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10년] "일본 원전사고 뒤이은 과도한 공포, 냉정한 대응 어렵게 했다"

2021.03.12 06:45
11일 ‘후쿠시마 10년의 교훈과 방사선 환경 영향’ 온라인 심포지움
 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을 맞은 일본 후쿠시마현 도미오카마치의 귀환곤란 구역에 오염제거 작업으로 수거한 토양과 풀 등을 담은 커다란 검은 자루가 임시 보관소에 쌓여 있다. 후쿠시마/연합뉴스 제공
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을 맞은 일본 후쿠시마현 도미오카마치의 귀환곤란 구역에 오염제거 작업으로 수거한 토양과 풀 등을 담은 커다란 검은 자루가 임시 보관소에 쌓여 있다. 후쿠시마/연합뉴스 제공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을 맞았다. 세월은 흘렀지만 지금도 방사능 공포는 여전하다. 국내에선 일본산 수산물뿐 아니라 국내산 수산물을 먹지 않거나 일본 방문을 꺼리는 이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방사선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는 11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후쿠시마 10년의 교훈과 방사선 환경 영향’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자마자 국내에서는 매우 공포스러운 반응이 나왔다”며 “이런 공포심은 사회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대응을 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당시 일부 국민은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처럼 방사능이 전염된다고 실제로 인식했다”며 “그런 반응이 나오자 일본산 수입품은 물론 입국자들까지 모두 방사선 피폭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2011년 3월 17일부터 국내 공항 4곳과 항만 4곳에서 입국자들에 대한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했다. 약 22만명이 이 검사를 받았으며, 검사인력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AINAC) 등에서 차출했다. 강 교수는 “관련 기관들에서 인력이 대거 동원됐다”며 “방사선은 멀리 떨어져 있고 제염이 되면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 사람들이 지금의 코로나19처럼 인식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방사능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관련 인력들이 정상 업무를 하지 못하고 인력낭비가 유발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피폭량 검사를 받은 입국자 22만명 중 단 2명만 기준치를 웃돌았다. 


강 교수는 국내에서 ‘알랄라(As Low As Resonably Achievable)’ 원칙이 절반만 인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랄라 원칙은 가급적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는 권고사항으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1977년 도입했다. 그는 “알랄라 원칙은 사회경제적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방사선 노출을 낮추란 말이지만 '합리적'이란 말이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심포지움이 진행되고 있다. 심포지움 라이브 캡쳐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심포지움이 진행되고 있다. 심포지움 라이브 캡쳐

‘방사선재난대응 관점에서의 후쿠시마 교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재기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도 “사고 당시에 많은 과잉 반응들이 일어났다”며 “불합리한 반응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에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넓히고 관련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분노와 혼란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방사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근처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자연적인 물리적 붕괴와 꾸준한 제염 작업 등을 통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미카미 사토시 일본원자력연구원 연구원은 ‘대규모 환경방사선 모니터링’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후쿠시마 지역 2200곳의 샘플 1만1000개의 토양샘플을 분석한 결과를 설명했다. 미카미 연구원은 “예상보다 2~3배 빠르게 세슘이 사라지고 있다”며 “도심 지역은 산악 지역과 비교해 제염 작업을 통해 세슘 수치가 많이 내려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세슘은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얻어지는 물질로 농도를 통해 방사능 낙진의 영향을 가늠하는 지표처럼 활용된다. 


타이라 야수유키 일본 나가사키대 원폭질병연구소 교수도 “원전 사고 직후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기록된 피폭선량을 분석했더니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2016년 연간 1.7mSv(밀리시버트)이다가 2017년 1.6mSv, 2018년 1.4mSv, 2019년 1.1mSv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 있는 정상인의 연간 피폭량은 2~3mSv(밀리시버트)이다. 타이라 교수는 이날 ‘주민의 환경 방사능 및 피폭선량’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호소다 마사히로 일본 히로사키대 교수의 주제발표와 카이 미치야끼 일본보건물리학회장과 한은옥 한국원자력아카데미 교수, 주제발표자 등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도 이날 진행됐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배운 교훈과 향후 대한방사선학회와 일본보건물리학회 간의 협력방안도 논의됐다. ‘긴급재난 상황에서 정보 공유 방법’을 주제로 한 패널 발표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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