원자로의 핵연료가 분열될 때 튀어나오는 중성자가 원자로 냉각수에 있는 수소와 반응을 일으키며 삼중수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양성자 1개에 중성자 2개가 결합된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다. 

 

원전 내에서 삼중수소 농도는 원전 가동시 환경에 따라 가변적이다. 원자로를 기준으로 멀어질수록 삼중수소 농도가 낮아진다. 기체 상태인 삼중수소의 경우 비가 오면 빗물과 함께 섞여 지하수가 되기도 하고 부지 내 토양에 흡착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삼중수소 농도는 달라지는 것이다. 

 

현재 원안위 규정으로는 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농도 관리 기준은 없고 외부 배출시 관리 기준인 리터당 4만Bq이라는 기준치가 있다. 원전 부지 내부의 경우 한수원이 삼중수소 농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평소와 다른 이상 측정치가 나오면 원안위에 보고하고 원안위는 높은 농도를 보이는 곳의 배관이나 구조물 점검을 요구하고 조치가 취해졌는지 검토한다. 

 

다만 평소와 다른 높은 삼중수소 측정치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다. 이에 대해 김기환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원전 내부에서는 삼중수소 변동값이 크기 때문에 획일적인 관리 기준을 두는 게 큰 의미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상 측정치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과거 측정 데이터를 근거로 한수원이 관련 연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삼중수소는 인공 방사성 물질로 인근 주민에 영향?...자연계에도 존재

 

민주당과 환경단체는 삼중수소에 대해 인공 방사성 물질이라며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삼중수소는 자연계에서도 존재하며 삼중수소는 베타붕괴를 하기 때문에 방출하는 방사선은 극히 미량이라고 설명한다. 

 

원자핵이 붕괴될 때 에너지를 내보내는 원소를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한다. 수소의 경우 삼중수소가 방사성 동위원소다. 물 속에는 일반 수소와 중수소, 삼중수소가 모두 섞여 있다. 자연계에서는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우주선과 대기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져 자연계에 존재한다. 매년 이 방식으로 지구 전체 대기에 삼중수소는 약 200g 만들어진다. 

 

삼중수소는 베타붕괴를 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감마붕괴를 하는 원소와는 다르다. 감마 붕괴를 하는 대표적인 방사성 동위원소는 코발트-60, 세슘-137 등이다. Bq은 핵종에 관계없이 1초에 원자핵이 붕괴되는 횟수를 의미하는 단위다. 1Bq은 1초에 1회 붕괴한다는 의미다. 원전의 삼중수소 외부 배출 관리기준인 리터당 4만Bq은 물 1리터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1초에 4만회 붕괴된다는 사실을 뜻한다. 

 

삼중수소의 베타붕괴 에너지에 대해 김교윤 대한방사선방어학회장은 “바나나에도 베타붕괴를 하는 칼륨-40이라는 방사성 핵종이 포함돼 있는데 바나나 1개에 있는 칼륨-40이 물질에 미치는 영향을 1로 보면 삼중수소는 34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전 부지 내에서 검출된 삼중수소가 인공 방사성 물질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원전 부지 내라고 해도 빗물이나 다른 자연 환경에 의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삼중수소가 섞여 있을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 원전 부지 외부로 유출됐을 수 있다...“원전 설계상 가능성 낮아”

 

원전 부지 내에서 검출된 삼중수소가 지하수를 통해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도 논란 거리다. 그러나 한수원과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원전 내에서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문제가 된 곳은 마치 화장실에서 배출구로 물이 모여들 듯이 삼중수소를 포함한 물이 보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문제가 된 삼중수소의 경우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희석 처리해 배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 관계자는 “고농도 삼중수소가 나온 고인 물은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처리해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한수원 조사에 따르면 월성 원전 주변 지역의 삼중수소 조사 결과 울산이나 경주에서는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봉길 지역에서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인 리터당 1만베크렐에 한참 못미치는 4.8Bq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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