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심할 땐 힘든 운동 피하세요' 젊은층에 역효과·혈관질환 위험 높여

2021.03.30 08:00
20~30대 청년층이 미세먼지에 노출된 채로 30분 이상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하면 오히려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30대 청년층이 미세먼지에 노출된 채로 30분 이상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하면 오히려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대와 30대 청년들이 최근 중국발 황사와 같은 고농도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30분 이상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주 5회 이상 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국내 20~30대 성인 약 147만 명을 조사한 결과다. 앞서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미세먼지 농도에 상관없이 어떤 운동을 해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오히려 청년층은 고강도 운동이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

 

박상민 서울대 의대 교수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30일 국제학술지 ‘유럽심장저널’에 발표했다.

 

미세먼지(PM10)는 입자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이하인 먼지다. 미세먼지 중 입자가 2.5㎛ 이하면 초미세먼지(PM2.5)로 분류된다. 미세먼지는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지만 미세먼지가 많은 날 바깥에서의 신체활동이 심혈관질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외부 신체활동과 외출 자제를 권고하지만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2009~2010년과 2011~2012년 건강검진을 받은 국내 20~39세 성인 146만 9972명을 대상으로 2013~2018년의 운동 정도와 건강상태를 평가했다. 운동 정도는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와 주 5회 15~30분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경우, 혹은 주 5회 30분 이상 빠르게 걷는 정도인 중간강도 운동, 30분 이상 달리거나 한시간 이상 빠르게 걷는 운동을 주 5회 이상 하는 경우를 고강도 운동으로 분류했다.

 

미세먼지 자료는 한국환경공단이 제공하는 에어코리아 자료를 활용했다. 개인별 연평균 미세먼지에 노출된 정도가 상위 70%에 속하는 기준을 토대로 고농도와 중저농도 노출로 분류했다. 미세먼지 49.92㎍/㎥, 초미세먼지는 26.43㎍/㎥ 이상일 때를 고농도로 분류해 분석했다. 이는 국내 미세먼지 환경기준인 연평균 50㎍/㎥와 비슷하고 초미세먼지 기준인 15㎍/㎥보다 높다.

 

유럽심장저널 제공
20~30대 일반인은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는(왼쪽) 강도가 강한 운동을 해도 심혈관질환 위험도(Hazard ratio)가 낮아진다. 반면 고농도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는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이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도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심장저널 제공

분석 결과 20~30대 일반인은 고농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상태에서 고강도 운동을 하면 오히려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고농도에 노출된 사람이 운동을 하지 않다 고강도 운동을 한 경우 오히려 위험도가 15% 증가했다. 고농도 초미세먼지에서는 같은 경우 33% 높아져 더욱 악화됐다. 운동을 하던 사람이 강도를 높인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고농도 미세먼지에서 중간강도 운동을 하던 사람이 고강도 운동을 실시할 때 위험도는 12% 높아졌다. 고농도 초미세먼지에서는 19% 높아졌다.

 

반면 고농도 미세먼지에서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강도를 중간강도까지 높였을 때는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고농도 미세먼지 하에서는 위험도가 6%, 초미세먼지 하에서는 12% 낮아진 것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저농도일 때는 운동을 하면 효과를 봤다. 저농도 미세먼지에서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고강도 운동을 한 경우 위험률은 7% 감소했다, 초미세먼지에서는 27% 감소했다. 반대로 고강도 운동을 하던 사람이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미세먼지에서는 22%, 초미세먼지에서는 38% 위험도가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의 후속 결과다. 연구팀은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에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주 5회 이상 실시하면 미세먼지 노출 농도에 상관없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선 20~30대는 고농도 미세먼지에서 고강도 운동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결과가 확인된 것이다.

 

연구 1저자인 김성래 서울대 의대 박사는 “40대 이상 중년층과 달리 젊은 성인은 고농도 대기오염 노출 하에서 과도한 운동이 심혈관건강에 유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성인이 운동으로 건강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보다 신체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공기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운동을 통해 얻는 건강상 이점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반적으로 신체 활동이 젊은 성인의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대기오염 수준이 높은 경우 고강도 운동을 하면 유익한 효과를 상쇄하거나 오히려 역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