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식물을 ‘육지의 지배자’로 만든 숨은 조력자

2021.05.23 09:35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4억5000만 년 전 식물이 땅 위에 뿌리를 내리고 육지에서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을 때 그에게는 조력자가 있었다. 곰팡이다. 식물은 육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각종 스트레스를 받았다. 과학자들은 초기 육상 식물이 곰팡이와 공생을 통해 각종 문제를 해결했고, 식물과 곰팡이의 이런 공생 관계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프랑스 툴루즈대 연구진은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식물의 엽록체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지질(lipid)로 바꾸고 이를 곰팡이에게 먹이로 제공했으며, 곰팡이는 그 대가로 식물에게 영양분과 물을 제공하면서 공생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1일자에 발표했다.

 

초기 육상 식물은 지질 전달을 통해 곰팡이와 공생 관계를 견고하게 유지했고, 이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현재의 식물과 곰팡이의 상리공생(mutualism) 관계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공생이 무조건 유익한 것은 아니다. 숙주에게 피해를 주는 기생도 공생의 한 관계이며, 숙주에게 해롭지도 이롭지도 않은 편리공생 관계도 있다. 식물과 곰팡이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공생 관계다. 이런 상리공생은 공생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수지상 균근 곰팡이(AMF·Arbuscular Mycorrhizal Fungi)는 식물과 곰팡이의 상리공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지상 균근 곰팡이는 식물의 뿌리에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곰팡이를 말한다. 곰팡이는 토양에서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전달하고, 식물로부터 광합성의 산물인 포도당과 같은 에너지원을 제공받는다. 


연구진은 원시 육상 식물의 모습을 간직한 윤기우산이끼(Marchantia paleacea)에서 수지상 균근 곰팡이와의 관계를 조사해 이끼에서 합성된 지질이 곰팡이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육상 식물로 진화하기 전 물속이나 해안가에 살던 조류(algae)에서는 이런 지질 합성이 일어나지 않았다. 식물이 육상에 출현하기 전에는 곰팡이와 공생 관계가 없었던 셈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지방산의 생합성과 여기서 생산된 지질 전달은 4억5000만 년 전 초기 육상 식물의 진화를 일으킨 결정적 과정이었다”며 “이런 지질 합성은 식물계 전체에 보존됐고, 이를 통해 식물은 육상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이언스’ 표지에 담긴 사진은 윤기우산이끼와 공생하는 곰팡이(Rhizophagus illegalis)를 공초점 현미경으로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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