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8개 달린 물곰 100마리가 우주로 가는 이유

2021.03.19 07:00
20일 차세대중형위성과 함께 떠나 생존기간-활동 모습 등 관찰 계획
우주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물곰은 8개의 다리로 엉금엉금 걷는 모습이 곰과 유사해 물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제공
우주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물곰'은 8개의 다리로 엉금엉금 걷는 모습이 곰과 유사해 물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제공

물속에 사는 물곰은 길이가 1.5㎜를 넘지 않는 다리 8개 달린 완보동물(緩步動物)이다. ‘느리게 걷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언뜻보면 곤충에 가깝지만 생김새가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곰 같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몸집은 작지만 ‘지구 최강의 동물’로 불린다. 치명적인 방사선은 물론이고 영하 273도의 극저온이나 영상 151도의 고온에도 끄떡없다. 이런 물곰 100마리가 국내 대학원생과 대학생들이 만든 초소형 위성을 타고 우주로 향한다.

 

이달 20일 오전 11시 7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소유즈 2.1a 로켓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차세대중형위성1호와 함께 조선대와 연세대가 공동 개발한 초소형위성 KMSL을 비롯해 국내 대학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 3기가 함께 실려 우주로 향한다.

 

이들 큐브위성 3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7년 주최한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입상해 함께 우주에 오르게 됐다. 큐브위성은 가로와 세로, 높이 10cm를 한 단위(1U·U는 유닛) 크기로 하는 위성으로 초소형 위성으로도 부른다.

 

KMSL은 박설현 조선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실과 박준수 연세대 생명과학기술부 교수 연구실 연합팀이 공동 개발한 3U급 위성으로 이번에 물곰 100마리가 탑승한다. 국산 초소형 위성에 생명체를 실어 우주로 보내는 건 처음이다. 연합팀은 위성의 전체 공간 가운데 가로·세로·높이 각각 10cm 에 해당하는 1U 크기의 공간을 물곰 100마리 육성 실험 공간에 배정했다. 또 가로·세로 각각 10cm, 높이 20cm 정도인 나머지 2U의 공간은 우주에서 불꽃실험을 진행하는데 배정했다. 성인 남성 허벅지 정도의 인공위성에서 두 종류의 과학실험과 측정, 데이터 지구 전송까지 모두 이뤄지는 셈이다.

 

조선대와 연세대 연합팀이 제작한 큐브위성 KMSL의 모습이다. 조선대 제공
조선대와 연세대 연합팀이 제작한 큐브위성 KMSL의 모습이다. 조선대 제공

연구팀이 물곰을 택한 이유는 강인한 생명체이자 이미 우주에 보내진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이스라엘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IL은 물곰이 생명활동을 멈춘 ‘튠’ 상태로 수백년 이상 살아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물곰을 베레시트 탐사선에 실어 달에 보냈다. 전문가들은 베레시트가 착륙과정에서 추락했지만 물곰이 달 표면에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큐브위성이 지상 680km 상공의 궤도에 도착하면 물을 뿌리는 장치로 물곰을 깨워 본격적인 관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산소 유출을 막고 수분만 유지되면 현미경과 카메라를 통해 살아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박준수 교수는 “설치한 현미경이 저배율이고 물곰이 몸집이 1mm보다 작다보니 검은 타원 형태로 보이지만 살아서 꼬물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SML는 우주선에서의 화재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화염 실험도 진행한다. 중력이 있는 지상에서는 불꽃이 길쭉하게 퍼지지만 중력이 약한 우주에서는 둥글게 나타난다. 한쪽에 채워둔 이산화탄소와 질소 기체를 뿌려 우주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시험도 진행한다. 박설현 교수는 “유인 우주선의 선실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카메라로 불꽃을 붙이고 확산하는 모습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큐브위성 '티몬'과 '품바'도 이번에 함께 우주로 향한다. 

이들 위성은 국내 큐브위성 최초로 두 대가 함께 날며 태양의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태양 코로나는 지구와 달, 태양이 일직선이 되면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 때만 지상에서 잘 보인다. 두 위성은 지구 상공 550km궤도에서 인공적인 개기일식을 만들어 코로나를 관찰한다. 품바가 태양광 차폐막을 펼쳐 인공 일식을 만들면 티몬이 품바 너머로 나타나는 코로나를 관측하는 원리다. 두 위성이 이름을 가져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 속 미어캣과 멧돼지 캐릭터가 하는 행동과 비슷하다. 작은 위성 2기를 활용하면 거대한 우주망원경을 활용하는 것보다 초점 거리를 훨씬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상영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큐브위성 ′티몬′과 ′품바′는 두 대가 함께 날며 태양의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연세대 제공
박상영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큐브위성 '티몬(아래쪽)'과 '품바'는 두 대가 함께 날며 태양의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연세대 제공

하지만 두 위성이 이런 팀워크를 발휘하려면 넘어야할 산이 있다. 두 위성은 소유즈 발사체에서 각각 2000k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분리된다. 이런 이유로 40m거리까지 접근하기 위한 어려운 궤도 조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연구팀은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5월쯤이면 태양의 코로나를 우주에서 촬영한 첫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영 교수는 “랑데부까지 성공하면 8부 능선은 넘은 셈”이라며 “10~20분 편대비행을 유지하면 기술시연에 성공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소형위성은 처음에는 교육용 임무를 위해 개발됐지만 점차 기술이 발달하며 지금은 지구관측 등 다양한 상용 분야에 쓰이고 있다.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위성 발사를 통해 얻은 경험을 살려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민간초소형군집위성회사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박재필 대표도 2011년 1회 대회 입상자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이번에 티몬과 품바 위성에 온보드 컴퓨터를 제작해 납품했다. 박 대표는 "초소형위성을 통해 기술을 검증하면 우주 산업에서 꼭 필요한 기술 검증 경험을 확보할 수 있다"며 "회사에도 대회에 참여해 경험을 쌓은 인력이 많은 것에서 보듯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에서 초소형위성을 꾸준히 개발하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장착되고 있는 티몬과 품바의 모습. 연세대 제공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장착되고 있는 티몬과 품바의 모습. 연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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