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노년을 행복한 삶으로 받아들이려면

2021.03.13 09:00
노화를 대하는 태도와 경험에 따라 비교적 건강하고 적응적인 노화가 있는 반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꺾이는 노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노화를 대하는 태도와 경험에 따라 비교적 건강하고 적응적인 노화가 있는 반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꺾이는 노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살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고 아무리 애써도 피할 수 없는 어려움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 또한 그렇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누구나 결국은 노화와 신체 기능의 쇠퇴, 질병을 겪기 마련이다. 이렇게 정도는 달라도 누구나 겪게 되는 고통들이 있지만 흥미롭게도 그 과정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똑같이 노화를 겪어도 비교적 건강하고 행복하게 겪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신체적인 노화에 더해 노화를 두려워하고 노화해 가는 자신의 구석구석을 전부 싫어하면서 스스로를 학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어지는 고통은 같아도 그 고통을 살아가는 방식과 결과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긍정적인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노화에 있어서도 노화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경험에 따라 비교적 건강하고 적응적인 노화가 있는 반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꺾이는 노화가 있다. 미국 듀크대의 심리학자  애슐리 배츠 앨런 교수는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관찰하면서 노화를 대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를 발견했다. 


두 분이 똑같이 나이를 먹지만 할아버지의 경우 크게 불편한 일이 발생하지 않아도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예전에 이런 건 거뜬히 했는데 지금은 성한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짜증나고 매일매일이 내리막 길이고 이제 그만 살고 죽어야지 같은 말을 계속 하며 항상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반면 할머니는 “뭐 나이 든 다는 게 다 그런거지 뭐 그래도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해서 얼마나 다행이야, 안 되는 게 있으면 부탁하면 되고, 힘들면 쉬었다 하면 되지. 텔레비전 보면서 차나 마셔야지”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두 분 다 무릎이 아파서 걷기 힘든 등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할머니가 훨씬 행복했던 것이다. 

 

여기에 착안해서 앨런은 60~90세 사이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화를 거부하기보다 받아들이고, 노화를 겪고 있는 자신을 싫어하기보다 그럴 때일수록 더더욱 몸과 마음을 도닥일 줄 아는 정도, 즉 힘들 때일수록 자신에게 매몰차기보다 따듯한 태도를 보이는 자기자비 수준을 측정했다. 


그 결과 우선 건강 상태가 좋다고 보고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체로 더 행복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고 보고한 노인들의 경우, 자기자비를 보일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 보조기구나 보청기 같이 노화에 따른 어려움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도구들을 사용하는데 있어 많은 노인들이 처음에는 거부감을 크게 느끼곤 하는데, 자기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거부감을 덜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모든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은 그냥 최대한 받아들이고 하지만 거기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을 최대한 끌어올려준다는 것이다. 나이든 나는 내가 원하는 내가 아니라고 밑도 끝도 없이 거부하는 것보다 나이들어가는 나도 어디까지나 나이며 나이든 나를 최대한 즐겁게 살아보겠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실제로 행복한 노화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싫어해서 문제가 없어지면 좋겠지만, 되려 문제란 원래 싫어해서 자꾸 생각할수록 더 커지는 법이다. 반대로 이런 나와 별로 반갑지 않은 내 삶의 부분도 얼마든지 끌어안고 살아가겠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적어도 문제에 삼켜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걷기 힘든 것이 문제라면 걸을 때에만 괴로워하면 되지 매일매일 하루 24시간 걸을 때나 걷지 않을 때나 내 무릎과 세상을 미워하며 괴로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삶에 희망이 있다면 그건 고통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곧 내 마음을 송두리째 불행으로 밀어넣지 않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관련기사
Allen, A. B., Goldwasser, E. R., & Leary, M. R. (2012). Self-compassion and well-being among older adults. Self and Identity, 11, 428-453.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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