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 “전공 10% 덜 공부하더라도 책 한 권 더 읽는 환경 만들겠다”

2021.04.08 17:00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개최
KAIST 제공
이광형 KAIST 총장은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운영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KAIST 제공

“그간 KAIST는 ‘따라하기’로 많은 성과를 낸 게 사실이지만, 이제 이런 방식은 KAIST의 약점입니다. 우리가 세계 일등이며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간다는 인식을 KAIST 구성원들이 갖도록 하는 게 임기 중 가장 큰 목표입니다.” 


지난달 제17대 KAIST 총장에 취임한 이광형 총장은 취임 한 달째인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공 공부를 10% 줄이고 그 시간에 인성과 리더십을 교육하겠다’ ‘연구과제의 성공 가능성이 80% 이상이면 연구비를 주지 않겠다’ ‘질문왕, 도전왕, 독서왕, 봉사왕을 총장상으로 제정하겠다’ ‘실패연구소를 만들겠다’ 등 KAIST에 신(新)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전략을 쏟아냈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KAIST는 작지만 강한 글로벌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2017년 톰슨로이터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00대 대학’ 6위,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 2021년 영국의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1 QS 세계대학평가’에서는 39위를 차지했다. 


이 총장은 “글로벌 대학을 표방하면서도 국제화 수준이 낮고 ‘따라하기’ 문화가 현재 KAIST의 가장 큰 약점”이라며 “KAIST만의 독특한 빛깔로 10년 안에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다. 이 총장은 “20년 전만 해도 삼성이 일본의 소니를 이기거나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냐”며 “삼성의 성공 열쇠를 분석해보니 스스로 초일류라고 생각하는 의식혁명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그는 ‘QAIST(Q카이스트)’라는 ‘미래 50년을 위한 KAIST 신문화 전략’을 제안했다. QAIST는 교육(Question), 연구(Advanced research),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기술사업화(Start-up), 신뢰(Trust)의 영어 앞글자를 딴 것이다. 5개 전략별로는 각각 ‘1랩1독서’ ‘1랩1최초’ ‘1랩1외국인’ ‘1랩1벤처’ ‘1랩1봉사’ 등 핵심 실행 전략도 마련했다. 


‘Q’는 질문하는 인재를 뜻한다. 이 총장은 “KAIST 학생들은 전공 공부에 매몰돼있어 오히려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질문이 없다”며 “수업 하나당 책 한 권을 읽게 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전공 공부를 10% 줄이고 인성과 리더십 교육을 늘리자는 계획도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성적 중심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질문왕, 도전왕, 독서왕, 봉사왕을 총장상으로 제정해 학생들을 독려하겠다는 계획도 만들었다. 


이 총장은 KAIST가 포스트 인공지능(AI) 시대를 먼저 준비할 수 있는 ‘최초 문화’가 자리잡히도록 연구의 지향점도 과감히 바꿀 예정이다. 성공이 예상되는 연구과제에는 오히려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고, 실패연구소를 세워 실패를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삼게 하겠다는 것도 이런 목적에서다. 그는 “연구실마다 세계 최초를 하나씩은 가진다는 생각으로 ‘1랩1최초’를 구성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1랩1외국인’은 KAIST의 국제화를 위한 실행 전략이다. 이 총장은 “국제화의 첫걸음은 실제로 대학 캠퍼스에 외국인이 10% 이상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AIST는 전체 구성원의 약 7%가 외국인으로 글로벌 대학에서는 적은 편이다. 


넥슨, 아이디스 등 제자들을 국내 벤처 1세대로 키워 ‘벤처 대부’로 불리는 이 총장은 ‘1랩1벤처’도 강조했다. 그는 “연구실 하나가 벤처 하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부작용이 생길 정도로 벤처 창업을 지원하겠다”며 “기술사업화 부분을 민영화해 10년 뒤에는 KAIST가 1000억 원 규모의 기술사업화를 통해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전-세종-오송을 트라이앵글로 잇는 스타트업 월드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이 총장은 “세 지역은 기술도 있고 사람도 있는데 벤처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KAIST 바깥으로 눈을 돌려 지역 창업을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중소기업을 돕는 데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마지막 전략으로 신뢰 회복을 꼽았다. KAIST는 지난해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 중국 유출 등이 불거지고 청렴도 평가에서 수년째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으면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그는 “이 부분은 뼈아프게 느끼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청렴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AI대학원의 수도권 이전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대해 이 총장은 “현실적으로 서울과 대전 어느 한 지역에 둘 수 없다”며 “대전이 연구 중심이라면 서울은 산학협력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원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빛나는데, 비슷하게 빛나면 봐주는 사람이 없다”며 “KAIST가 100주년이 됐을 때는 독특한 고유의 빛깔로 빛을 내는 존재가 돼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임기 중에는 구성원의 의식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총장의 임기는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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