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도 거뜬"…'혁신기업 텃밭' 거듭나는 연구개발특구

2021.05.31 07:00
16년간 지역 기업과 '한몸'...강소특구와 5년 새 그림 그린다
스토랑트 제공
스토랑트 제공

지난 2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문을 연 무인로봇 카페 ‘스토랑트’. 손님이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한 뒤 테이블에 앉으면 바리스타 로봇이 음료를 만들고서빙 로봇이 테이블로 가져다준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접촉)’방식의 소비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스토랑트를 처음 소개한 주인공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소재 중소기업인 비전세미콘이다.

 

이 회사는 원래는 1997년부터 반도체 후처리 공정을 위한 플라즈마와 오븐 장비를 설계하고 생산하던 제조 회사다. 신사업 진출을 위해 2013년부터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노하우를 쌓아 2019년 10월 무인 자동화 시험 매장을 선보였다. 자동화 매장 기술로 새로운 사업 진출을 고민했던 이 회사는 대덕특구가 진행한 전통 제조기업의 신사업 전환 컨설팅을 받아 지난해 5월 대전 봉명동에 첫 ‘스토랑트’ 매장을 열었다. 독특한 매장 운영 방식이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서울 상암점을 비롯해 전국 10개 매장이 운영중이다. 


●기술 혁신부터 신사업 지원까지...지역 혁신기업 동반자로 자리매김

 

지난해 9월 2일 대전 ICC에서 열린 ′연구개발특구 연구소기업 1000호 기념식′에서 공공기술 사업화 성과 창출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용홍택 과기정통부 1차관(왼쪽에서 세번째, 당시 연구개발정책실장)이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지난해 9월 2일 대전 ICC에서 열린 '연구개발특구 연구소기업 1000호 기념식'에서 공공기술 사업화 성과 창출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용홍택 과기정통부 1차관(왼쪽에서 세번째, 당시 연구개발정책실장)이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1973년 대덕연구단지에서 시작해 2005년 7월 관련법 시행에 따라 부산·대구·광주·전북 등 5개 지역에서 성장한 연구개발특구가 탈바꿈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는 지역 내 대학·공공연구기관 등의 연구성과를 확산하고 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지역이다. 하지만 연구 역량과 인재, 혁신기업이 모인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설립됐는데도 사실 뚜렷한 성과가 잘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구특구는 혁신기업의 ‘동반자’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4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연구개발특구 지역 내 기업수는 2005년 687개에서 2019년 기준 6782개로 9.8배, 같은 기간 기업 매출액은 약 2조5000억원에서 약 54조6000억원으로 21배나 늘었다. 

 

홍순정 과기정통부 지역과학기술진흥과장은 "개발도상국이 국가 혁신이나 지역 성장 거점으로 한국의 연구개발특구를 벤치마킹하려고 한다"며 "대덕특구의 경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특구에 모여든 가장 큰 이유는 연구소와 대학 등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서다. 비전세미콘도 역시 특구의 지원을 받아 같은 대덕특구에 입주해 있는 한국기계연구원과 스토랑트를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무인 로봇 카페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식당에서 흔히 보이는 아크릴 칸막이 대신 위에서 바람을 불어주고 아래서 흡입하는 방식으로 공기 장벽을 만드는 에어커튼 기술을 적용한 신개념 비말 차단 테이블 개발이 목표다. 이동배 비전세미콘 연구소장은 “기계연구원의 기술 자문과 지원을 받아 개발중”이라며 “스토랑트의 바리스타 로봇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다양한 음료 레시피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특구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구는 신사업 아이템 아이디어 제공처....코스닥 상장사 99개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개발한 최신 기술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이어지는데도 적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에너캠프는 2017년 1월 창업한 연구소 기업이다. 

연구소기업은 정부 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자본금을 출자해 연구개발특구 내에 설립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채용웅 계명대 교수가 개발한 이동형 배터리 충전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했다. 에너캠프는 전기차가 충전소에 가지 않고도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이동형 충전 모듈 시스템을 개발하고 6월부터 공유자동차 서비스인 ‘소카’ 등 모빌리티 기업, 보험사, 렌트카 기업들과 실증사업에 착수한다. 

연구개발특구 주요 성과표. 과기정통부 제공.
연구개발특구 주요 성과표. 과기정통부 제공.

최정섭 에너캠프 대표는 “흔히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를 떠올리지만 이동형 전기차 배터리 모듈은 배터리셀을 연결할 때 발생하는 발열이나 화제 문제를 해결하고 배터리 셀마다 잔여 전기량을 제어해 충전 효율을 높이는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 기술이 관건”이라며 “계명대 연구팀과 대구연구개발특구 지원을 받으면서 시제품 제작, 비즈니스모델 정립, 기술사업화가 모두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연구소기업 중 스타기업도 탄생했다. 의료용화합물 제조로 유명한 ‘콜마비앤에이치’, AI 신약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제조기업 ‘수젠텍’은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달 26일에는 제147호 연구소기업으로 신속 분자진단 플랫폼 기술기업인 ‘진시스템’이 추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연구소기업을 포함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특구 내 기업은 99개에 이른다.


● 탄소중립·디지털혁신에 방점...강소특구로 고밀도 혁신생태계 ‘새바람’

연구개발특구 지도. 과기정통부 제공.
연구개발특구 지도. 과기정통부 제공.

정부는 5년마다 수립하는 ‘연구개발특구 육성 종합계획’의 4번째 버전을 지난 4월 확정했다. 탄소중립·디지털 혁신에 방점을 찍고 ‘미래 먹거리’와 혁신기업 생태계 고도화에 나선다. 2005년부터 5년 단위로 세 차례 수립된 육성 종합계획이 특구 모델의 전국적 확산에 중점을 둔 양적 성장 모델이었다면 4차 종합계획은 특구를 ‘탄소중립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 게 차별점이다. 


특히 올해는 16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특구 전용펀드를 활용해 지역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구 내 기술을 토대로 창업한 기업에 직접 투자한 뒤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지난 2019년과 2020년에는 기존 5개 특구 외에도 12개의 강소특구가 추가로 지정됐다. 강소특구는 연구개발(R&D) 특구 모델로 대학·연구기관 등 R&D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특정 분야의 고밀도 집약공간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난해 7월 강소특구에 지정된 서울 홍릉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고려대·경희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핵심기술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2025년까지 특구 매출 100조원, 기업수 1만개, 코스닥 등록기업 150개 등을 목표로 지원할 것”이라며 “탄소중립, 디지털혁신 등 혁신 환경 변화 과정에서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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